UPDATED. 2024-04-27 23:04 (토)
[SQ포커스] '냉정하고 뻔뻔하게' 공약 지킨 구자철, 혼을 깨웠다
상태바
[SQ포커스] '냉정하고 뻔뻔하게' 공약 지킨 구자철, 혼을 깨웠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1.15 2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즈벡전 역전 결승골, 전투적으로 나서겠다는 공약 실천

[상암=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냉정하게, 뻔뻔하게 그리고 전투적으로 하겠다." 

경기 전날 정신력을 강조했던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자신의 약속을 완벽하게 지키며 위기의 슈틸리케호를 구해냈다.

구자철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 홈경기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40분 김신욱(전북 현대)의 헤딩 어시스트를 받아 왼발로 귀중한 역전 결승골을 넣었다.

▲ 구자철이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 홈경기에서 자신의 결승골로 2-1로 이긴 뒤 한국 응원단을 바라보고 있다.

구자철의 결승골과 함께 한국축구대표팀은 3승 1무 1패(승점 10)를 기록, 우즈베키스탄(3승 2패, 승점 9)을 제치고 조 2위로 올라서는데 성공했다. 자칫 졌더라면 승점차가 5로 벌어지면서 러시아로 가는 길이 '가시밭'이 될 수 있었기에 구자철의 결승골은 더욱 빛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구자철을 공격 2선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줄 선수로 일찌감치 점찍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14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자철을 데리고 나온 것도 그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자철 역시 강한 정신력으로 우즈베키스탄과 맞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경기는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이 미드필드 지역부터 강한 압박을 해오면서 볼 점유율을 7-3 정도로 높게 가져가면서도 공격다운 공격을 해보지 못했다. 전반 슛 숫자는 오히려 2-3으로 뒤졌고 전반 25분 마라트 비크마예프(로코모티브 타슈켄트)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3만 관중에게 한줄기 빛을 선사한 선수는 구자철이었다. 구자철은 끊임없이 우즈베키스탄의 가운데를 뚫어내며 공격을 전개해갔다. 간혹 상대 수비의 이중 마크에 걸려 공을 뺏기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지만 구자철은 '뻔뻔함'으로 자신의 실책을 자책하기보다 더욱 이를 악물고 뛰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구자철의 투쟁심에 만족을 표시했다.

▲ 구자철(왼쪽)이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투쟁심은 골로 이어졌다. 후반 40분 홍철(수원 삼성)의 패스에 이어 김신욱의 머리를 맞고 떨어진 공이 구자철의 왼발에 걸렸다. 구자철의 왼발을 떠난 슛은 그대로 우즈베키스탄의 골망을 흔들었다. 

구자철은 골이 나오자마자 마치 이탈리아와 한일 월드컵 16강전에서 골든골을 넣었던 안정환이 그랬던 것처럼 한 차례 응원석을 향해 포효한 뒤 피치에 누워버렸다. 이어 동료 선수들이 구자철에게 축하하기 위해 잇따라 덮치면서 정말로 이탈리아와 한일 월드컵 16강전과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구자철과 남태희(레퀴야)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기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갈 것으로 생각해 중앙에서 공을 잘 다루는 남태희와 구자철을 기용했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실수를 하더라도 90분 동안 맹활약해서 승점 3을 가져오겠다"고 다짐했던 구자철은 자신의 약속과 책임을 다했다는 마음 때문이었는지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믹스트존 인터뷰에 임했다.

▲ 구자철이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구자철은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골을 넣어서 기쁘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간절함을 보여주며 하나로 뭉쳤다"며 "최근 대표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부담감을 이겨내고 승리를 따내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았고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경기였다"며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고 결과까지 얻어내며 고비를 넘겼다. 앞으로 남은 5경기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밝혔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