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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오노 세기의 라이벌, 그 애증의 역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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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오노 세기의 라이벌, 그 애증의 역사는?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12.18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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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김동성-오노. 1990년대를 풍미했던 세계적인 쇼트트랙 스타 김동성과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는 특별하면서도 오묘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세기를 넘은 2016년까지도 그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김동성과 오노가 악연을 맺게 된 건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동성과 대한민국 국민의 분노를 샀던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이 바로 그것이다.

오노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어부지리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동성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실격되면서 금메달이 오노에게 돌아간 것. 김동성의 실격 원인이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으로 밝혀졌지만 판정은 끝내 번복되지 않았다.

결과론으로 김동성의 금메달을 ‘강탈’한 오노의 이 액션은 ‘반미 감정’으로 번졌다.

각종 개그 프로그램에서 오노의 정당하지 못한 행동이 패러디됐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이 미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서 안정환의 동점골 때 골 세리머니로 재현되기도 했다.

이후 김동성과 오노는 국제대회에서 여러 차례 조우했고 레이스도 함께 치렀다. 겉으로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김동성과 오노 모두 마음의 앙금이 가라앉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해묵은 감정이 폭발한 일이 또 있었다. 오노가 자서전에 “김동성이 ‘네가 넘버원이고 최고의 선수’라고 말해줬다”는 근거 없는 사실을 쓴 것.

김동성은 2012년 한 방송에 출연해 “올림픽 끝난 후 첫 만남에서 오노가 두 팔을 벌리고 다가오기에 얼떨결에 포옹을 했다”며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오노가 일부러 친해 보이기 위해 반가운 제스처를 취한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두 번 사기를 당한 셈이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렇게 다시 감정의 골이 깊어진 김동성과 오노는 2013년 2월 평창 스페셜올림픽이 열린 강릉 빙상장에서 마주쳤다. 오노가 김동성을 발견하고 인사를 건넸지만 김동성은 눈인사만 하고 지나갔다. 당시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김동성은 “오노가 자기관리를 안 한 것 같더라. 살이 많이 쪘다. 같이 뛰었으면 나에게 졌을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이날 오노와 같은 조에 편성되지 않아 맞대결을 치르지 않은 김동성은 후배 성시백과 같은 조에서 뛰었는데, 경기 도중 오노가 자신에게 했던 헐리우드 액션을 그대로 재현했다. 오노에 대한 앙금이 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게 김동성과 오노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 보였다.

그런데, 이런 김동성과 오노 사이를 훈훈하게 달궈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커피였다.

김동성과 오노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각각 KBS 쇼트트랙 해설위원과 미국 NBC 쇼트트랙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는데, 오노가 김동성에게 테이크아웃 커피 선물을 한 것.

당시 김동성은 자신의 트위터에 오노가 선물한 커피를 공개하며 “이곳에는 NBC 센터 안에만 스타벅스가 있어 저희는 맛볼 수 없어요. 근데 오노가 오늘 해설 잘 하라며 갖다줬네요. 이놈 철들었나 봐요”라고 오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다시 2년이 지나 김동성과 오노는 웃으며 만났다. 둘은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월드컵 4차 대회 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경기를 관전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대회 행사를 위해 강릉을 방문한 김동성은 미국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NBC의 리포터 자격으로 방한한 오노와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마음속 응어리가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오노가 김동성에게 먼저 다가가는 등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고 김동성도 이를 잘 받아줬기 때문에 두 쇼트트랙 스타의 애증의 역사는 훈훈하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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