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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日 리메이크 드라마 '암만 봐도 낯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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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日 리메이크 드라마 '암만 봐도 낯설어'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10.23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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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리메이크 드라마를 통해본 '넘기 힘든 정서의 벽')

[스포츠Q 박영웅 기자] 지난 1998년 정부의 본격적인 일본문화 개방 이후 국내에는 수많은 일본 문화콘텐츠가 흘러들어왔다. 그중 주목할 문화콘텐츠는 일본 드라마다.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국내로 들어온 일본드라마는 대부분 리메이크라는 과정을 거쳐 우리 안방극장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는 한해에만 일본 리메이크 드라마들이 각 지상파 방송사별로 4편 이상 쏟아질 정도다. 그만큼 일본 리메이크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어 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 리메이크 드라마들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며 예전 같은 폭발적인 인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서서히 드러나는 정서적 약점 때문이다. 이런 이유를 중심으로 일본 리메이크 드라마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살펴 봤다.

▲ KBS 2TV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 여주인공 심은경. [사진=스포츠Q DB]

◆ 호기심과 정서적 벽

일본 드라마들이 국내에 들어오기 전 리메이크를 거치고 있는 이유는 정서상의 이질감 때문이었다. 드라마는 그 나라의 기본적인 정서와 문화를 많이 담는 콘텐츠다. 그렇다 보니 여전히 존재하는 한일간의 정서적 거리감을 희석하기 위해서다.

2000년대 초중반 일부 케이블 방송사들은 일본드라마를 직접 가져다 방송을 보여준 경우가 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질감이 커 시청률 부분에서 참패를 맛봐야 했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시도했던 일본드라마 리메이크는 2000년대 중반까지 지상파 방송사들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대표적으로 SBS '봄날'(2005)과 MBC '하얀거탑'(2007)이 있다. 두 드라마는 작품성과 흥행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새로운 드라마 콘텐츠에 목말라 하던 시청자들의 요구를 채워주는 데 성공했다.

이후 지상파 방송사들은 일본 리메이크 드라마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2000년대 후반부터는 리메이크작들이 봇물 터지 듯 쏟아져 나왔다.

2009년 '꽃보다 남자'(만화가 원작. 대만, 한국, 일본 순으로 리메이크)를 시작으로 2010년에는 '공부의 신'이 리메이크됐다. 2013년에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직장의 신', '여왕의 교실', '수상한 가정부' 등 무려 4편의 작품이 리메이크됐다. 2014년에도 '내일도 칸타빌레'가 방송 중이다.

▲ SBS 드라마 '봄날' 스틸 컷. [사진=SBS 제공]

이들 일본 리메이크 드라마들은 분명 초반과 비교해 양적인 성장을 거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흥행적인 부분에서는 신통치 않은 결과가 대부분이다. 특히 2010년대 들어서는 서서히 한계점을 노출하며 흥행작보다는 실패작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2013년과 올해를 분석해 봐도 '그 겨울바람이 분다', '직장의 신'을 제외하면 모두 흥행 측면에서 참패 혹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일본 리메이크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정서적 한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초반 호기심에서 시작된 일본드라마 리메이크 붐이 이젠 정서적 한계라는 벽에 부딪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라는 평가다.

엔트리 이성모 대표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시청자들은 일본드라마에 대한 호기심이 정말 컸다. 당시 한국드라마만 봐오던 시청자들에게 일본 리메이크 드라마는 새로운 느낌을 줬다"며 "하지만 이제 국내 시청자들의 일본 드라마에 대한 호기심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오히려 정서적 문제가 드러나며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MBC 드라마 '하얀거탑' 포스터. [사진=MBC 제공]

◆ 정서적 한계는 무엇인가

리메이크된 일본드라마에 대한 정서의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대부분 리메이크돼 들어오는 일본드라마들 대부분은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다 보니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상한 캐릭터들이 드라마를 이끌며 이질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 캐릭터를 기본으로 드라마를 구성하는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드라마가 나올 수밖에 없다.

좋은 예가 현재 방송 중인 '내일도 칸타빌레'다. 이 드라마는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만화가 원작이다 보니 우리에게는 낯설게 다가오는 일본식 드라마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여주인공 설내일(심은경)은 스토킹 증세를 보이는 캐릭터로 남자 주인공 차유진(주원)에 대한 끝없는 집착을 보여준다. 설내일의 이런 모습은 이미 우리나라 시청자들 사이에서 매우 거부감이 든다는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 [사진=KBS 2TV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 방송 캡처]

그뿐만 아니라 지휘자이자 노교수로 나오는 트레제만(백윤식)은 설내일을 흠모한다. 젊은 여자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우리나라 정서와는 매우 거리가 있다. 이 밖에 이 드라마에는 동성애자부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처럼 이질감을 가진 캐릭터들이 중심을 이루는 상황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시청자들의 혹평을 듣기 일쑤다.

드라마 속 내용 측면에서도 정서적 이질감의 사례는 많다. 일본드라마의 경우 온전히 흘러가는 정통 멜로물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는 모두 리메이크를 통해 일본드라마 내용에 정통 멜로 내용을 삽입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원작의 훼손과 어색한 멜로의 탄생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부분들이 일본 리메이크 드라마들이 가지고 있는 정서의 한계다. 이런 한계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본드라마들이 국내에서 서서히 힘을 잃고 있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 '꽃보다 남자' 일본판. [사진='꽃보다 남자' 드라마 포스터]

◆ 신중한 선택, 확실한 리메이크 기법이 필요하다

이처럼 다른 나라의 정서를 강하게 담고 있는 문화콘텐츠를 우리 스타일 대로 재해석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일은 쉽지 않은 부분이다. 특히 드라마는 더욱 그렇다.

결국 방송사들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든 일본 드라마들이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정서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내용만을 담은 것은 아니다.

방송사들은 일본에서 히트한 드라마만이 한국에서도 먹힐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에서 드라마를 수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만족할 만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 한국인의 정서에 맞고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별해야 한다.

▲ SBS 드라마 '봄날' 스틸 컷, [사진=SBS 제공]

이 대표는 "일본 드라마들이 다 우리 정서와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히트작 위주로 드라마를 수입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이어지는 것"이라며 "꼭 히트작품이 아니더라도 드라마 선별 과정에서 우리 정서에 맞는 좋은 작품을 들여오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정교한 리메이크 기법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일본드라마 리메이크 기법은 초보 수준에 가깝다. 일본판 캐릭터의 성격은 큰 변화 없이 우리식의 멜로 드라마 스타일을 그대로 적용하다 보니 어색함과 이질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사전에 캐릭터에 대한 정밀한 연구를 통해 우리 정서가 가미된 캐릭터의 재탄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부분들이 모두 고려됐을 때 일본 리메이크 드라마는 우리나라 안방극장에서 진정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모 케이블 채널 드라마 담당 황모 작가는 "일본판 드라마를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정서적 각색은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이런 각색을 위해서는 수입할 때의 비용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 정서에 맞는 완벽한 스토리와 캐릭터 구축을 위한 방송사들의 투자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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