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리뷰] 꼬마들의 거침없는 희망 킥 '누구에게나 찬란한'
상태바
[리뷰] 꼬마들의 거침없는 희망 킥 '누구에게나 찬란한'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1.01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올해 10대, 20대 청춘의 성장영화들이 유난히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 가운데 다큐멘터리 영화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불우한 환경에 놓인 초등학생들의 꿈을 향한 도전기이자 성장영화다. 국내 최초인 경남 지역 아동센터 유소년축구단 '희망FC' 아이들과 그들과 함께하는 지도자에 시선을 맞춘 영화는 축구단 탄생부터 대회 출전까지 6년의 여정을 담았다.

가난하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아이들은 박철우 감독과 함께 유소년 축구클럽에 모여 그토록 좋아하는 볼을 찬다. 축구팀 창단을 위해 노력은 난관에 부딪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팀 창단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포털사이트 다음 '희망해'에서 프로 축구선수들, 네티즌 등에 의한 모금 활동이 들불처럼 번진다. 이를 통해 모인 후원금은 마침내 ‘희망FC’ 창단으로 이어지게 된다.

 

‘희망FC’의 1기 박철우 감독은 축구를 통해 천형과도 같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아이들을 혹독하게 밀어 붙인다. 하지만 박 감독의 엄한 교육 방식에 위축된 아이들은 점점 축구에 흥미를 잃어가고, 심지어 팀을 그만두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결국 박 감독에 이어 축구를 통한 성공보다는 함께하는 즐거움을 강조하는 2기 김태근 감독이 취임한다.

지시와 명령, 불호령보다 아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칭찬하며 스스로 고민을 통해 해결책을 찾도록 하는 김태근 감독의 코칭으로 ‘희망FC’는 점차 경남도 내 다크호스 팀으로 급부상한다. 도내 초등학교 주말리그에서 예상을 깨고 경쟁 팀들을 잇따라 격파한 뒤 마침내 최고 클럽팀과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과 두 감독의 헌신적인 지도가 반짝반짝 빛나는 영화는 엘리트주의 스포츠 교육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와 함께 소통과 공감에 기반한 교육이 얼마나 큰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입증한다. 박철우, 김태근 감독은 상반된 교육법으로 아이들을 이끌었으나 꿈꿀 기회조차 박탈당했던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꿈을 꾸도록 한 데 있어선 동일하다.

 

6년 동안 아이들은 눈부시게 성장한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자신감을 잃어 골을 넣지 못하는 스트라이커 성훈, 할머니와 단둘이 살면서도 발에서 공을 떼지 않아 뛰어난 실력을 지녔지만 패스를 하지 않는 이기적인 플레이로 왕따를 당하는 병훈, 육중한 몸무게를 지적받은 골키퍼 준영, 소심한 공격수 규안, 축구실력은 빼어나나 키가 작아 고민인 민재 등은 하나하나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 어엿한 선수로 거듭난다.

병훈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골문을 향해 과감히 슛을 날린다. 병훈이는 단독 드리블과 슛에서 탈피해 동료들에게 패스를 해주는 가치를 깨달은 뒤 아이들과 하나가 된다. 준영이는 10kg 넘게 감량하며 상대팀의 공을 온몸으로 척척 막아낸다. 실력 좋은 임대 선수들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는데 순치됐던 아이들은 이제 자신들이 주전이 되고자 투지를 불태운다.

인천 유나이티드FC의 이야기를 담은 ‘비상’으로 축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는 임유철 감독은 6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들여 축구단 전체와 개별 인물들을 자연스럽고도 균형 있게 다루는 솜씨를 발휘한다. 스포츠 영화의 박진감과 성장영화의 감동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감상의 재미를 한껏 안겨준다. 무엇보다 차가운 현실을 녹이는 힘은 꿈을 향한 열정임을 투박하지만 우직한 영상으로 들이민다.

배우 김남길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러닝타임 1시간27분. 11월 6일 개봉. 1시간27분.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