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리뷰] 독립영화 '거인' '봄' 영화제 호평받고 관객 심판대에
상태바
[리뷰] 독립영화 '거인' '봄' 영화제 호평받고 관객 심판대에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1.02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국내외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뒤 국내 관객의 심판대에 서는 2편의 한국영화가 있다. 저예산의 제작비임에도 밀도 높은 짜임새와 주연배우의 놀라운 연기로 주목받는 독립영화들이다.

오는 13일엔 김태용 감독의 '거인'이 개봉된다.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영재(최우식)는 위탁시설에서 살아간다. 그는 시설 원장인 양부모로부터 쫓겨나지 않기 위해 성실한 척 행동한다. 신부가 되겠다고 열심히 성당에 다니는 등 애면글면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위탁시설로 답지한 운동화를 몰래 훔쳐 학교 친구들에게 팔고, 신학대 입학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한 발버둥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동생마저 영재가 있는 위탁시설에 맡기려 들자 그동안 본심을 억누르고 살아오던 영재는 분노를 폭발시킨다.

▲ '거인'

'얼어붙은 땅'으로 칸영화제 시네마파운데이션에 진출해 신선한 충격을 안긴 젊은 감독 김태용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거인'은 17세 소년과 그를 둘러싼 비정한 현실을 놀라울 만큼 사실적으로 바라본다. 자식마저 책임지지 않는 부모, 상업적 이유로 위탁시설을 운영하는 위선적인 부부 등 기성세대의 민낯이 드러난다. 진실과 거짓, 위선을 오가는 영재의 삶은 기묘할 만큼 다중적이다.

흔한 비행 청소년의 길로 빠져들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지만 그렇다고 선한 삶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냉정하고 영악하며 때론 간교하기까지 하다. 가족과 가정을 증오하면서도 절체절명의 순간에선 한없이 무너지며 "나도 돌아갈 집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절규한다.

선하거나 혹은 악한 캐릭터의 주인공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영재의 다면적인 모습은 몹시 당혹스럽다. 그런데 누구도 상대하기 힘든 거인처럼 성장한 영재, 그의 내면은 아직 소년일 뿐이다. 영화 내내 선악의 양면성과 더불어 소년의 절망을 가슴 먹먹하게 표현한 최우식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20일 관객과 만나는 조근현 감독의 '봄'은 세 남녀에게 찾아온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관한 이야기다.

▲ '봄'

병으로 인해 고향으로 낙향한 유명 조각가 준구(박용우)는 점차 삶의 의지를 잃어간다. 남편 병수발에 헌신적이던 아내 정숙(김서형)은 교회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배급을 받으러 온 선이 고운 민경(이유영)에게 남편의 누드모델이 돼달라고 부탁한다. 남편이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뒤 아이 둘을 데리고 가난과 폭력에 시달리면서 삶의 희망을 놓았던 민경은 거액의 제안에 이를 승낙하고 모델로 나선다. 준구는 민경을 만나면서 다시금 예술혼을 불태우게 된다.

1960년대 말, 비극의 시대를 살았던 세 남녀의 사랑과 희망을 이야기한 영화는 신파적인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부부의 내밀한 심리, 화가와 모델로 마주한 준구와 민경, 한 남자를 둘러싼 두 여자 정숙과 민경이 엮어가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 흡입력을 발동한다. 시골의 수려한 풍광을 비롯한 미장센 역시 두드러진다.

'봄'은 작품상 4개를 비롯해 국제영화제 8관왕의 맹위를 떨쳤다. 신인 이유영은 밀라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악녀 역할로 방점을 찍은 바 있는 김서형은 마드리드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