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9:55 (금)
'호남의 보루' 정운천도 바른정당 잔류, 다당제 캐스팅보트 살려냈다
상태바
'호남의 보루' 정운천도 바른정당 잔류, 다당제 캐스팅보트 살려냈다
  • 정성규 기자
  • 승인 2017.05.04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최고를 바라지 마라'

지난 2일 바른정당 탈당 의원 13인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을 때 정운천 의원 페이스북에는 이같은 글을 담은 사진이 댓글과 함께 올라왔다.

"이 마음 변하지 마세요. 똥물을 맞아도 이겨낼 자신 있던 이 마음. 저가 페친을 끊었을 때는 국회의원으로 당선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흔들리지 마시라고. 과거의 어려움을 이겨 내실 때의 그 마음 저는 잊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인의 물이 드신 것인가요??"

보수정당 후보로 전주에서 32년 만에 당선돼 호남지역 보수 여론을 대변해온 정운천 의원이 탈당 의사를 접고 바른정당에 잔류키로 했다. 정 의원은 4일 오전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잔류를 선언하면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보수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101일 전 창당했던 바른정당에 남아 유승민 후보의 대선 완주를 돕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유승민 후보로부터 어려운 길이지만 함께 하자는 간곡한 이야기를 들었고, 따뜻한 보수를 살리는 길, 그 자체가 희망인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바른정당 최고위원에 오르면서 "호남 지역구 28석 중 유일의 보수정당 국회의원으로서 최고위원까지 선출돼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역균형 발전과 한국 정치가 지역적으로 균형감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던 그다.

지지자의 그 외침이 정 의원의 잔류에 아마도 큰 울림이 됐을 터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 성난 민심에 상처와 시련을 겪었으나 호남에서 민의의 대변자로 선출돼 새로운 정치인생을 시작했기에 새누리당을 뛰쳐나와 창당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시 의지를 다지게 된 것이다.

정 의원은 "탈당을 유보한 뒤 지역민들과 1611명의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았고, 도민들의 엄중한 목소리를 들었다"며 "준엄한 명령은 바른정당을 지키고,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보수의 횃불'이 되라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정운천 의원이 공식적으로 잔류를 선언함에 따라 바른정당은 원내 교섭단체 의석수 20석을 정확히 채우게 된다. 지난주 이은재 의원이 한국당으로 떠난 뒤 2일 13명이 탈당을 선언했으나 그 중 황영철 의원이 하루 만에 탈당을 철회해 20석을 유지했다.

정 의원은 지난 1일 장모상을 당해 탈당 선언 대열에선 빠졌다. 지역 민심을 살펴 협의한 뒤 최종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13명 탈당 대열에서는 일단 제외됐던 정운천 의원이 당에 남게 됐으니 20석을 지키게 된 것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다시 의기투합하게 된 정운천 의원. [사진=정운천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에 따라 바른정당은 대선 이후 정국 운영에서 창당 때보다 13명이 줄어든 의석수로 턱걸이로 지켜낸 원내교섭권으로 4당 다당제의 한 축을 맡게 된다. 어느 대선 후보가 이번 장미대선을 통해 집권하든 다당 의석 분할의 지형도에서 통합정부든 공동정부든 협치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바른정당의 역할은 중요해진다.

연정이든 연대든 4당 공조 속에 개헌이라는 과제도 해결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의석수로는 제4당이지만 바른정당은 여전히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정운천 의원의 잔류는 바른정당의 명운을 쥔 열쇠였고, 고뇌 끝에 내린 그의 선택은 바른정당 지지층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1991년 뉴질랜드산 키위를 참다래라는 새롭게 이름 붙여 '참다래유통사업단'이라는 새로운 농민조직을 결성, 뉴질랜드산 수입 참다래와 국산 참다래가 공존할 수 있는 묘책을 찾았던 정운천. 초등학교 교과서에 신지식 농업인 '참다래 아저씨'로 소개될 정도로 농정으로 시작된 정치인생은 한때 분수령을 맞았지만 초심을 지키며 '최선을 다해 최고를 지향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