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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1라운드 1위 돌풍' OK저축은행, 무엇이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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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1라운드 1위 돌풍' OK저축은행, 무엇이 달라졌나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1.11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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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세터 곽명우 등장, 지난해 전패 안겼던 현대캐피탈-대한항공 제압

[스포츠Q 민기홍 기자] OK저축은행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시즌 6위에 머물렀던 약체 팀이 1라운드를 1위로 마쳤다.

OK저축은행은 10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30점을 폭발한 로버트 랜디 시몬의 활약을 앞세워 현대캐피탈을 3-1(25-19 25-21 17-25 25-19)로 제압했다.

벌써 시즌 5승(1패)째다. 승점 14점으로 4승2패(승점 12)의 삼성화재(승점 12)를 밀어내고 선두에 자리했다. 지난해 9경기만에 첫승을 신고했던 OK저축은행은 1라운드에서만 지난해 승수(11승)의 절반에 가까운 승수를 따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 시몬(가운데)은 국내 선수들을 다독이는 맏형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팀내에서 최고참이다. [사진=KOVO 제공]

단순히 우수한 외국인 선수 한 명의 효과라 하기엔 리그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지난해와 견줘볼 때 OK저축은행은 무엇이, 어떻게 변한 것일까.

◆ ‘이민규의 팀’이 아니다, 곽명우의 깜짝 등장

최근 OK저축은행의 경기를 보다 보면 배구팬들에게 낯선 선수인 곽명우가 보인다. 김세진 감독은 ‘국가대표 세터’ 이민규를 빼고 곽명우를 투입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전략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곽명우는 시몬에게 최적의 토스를 제공하고 있다. 성균관대 출신의 그는 지난 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로 입단했지만 경기대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이민규에 밀려 단 10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그마저도 승부와는 무관한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민규가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로 인해 팀을 비운 사이, 칼을 갈았다. 최고의 외국인선수인 시몬은 이민규의 토스보다 곽명우의 토스에 더욱 춤을 추고 있다. 곽명우는 1라운드 6경기 중 5경기에 출전해 이름 석자를 각인시키고 있다.

김 감독이 선언한 ‘스피드 배구’는 이민규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분명 OK저축은행의 주전 세터는 이민규다. 하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해낸 곽명우라는 존재가 있어 OK저축은행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 곽명우(왼쪽)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로 시몬과 호흡을 맞출 기회가 적었던 이민규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천적은 없다! 대한항공, 현대캐피탈도 두렵지 않다 

김세진 감독은 시즌 개막 전 가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지난 시즌 이겨보지 못한 팀이 2팀이 있다”면서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을 꼭 잡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당시 러시앤캐시)은 지난 시즌 후반기 들어 점차 자리를 잡으며 형님들을 혼쭐냈다. 최강 삼성화재를 상대로는 5,6라운드를 연달아 잡는 등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두 팀에는 통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9경기만에 첫승을 신고했던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홈 개막전에서 8연패의 금자탑에 도전하는 삼성화재를 또 꺾어 상대전적 3연승을 내달렸다.

OK저축은행에게 더 이상 두려운 팀은 없다. 프로배구판 ‘전통의 3강’을 1라운드에서 줄줄이 물리침으로써 ‘반짝 선두’가 아님을 보여줬다.

◆ ‘형님’ 시몬, 팀을 하나로 이끌다 

▲ OK저축은행이 돌풍을 일으키자 홈구장인 안산 상록수체육관은 연일 관중이 꽉꽉 들어차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송명근, 송희채, 이민규 등 OK저축은행 주전 선수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이다. 한 번 분위기를 타면 그 누구도 잡을 수 없을만큼 ‘무서운 아이들’이지만 하락세로 돌아서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

쿠바 대표팀과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었을 당시 주장을 맡았던 시몬은 선수단 내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어린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다. 강영준, 한상길과 함께 팀내 최고령은 그는 서브 미스를 한 동료를 격려하는 등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다.

경기당 평균 37.17득점을 잡아내는 실력은 말할 필요도 없다. 2009년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베스트 블로커, 베스트 스파이커상, 2014년 FIVB 클럽 월드챔피언십에서 베스트 미들 블로커상을 받았던 그는 OK저축은행의 어린 선수들에게 선진 배구를 전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몬은 지난 시즌 아르파드 바로티가 해주지 못했던 외국인선수의 몫을 코트 안팎에서 갑절로 해내고 있는 것이다.

백업이 강해진 팀, 천적을 지워버린 팀, 만점짜리 외국인 선수와 하나된 팀. OK저축은행의 태풍은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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