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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왕조' 미래도 밝다, 투자와 육성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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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왕조' 미래도 밝다, 투자와 육성의 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13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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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통합 4연패] 기초 튼튼, 경산볼파크 2군 시설서 유망주 육성…베테랑 프런트 집결, 발빠른 투자로 4연패 달성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삼성이 전무후무한 통합 4연패를 거둘 수 있었던데는 프런트와 현장의 조화에 있었다. 베테랑 프런트들은 팀의 전력 상승을 위해 투자와 육성을 주도했고 이 힘은 현장으로 이어졌다.

삼성이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11-1 대승을 거두고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까지 4년 연속 우승을 이뤄냈다. 통합 4연패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다.

삼성이 통합 4연패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SK가 두차례(2011, 2012) 희생됐고 지난해에는 두산을 꺾었다. 올 시즌은 공격에서 온갖 기록을 만들어낸 넥센마저 제압했다.

또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이뤄낸 삼성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선 SK에 이어 두번째 기록을 썼지만 전인미답의 통합 4연패의 그림자에 가려지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삼성은 외부 영입이 거의 없이 장기 집권 체제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 안현호 삼성 단장(왼쪽부터), 류중일 감독, 이수빈 구단주, 최형우, 김인 사장이 11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 프로야구 최초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 기념 축승회에서 우승기념 케이크 촛불을 끄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유망주 육성 통해 최강 전력 구축

삼성은 그동안 '돈성'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 현대로부터 박진만과 심정수 등 자유계약선수(FA)를 거액으로 데려왔다. 하지만 정작 우승은 없었다.

FA를 데려오는 대신 내부 선수 육성책으로 전환한 것은 선동열 전 감독이 삼성의 지휘봉을 잡으면서부터다. 2000년대 중반부터 내부 육성에 전념하는 정책으로 선회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유망주들이 성장하면서 삼성이 점차 최강 전력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

2002년에는 중간계투 요원인 안지만과 4번 타자 최형우가 신인으로 입단했고 이후 박석민, 윤성환(2004년), 오승환(2005년), 차우찬(2006년), 김상수, 배영섭(이상 2009년), 심창민(2011년), 이흥련(2013년) 등이 차례로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의 유니폼을 입었다.

또 이지영과 박해민은 신고선수로 어느덧 팀내에서 없어서는 안될 포수와 외야수로 성장했다.

▲ 삼성 선수들이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우승을 결정지은 뒤 임창용(가운데)과 함께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유망주들의 기량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산볼파크에서는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된 선수들이 지금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우수한 육성 시스템을 통해 기량을 키우고 노장들의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꿈을 키운다. 이는 강력한 동기 유발 효과로 이어져 기량 급성장을 이룬다.

기량이 뛰어난 유망주들이 계속 배출되니 삼성은 부상 공백이 있을 틈이 없다.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나가도 금방 이 자리를 메우는 선수들이 생긴다. 이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주전으로 자리를 굳히는 선순환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삼성에서 외부에서 수혈한 선수는 넥센에서 온 장원삼에 불과하다. 오히려 삼성은 FA로 선수를 데려오기는 커녕 출혈까지 있었다.

'마당쇠'라는 별명까지 붙으며 중간 계투로 맹활약해줬던 정현욱이 LG로 떠나갔고 특급 마무리 오승환까지 일본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이 자리는 심창민과 차우찬, 안지만 등이 메웠고 오승환의 빈 자리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임창용에게 맡겼다.

▲ 류중일 삼성 감독(왼쪽)과 한국시리즈 MVP 야마이코 나바로가 11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 프로야구 최초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 기념 축승회에서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프런트와 현장의 적절한 조화 '프런트 야구의 좋은 예'

공교롭게도 이번 가을은 프런트 야구의 좋은 예와 나쁜 예를 동시에 본, 흔치 않은 기회를 맞았다.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삼성과 넥센은 좋은 예였지만 사장과 단장이 동반 사퇴하는 홍역을 겪은 롯데는 나쁜 예로 기록됐다.

롯데는 사장과 단장의 과도한 현장 개입으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로부터 반감을 샀다. 이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서도 반목이 시작됐고 급기야 사장이 직접 CCTV 사찰을 지시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그야말로 롯데는 사분오열됐다.

일단 사장과 단장이 동반 사퇴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롯데가 겪은 내홍은 쉽게 치유될만한 것이 아니다. 당분간 아픔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삼성은 바로 프런트 야구의 힘으로 이겼다.

사실 프런트 야구에 대한 호불호는 명확한 편이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야구는 감독이 한다"는 소신을 갖고 프런트의 개입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지도자다. 바로 이런 반목 때문에 SK를 떠났고 이전 구단에서도 갈등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 류중일 삼성 감독이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우승을 결정지은 뒤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그러나 전형적인 '삼성맨'인 류중일 감독은 프런트가 현장에 간섭하지 않는다면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생각이다. 류중일 감독은 현장 지휘권을 철저하게 지키는 대신 프런트를 신뢰하고 존중한다.

그동안 프런트 야구에서 프런트란 특정 개인의 입김인 경우가 많았다. 롯데 역시 특정 사장과 단장의 입김 때문에 프런트 야구의 폐해를 본 경우였다.

이에 비해 삼성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현장 일선에서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베테랑 직원들이다. 선수 뿐 아니라 프런트 역시 삼성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통해 길러진 베테랑이자 전문가들이다.

외국인 선수와 신인 스카우트, 2군 육성에 집중하는 정책으로 바꾼 것 역시 프런트들의 결단이었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스타 선수들을 사들이고도 우승을 하지 못하며 비난을 받았던 프런트들은 실패를 자산 삼아 정책을 바꿨고 이는 선순환 효과로 이어졌다.

이런 확실한 시스템이 있다면 어떤 외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매뉴얼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에서 왕조로 군림했던 팀들은 삼성처럼 확실한 기초가 없었다. 해태는 지옥훈련과 군기로 무장한 팀이었고, 현대는 예전 삼성처럼 거액의 FA를 바탕으로 한 전력 구축이었다. SK는 김성근 감독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삼성은 지옥훈련이나 군기도 아니고, 거액 FA의 힘도 아니고, 특정 감독의 지도력에 의존하는 팀도 아니다.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시스템의 힘이다. 톱니바퀴가 이탈하지 않는다면 삼성 왕조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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