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뷰포인트] '미생 신드롬'의 비결은? 공감 200% '싱크로율'에 있다
상태바
[뷰포인트] '미생 신드롬'의 비결은? 공감 200% '싱크로율'에 있다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1.13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오소영 기자] “원작 ‘미생’ 그대로다.” “우리 회사 이야기다.”
 
인기리에 연재된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의 드라마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이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연출 김원석)은 '미생 신드롬'이란 말까지 생겨나게 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이는 원작의 맛을 잘 살린 것은 물론, 사회초년생의 삶과 직장 내부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그려낸 덕분이다. 원작과의, 현실과의 ‘싱크로율’을 200% 살렸다.

▲ tvN 금토드라마 '미생'에서 원작과의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김대명(김동식 역), [사진=CJ E&M 제공]

◆ 장그래, 김동식, 한석율… 원작 캐릭터 살린 ‘싱크로율’
 
‘미생’은 원작이 있는 만큼 캐스팅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외적 생김새는 물론, 캐릭터의 성격과 특징을 잘 나타내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주인공 ‘장그래’ 역을 맡은 임시완은 방송 이전에 “원작의 장그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평(?)을 들었다. 원작에 비해 지나치게 곱고 잘생겼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방송이 시작된 후 임시완의 연기는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듣고 있다. 또한 여기에는 외모 또한 한 몫했다. 대부분 드라마 남자 주인공이 남자다운 외모에 큰 체격을 가진 것과 달리 임시완은 어리고 고운 외모에 크지 않은 체격을 가졌다. 때문에 극중에서 바둑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다 새로운 세계에 던져진, 이제 삶을 시작하는 사회초년생 역에 적격이라는 평이다. 시청자들은 장그래를 보며 안쓰러움과 도와주고 싶은 느낌을 받는다.
 
임시완은 인터뷰에서 “연습생 시절을 거쳐 가수가 됐는데 그동안의 어리바리하고 뭔가를 잘 몰랐던 내 모습을 이입해 연기하고 있다. 실제 내 모습을 넣어 쑥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 '미생'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 임시완.

특히 원작 그림체와의 싱크로율 부분에서 호평받는 배우는 김대명과 변요한이다. 김대명은 파마머리의 김동식 대리 역을, 변요한은 5:5 가르마 머리의 능글맞은 신입사원 한석율을 연기한다. 
 
원작이 웹툰이기에 만화에서 얻을 수 없는 캐릭터의 목소리, 억양, 세밀한 습관 등은 배우들이 표현해야 했다. 김대명은 “캐릭터 표현을 위해 뱃살을 유지하고 있다”는 농담이 묻은 진담을 던지기도 했다. 두 사람은 원작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모습으로 이른바 ‘만찢남(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이라고 불리고 있다.

▲ 남다른 친화력을 가진 신입사원 한석율 역의 변요한. 그는 "어느 팀에 가도 어울릴 수 있는 회사원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 바로 '우리 회사 이야기'…현실과의 싱크로율 
 
‘미생’에는 그 흔한 ‘눈물 연기’나 웃기려고 작정한 ‘코믹 연기’가 없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눈물 흘리고 때로는 폭소한다.

이는 과장된 연기를 하기보다는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장그래, 김동식, 한석율 역의 배우들이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면 오상식 과장 역의 이성민, 안영이 역의 강소라, 장백기 역의 강하늘은 실제 회사에 있을만한 인물과 사건을 연기하며 현실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종합무역상사 원 인터내셔널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미생'은 '전문직'을 주제로 다루지만 의사, 변호사 등이 주인공인 다른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큰 사건들이 일어나기보다, 평범하고 무료하게 보이는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히 그려냈다.

▲ 오상식 과장 역의 배우 이성민. "이성민이 아니었다면 누가 오과장을 표현했을까"라는 시청자들의 평을 듣고 있다.

장그래와 호흡을 맞추는 ‘오상식’ 과장 역의 이성민은 실제 직장 생활을 해 본 경험이 없음에도 직장인의 고뇌와 어려움, 즐거움 등 희로애락을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다.
 
최근의 방송분에서 오과장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혔다. 며칠을 생각하고 조사해 사업 프로젝트를 준비했으나 회사 내 다른 세력에 밀려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고, 거래처로 만난 고등학교 동창을 상대로 자존심 없이 '상사맨 정신'을 보여줬지만 일을 얻지 못했다.
 
속상한 마음에 술을 마시고, 부하 직원들에게는 복잡한 마음을 내비치지 않는 오상식 과장,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회사 내 권력 관계 등은 현실의 직장과 다를 바 없었다.

▲ 똑부러지는 신입사원 안영이(강소라 분)는 남자 선배들에게 미움받는다.

그런가 하면 안영이 역 강소라는 이 회사에서 몇 안 되는 여직원 중 하나다. 때문에 작은 실수에도 “이래서 여자와 일하면 안돼” 등의 말을 들었다. 평소 일을 똑부러지게 처리하고 어떤 어려운 일이든 맡아 해내던 안영이가 그런 말들과 상황에 상처입고,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는 모습은 회사의 실제 여직원들을 반영했다.
 
장백기 역 강하늘은 인턴 기간 중에는 주목받았던 인재지만 정식 입사 후에는 그에게 아무 일도 맡겨지지 않아 조바심을 내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에 장백기는 이직을 생각해 보고, 혼자서라도 일을 해 보려 하지만 번번이 꾸중만 듣곤 한다.

이밖에 아이를 돌보며 직장 일을 하는 ‘워킹맘’ 선지영 차장(신은정 분), 적성에 맞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을 그만둬야 할지 매번 고민하는 박대리(최귀화 분) 등이 펼치는 에피소드들도 실제 직장을 잘 그려냈다는 평을 듣고 있다.

▲ 명문대를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한 장백기(강하늘 분)는 기대와 달리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 주어지지 않자 이직까지 생각해 보며 실망한다.

‘미생’의 신입사원들처럼 수개월의 인턴 기간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된 시청자 김진아(가명. 서울 용산구)씨는 “그동안 회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은 실제 회사생활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미생'에는 작은 일 하나로도 오해가 생기고, 스트레스를 받는 회사생활과 심리적인 압박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시청 소감을 말했다.

◆ 원작·현실과의 싱크로율 200%, 비결은 세심한 캐스팅과 각색
 
이는 윤태호 작가의 훌륭한 원작을 비롯해 드라마 '미생'의 제작진들의 세심한 준비 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준비 기간에만 2년 가량이 걸렸다.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는 캐스팅에 대해 "주연급에서부터 단역에 이르기까지 섭외에 공을 많이 들였고 약 60여 명에 달하는 모든 배역들에 캐릭터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캐스팅 과정에 시간을 들여 다양한 입체적 캐릭터를 구축했기에 '미생'은 보다 짜임새있는 구성을 갖출 수 있었다.

김 PD는 연출 방향에 대해서는 “멀리서 보자면 주변 사람들 눈에는 사소해 보이지만 가까이 가 보면 자기 자신에게는 큰 사건일 때가 있다. 이런 부분에서 현실적이고 공감가는 내용을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웹툰을 각색한 정윤정 작가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 그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정립하면서 직장 생활을 경험해 보지 않은 직장인들의 가족들까지 남편이, 아들이 왜 그렇게 술을 마시고 오는지, 야근이 왜 그렇게 많은지 등 가족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관계도를 넓혔다"고 밝혔다.

정 작가는 “드라마의 본질적 갈등 요소를 녹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입히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며 "웹툰과는 또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에서의 캐릭터로 완전히 재창조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는 '미생'의 캐스팅에 대해 "주연급에서부터 단역에 이르기까지 섭외에 공을 많이 들였고 약 60여 명에 달하는 모든 배역들에 캐릭터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캐스팅 과정에 시간을 들여 다양한 입체적 캐릭터를 구축했기에 보다 짜임새있는 구성을 갖출 수 있었다.

‘미생’은 케이블 드라마로 놀라운 성적을 보여줬던 ‘응답하라’ 시리즈와 견줄 만한 화제성과 시청률을 얻고 있다. 주인공 장그래 역의 임시완은 지난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생' 열풍에 대해 “이 이야기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것은 모든 분들이 힘든 삶을 살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응답하라’가 추억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미생’은 현재, 현실에 대해 얘기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에 의미있는 울림을 주고 있다.
 
ohso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