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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슈틸리케 '베스트 11' 마지막 실험, 남겨진 '2%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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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슈틸리케 '베스트 11' 마지막 실험, 남겨진 '2% 과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19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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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 패배에도 박주호-기성용 새 조합 안정적…구자철·김창수 등은 남태희·차두리 비교해 나은 점 없어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울리 슈틸리케(60)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란을 꺾기 위해 베스트 멤버를 모두 내보내겠다고 공언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내보낸 베스트 멤버는 당장 아시안컵을 뛰어도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2%의 부족함도 없지 않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8일(한국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평가전에서 0-1로 진 가운데 내년 1월 호주에서 벌어지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남은 2개월 동안 어떤 점을 보완하고 어느 선수가 더 경쟁력이 있는지를 발견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네 차례 평가전에서 2승 2패를 거두는 과정에서 대표팀의 전력과 선수들의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

한국 축구가 2012년 10월 16일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부터 이란에 3경기 내리 0-1 패배를 기록했지만 성과는 충분했다. 경기 내용에서도 충분히 평가받을만한 경기였다.

경기 장소가 '원정팀 무덤'이라는 아자디 스타디움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경기력은 어느 정도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2% 부족한 부분이 바로 남은 2개월 동안 채워야할 퍼즐이다. 한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일부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을 비롯해 경쟁력이 확실한 선수들을 골라냄으로써 아시안컵을 준비해야만 한다.

◆ 시도 신선했던 박주호-기성용 더블 볼란치, 중원에서 밀리지 않았다

박주호(27·마인츠)와 기성용(25·스완지 시티)의 조합은 신선했고 안정적이었다. 인천 아시안게임과 소속팀을 통해 이미 수비형 미드필더로 성공적인 변신 가능성을 알렸던 박주호는 이란전에서도 기성용과 함께 더블 볼란치를 구축함으로써 중원에서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박주호는 전반 초반부터 이란의 공격을 태클과 파울로 끊어내면서 포백 수비 앞에서 저지선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고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모습 역시 한 템포 빠르게 이어감으로써 공수 연결 고리로 최적이었다.

또 박주호의 안정적인 수비력으로 기성용이 다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박주호가 뒤에서 든든하게 버텨주니 기성용이 앞으로 좀 더 전진해 공격에 수월하게 가담할 수 있었다.

여기에 박주호 역시 공격 가담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두 선수가 동시 또는 번갈아가면서 공격에 가담할 수 있었다. 중원에서 다양한 옵션을 구사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수비까지 안정되면서 이란과 팽팽하게 맞섰다.

박주호가 들어옴으로써 또 하나의 성과는 구태여 기성용이 프리킥이나 코너킥을 차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이날 코너킥은 주로 박주호가 맡아 찼다. 기성용은 코너킥 대신 뒤에서 흘러나오는 공을 중거리 슛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다소 빠져있거나 페널티 지역에 들어갈 수 있었다.

소속팀인 스완지 시티에서도 기성용은 코너킥 대신 장신을 이용한 공격 가담 빈도가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박주호의 프리킥과 코너킥 능력이 있기 때문에 기성용을 활용한 공격 옵션과 안정적인 수비도 가능하게 됐다.

◆ 손흥민과 이청용의 스위칭, 위력을 더하다

이제 손흥민(22·바이어 레버쿠젠)과 이청용(27·볼턴 원더러스)의 좌우 측면 포지션은 큰 의미가 없다. 경기를 하면서 활발하게 자리 바꿈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주로 있는 위치는 각자가 맡은 자리이겠지만 활발한 스위칭을 통해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전반 9분 손흥민의 헤딩슛이 나온 장면이 좌우 스위칭의 가장 적절한 예다. 이청용의 크로스에 이은 손흥민의 헤딩슛 과정에서 각자의 위치가 바뀌었다. 이청용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손흥민은 페널티 지역 오른쪽으로 쇄도하면서 머리에 갖다댔다. 조금 더 헤딩슛이 강하게 됐더라면 상대 수비수의 발에 걸리지 않아 골로 연결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하나 아쉬웠던 것은 손흥민이 활발하게 프리롤처럼 뛴 반면에 이청용은 손흥민에 비해 활동량이 약간 떨어졌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손흥민과 이청용이 동시에 한 쪽으로 몰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로 인해 주로 왼쪽에서만 공격이 이뤄지고 오른쪽을 활용한 공격은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손흥민과 이청용이 90분 내내 자리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를 혼란스럽게 하는 점은 위력적인 원톱 공격수가 없는 현 시점에서 유일하게 공격을 강화할 수 있는 전술이다.

특히 손흥민이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줬다는 점은 아시안컵에서 가장 신뢰할만한 선수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올 시즌 소속팀 레버쿠젠에서 18경기 11골을 넣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첫 한국인 멀티골까지 넣여 쑥쑥 자랑하는 손흥민은 분명 대표팀이 확실한 에이스였다.

◆ 이근호·구자철 '무색무취', 박주영도 존재감 없던 18분

윤석영(23·퀸즈 파크 레인저스)이 전반 1분만에 볼 트래핑 실수로 측면을 공략당한 것 정도는 결정적인 실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축구 경기를 하면서 그 정도의 실수는 나오기 마련이다. 얼마나 그런 실수를 최소화하고 실수 상황에서 협력 수비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날 수만 있으면 된다.

곽태휘(33·알 힐랄) 역시 한발 늦은 수비로 상대의 크로스를 너무 쉽게 허용한 것도 문제점이긴 하지만 이 역시 경기 중에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실수다. 김영권(24·광저우 에버그란데)과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의 중앙 수비 조합보다 곽태휘-장현수(23·광저우 부리)의 조합이 훨씬 안정적이라고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 나섰던 일부 선수들은 확실한 경쟁 우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김창수(29·가시와 레이솔)와 구자철(25·마인츠)이다.

김창수는 런던 올림픽 부상 이후 기량 발전이 멈추고 오히려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오른쪽 풀백 주전으로 모자람이 없지 않았다. 오히려 요르단전에서 활발한 오버래핑을 해줬던 차두리(34·FC 서울) 쪽이 더 만족할만했다.

또 오래간만에 대표팀 경기를 치른 '캡틴' 구자철 역시 남태희(23·레퀴야)와 비교해 경쟁 우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근호의 공격을 지원해주지 못하며 겉돌았다. 손흥민과 이청용의 좌우 측면 공격은 활발했지만 구자철은 한동안 부상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던 탓인지 폼이 떨어졌다. 구자철은 앞으로 남은 2개월 동안 소속팀에서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다.

더욱 고민인 것은 원톱 자원이 전혀 경쟁력이 없다는 점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기대를 걸었던 이근호는 슛과 패스가 한 박자 늦는 바람에 공격의 흐름이 종종 끊겼다. 물론 결정적인 슛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박주영(29·알 샤밥)과 다를 바가 없다.

이근호를 대신해 후반에 교체 출전, 18분여를 뛴 박주영 역시 존재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요르단전에서 박주영의 경쟁력과 경기력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줬지만 이란전에서 어느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동국(35·전북 현대)과 김신욱(26·울산 현대)이 부상으로 아시안컵 출전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남은 두 달 동안 좀 더 확실한 원톱 자원이든, 활로를 찾아야만 하게 됐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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