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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다이노스 구창모, 2007 김광현-2004 권혁 오버랩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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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다이노스 구창모, 2007 김광현-2004 권혁 오버랩 [기자의 눈]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10.1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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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구창모(20·NC 다이노스)는 마치 2007 김광현(SK 와이번스), 2004 권혁(한화 이글스)을 보는 것 같았다.

구창모가 제대로 이름을 알렸다.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구창모는 시원시원하게 공을 뿌려 야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속 150, 151㎞짜리 빠른공이 김재환, 오재일 등 껄끄러운 왼손 타자들의 바깥쪽 존에 팍팍 꽂혔다. 슬라이더도 날카로웠다. 떨어지는 각이 예사롭지 않았다.

박세혁에게 허용한 볼넷은 흠. 이날 성적은 ⅔이닝 2탈삼진 1볼넷 무실점이 전부이지만 기자는 호들갑을 떨어야겠다.

시즌 초반 지켜본 구창모는 시속 140㎞대 초반대 패스트볼을 뿌리던 투수였기 때문이다. 영점도 좀처럼 안 잡혀 볼넷도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군더더기 없는 폼으로 '총알'을 던지고 있었다.

중계를 맡은 SBS의 정우영 아나운서는 “마치 김광현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구위가 정말 좋다. 선발로 손색이 없다”며 “원포인트 릴리프로 쓰기 너무 아깝다”고 극찬했다.

김광현은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4차전에 깜짝 선발로 등판,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SK의 대반격을 알렸다. 인천 안방 1,2차전을 모두 졌던 SK는 이날 승리로 균형을 맞췄고 이후 두 번을 내리 이기고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계약금 7억원을 받고 입단한 김광현은 전년도 한화 이글스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류현진에 한참 못 미쳤다는 이유로 평가 절하당하다가 한국시리즈 역투로 거품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22승 투수 다니엘 리오스였다.

그렇게 김광현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부터 2015 프리미어12 우승에 이르기까지 대표팀 소집 때마다 국가에 헌신하는 대투수로 자랐다.

▲ 시속 150㎞의 공을 뿌리는 구창모.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더 거슬러 올라가면 권혁이 있다. 당시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그는 2004년 플레이오프에서 시속 156㎞의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에 넣어 손쉽게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미디어는 권혁을 권오준과 더불어 ‘쌍권총’이라고 불렀다.

13년이 흘렀다. 고향팀을 떠나 한화에 둥지를 튼 권혁은 너무 많이 던져 구속이 저하됐고 구위도 무뎌졌다. 지금이야 그를 투혼의 상징인 ‘불꽃 남자’로 부르지만 올드팬들은 권혁을 보면 아직도 종종 숫자 ‘156’을 떠올린다.

공교롭게도 상대가 다 두산이고 시점은 10월 날이 추워질 때다. 중간으로 나와 몇 타자만 만나니까, 가을야구라 공 한 개가 소중하니까 훨씬 세게 던졌을테지만 그래도 기자는 영점 잡는 구창모를 보며 김광현과 권혁을 떠올렸다.

정규시즌에서 구창모가 아무리 잘 던져봐야 다이노스 팬들에게, 좀 더 나아가자면 다이노스를 상대하는 팀들의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뿐이다. 즉, 야구팬들이나 좀 안다는 소리다.

포스트시즌은 다르다. 시청자가 배로 늘기 때문에 좀 잘 한다 싶으면 단숨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노출된다. 구창모가 비로소 떴다.

양세종, 서현진의 달달한 러브 스토리를 지켜보려 ‘사랑의 온도’를 기다리던 드라마팬은 뿔났을 터다. 늘어진 야구 중계를 보다 구창모의 시원한 피칭에 조금이라도 화를 누그린 이가 있기를 바라는 건 지나친 바람일까.

구창모를 송골매의 보컬, ‘희나리’를 부른 가수로만 알았던 이들은 이제 NC 왼손 투수 구창모를 기억해줬으면 한다. 권혁이나 김광현처럼 크다면 한국 야구에도 큰 도움이다.

참, 두산이 3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려면 구창모를 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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