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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남한산성' 이병헌, 스타이기에 앞서 '영화인'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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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남한산성' 이병헌, 스타이기에 앞서 '영화인'인 이유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7.10.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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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충무로의 흥행보증 수표,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은 존재감. 배우 이병헌은 데뷔 이후 꾸준히 국내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은 그는 최근 장르불문한 '다작'으로 '소처럼 일하는 배우'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시대극 '남한산성'으로 돌아왔다.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남한산성'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빛나는 영화로 하반기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이병헌과 김윤식의 연기 맞대결 소식은 영화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병헌은 자타공인 충무로 최고 배우다. 그런 그가 '소'처럼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한국영화에 대한 그의 열렬한 팬심 덕분이었다. 영화 앞에서 아직도 소년 같이 설레하는 이병헌의 영화 사랑은 어떨까?

# 이병헌, '남한산성'에서 김윤식을 만나다

 

'남한산성'에서 최명길 역을 맡은 이병헌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남한산성'의 매력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은 이병헌과 김윤식의 날카로운 연기 대결이다. 두 사람은 '남한산성'에서 서로 대립하는 최명길과 김상헌 역을 맡아 갈등을 빚어낸다. 이병헌은 김윤식에 대해 "그동안 만나왔던 배우들과 다른 느낌이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김윤식 씨는 처음보는 스타일의 연기 패턴이었어요. 연기를 하면서 상대 배우와 대사를 나누다 보면 고저(高低)가 느껴져요. 근데 김윤식 씨는 리허설 할 때, 실제 촬영 들어갈 때 다 달라요. 감정을 던져놓고 그 안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변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연기를 함께 하면서는 당황스러웠어요. 이후에는 영화가 어떤 모양새일지 궁금해졌고요."

이병헌은 언론시사회에서 '남한산성'을 처음 봤다.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던 영화 내 김윤식과의 연기 대결을 이병헌은 어떻게 평가할까?

"시사회 때 보고 놀랐어요. 저와 (김윤식이) 달라서 씬이 잘 살아나더라고요. 비슷한 느낌, 취향의 배우와 함께했다면 지루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와 다른 패턴의 배우와 연기로 강하게 부딪치니까 관객의 입장에서는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죠."

# 이병헌이 그리는 '남한산성'의 최명길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 수세에 몰린 조정이 49일간 남한산성에 갇혀 청과의 화친과 척화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대신들의 '말'의 전쟁 가운데 인조는 혼란에 빠진다. 

이병헌은 "인조 역할을 맡았으면 어땠을 것 같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인조 역을 맡은 배우 박해일을 칭찬했다.

 

이병헌은 인조 역할을 맡은 박해일의 연기를 칭찬했다.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박해일 씨에게도 이미 이야기 했어요. 인조 역을 제가 맡았으면 못했을 것 같아요. 박해일 씨가 마지막에 캐스팅 됐는데, 캐스팅 소식을 듣고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박해일 씨는 믿음이 가는 배우니까요."

그렇다면 이병헌이 생각하는 최명길은 어떤 사람일까? 이병헌은 자신이 맡은 최명길을 "외계인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최명길은 굉장히 정적이고 부드럽고 소신이 분명하고 예를 지키는 사람이죠. 무서우리만큼 이성적이에요. 정적인 김상헌을 버리지 말라고 인조에게 조언하기도 하죠. 상대 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감성적인 부분이 커서 배우라는 직업을 하고 있어요. 저는 우유부단한 인조 쪽에 가깝지 않을까요?(웃음)"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병자호란 당시 사대부들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최명길을 연기한 이병헌도 마찬가지였다.

"이 시대의 사람이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많아요. 그 시절의 맥락에서는 정석이지만 현대에는 우스운 부분이 있잖아요. 최명길이 말하는 백성을 지키려는 '삶'의 태도는 현대에는 박수받지만 당시에는 외계인 같은 사람으로 비쳐졌을 거예요."

# 배우, 그리고 '영화 팬' 이병헌

이병헌은 장르, 시대를 불문하고 다작을 하는 배우로 손꼽힌다. 지난해인 2016년 이병헌은 할리우드에서 '미스컨덕트', '매그니피센트7'에 출연했다. 국내에서는 '마스터', '싱글라이더''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그야말로 '열일'을 하며 한 해를 보냈다.

이병헌이 이렇게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병헌은 "욕심이 생겨서 그렇다"며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병헌은 한국 영화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현재를 사는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조금 뒤의 시대에는 2010년대의 한국영화, TV드라마, 케이팝이 전성기였구나 깨달을 수도 있어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다 보면 한류의 위상이 새롭게 느껴지거든요. 과거 홍콩 느와르 영화의 전성기, 일본 TV 드라마의 전성기였을 때처럼 한국 영화 역시 시기가 지나고 나면 '그때가 전성기였겠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영화들이 등장할 때, 좋은 시나리오들이 있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연기를 하고 싶어요."

이병헌은 다양한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다른 배우들처럼 '연기 변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걸까? 이병헌은 "그런 생각은 안한다"며 작품과 시나리오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연기 변신을 가장 최우선에 두다 보면 좋은 작품을 놓칠 수 있어요.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너무 좋으면 출연을 결정해요. 좋은 작품이 제게 오면 생각을 가둬놓지 않아요."

이병헌은 국내 뿐만이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미국의 영화 제작 환경과 한국은 어떻게 다를까? 

"확실히 한국이 편해요.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죠. 미국에서 촬영하면 마음이 불안한 느낌이에요. 아쉬울 때도 있고요."

이병헌이 출연하는 프랜차이즈 영화 '지아이조'의 후속작 계획은 어떨까? 이병헌은 "드웨인 존슨의 스케줄에 맞춰야 한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드웨인 존슨은 다른 점이 있어요. 할리우드에서 투자하는 측도 드웨인 존슨의 출연작에는 걱정을 하지 않을 정도의 위상이죠"

 

이병헌은 2017년 겨울 '그것만이 내 세상'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병헌은 2017년 하반기 '그것만이 내 세상'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것만이 내 세상'에 대해 이병헌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 영화는 제가 극장에서 많이 보게 될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제 영화가 개봉하면 극장에 정말 많이 갔어요. 관객들이 많이 웃는 영화는 극장에서 제가 함께 즐길 수 있어요. 관객 반응이 즉각적이니까, 배우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죠. 관객들이 반응하고 웃어주면 힘들었던 촬영 기간을 보상 받은 기분이 들어요."

지금은 충무로 최고의 배우로 손꼽히는 이병헌이다. 배우가 아니었다면 그의 삶은 다른 모습이었을까? 이병헌은 "진짜 뭐가 됐을지 모르겠다"며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만약 한다면 무언가 만드는 일이 아닐까요? 영화를 너무 좋아하니까 연출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도 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 진로에 대해 막연했을 때는 영화감독이 되어볼까라는 생각도 해봤죠. 배우는 전혀 생각도 해본 적 없어요. 나와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릴 때는 극장의 냄새, 분위기, 스크린의 크기 그런 것들을 좋아했어요."

[취재후기] 이병헌은 인터뷰 곳곳에서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가장 행복하다는 배우 이병헌. 그는 영화 '남한산성'에 대해서도 애정을 듬뿍 표현했다. 

"제 필모그래피에 이런 영화가 있을 수 있다는게 뿌듯해요. 진짜 좋은 영화를 찍었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이병헌의 '열일'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영화를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그의 다음 작품은 어떤 영화일까? 이병헌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된 이유는 영화에 대한 남다른 사랑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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