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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심재명, '빅매치' 심보경...자매 제작자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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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심재명, '빅매치' 심보경...자매 제작자 대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1.28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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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남다른 기획력', 동생 '선굵은 장르영화'에 강한 면모

[스포츠Q 용원중기자] 명필름 심재명(51) 대표의 ‘카트’와 보경사 심보경(47) 대표의 ‘빅매치’.

할리우드 대작들과 한국영화 격돌이 벌어지는 11월 극장가에 두 자매의 한국영화가 보름 간격으로 간판을 올려 눈길을 끈다.

지난 2007년 벌어진 홈에버 사태를 모티프로 만들어진 부지영 감독의 ‘카트’(11월13일 개봉)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을 파고든다. 노동 이슈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는 최초의 상업영화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을 입에 붙이고 사는 ‘더 마트’의 계약직 계산원인 두 아이의 엄마 선희(염정아)와 싱글맘 혜미(문정희), 청소원 순례(김영애)를 중심으로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애환과 비정한 현실이 절제된 감성으로 녹여져 있다.

▲ 심재명 대표와 '카트'

최호 감독의 ‘빅매치’(11월27일 개봉)는 서울 도심을 무한질주하는 ‘무대뽀’ 격투기 선수 최익호(이정재)의 활약상을 다룬 호쾌한 오락 액션영화다. VVIP들만을 위해 비정한 게임을 설계하는 악당 에이스(신하균)에 의해 납치된 형(이성민)을 구하기 위해 에이스로부터 받는 단계별 미션을 정해진 시간 안에 소화해야만 하는 익호의 절박한 액션이 스피디하게 펼쳐진다. 명확한 선악구도, 속도감 넘치는 전개, 화려한 액션의 3박자를 잘 갖춘 ‘잘 빠진’ 오락영화다.

두 작품을 통해 두 여성 제작자의 스타일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한국 영화산업을 이끈 대표적인 여성제작자 심재명 대표는 1988년 서울극장 겸 합동영화사 기획실에 입사하며 영화계에 발을 내디뎠다. 93년 광고기획사·매니지먼트사에서 일하던 동생 심보경, 독립영화단체 ‘장산곶매’에서 ‘파업전야’ 등을 제작했던 남편 이은과 의기투합해 명필름의 전신인 명기획을 설립, 본격적인 영화제작에 뛰어들었다. 심 대표는 남들이 잘 시도하지 않는 소재와 기획에 능하다. 메시지, 스토리텔링, 만듦새에 공을 들인다.

그의 손길을 거친 영화들은 한국영화사에 크든 작든 의미 있는 노둣돌을 세웠다. ‘접속’ ‘조용한 가족’ ‘해피엔드’ ‘섬’ ‘공동경비구역 JSA’ ‘와이키키 브라더스’ ‘바람난 가족’ ‘후아유’ ‘YMCA 야구단’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남쪽으로 튀어’ ‘건축학개론’ '관능의 법칙' '화장' 등 관객이 믿고 보는 영화들을 속속 제작하며 명필름을 ‘웰메이드 영화의 종가’로 자리잡게 했다.

▲ 심보경 대표와 '빅매치'

심보경 대표는 '접속'(1997)으로 프로듀서 데뷔한 뒤 '공동경비구역 JSA' '후아유' '바람난 가족' 등 명필름 영화 제작 전반을 이끌었으며, 2005년 보경사를 설립해 2008년 ‘걸스카우트’ ‘고고70’을 관객에 선보였다.

장르영화, 남성적이고 선 굵은 액션영화에 강점을 보여 마약 담당 형사와 판매상의 이야기인 황정민 류승범 주연의 액션누아르 ‘사생결단’의 기획, 유나이티드픽쳐스 이사로 '아저씨' '하울링' '전우치' '초능력자'의 제작관리·투자를 진행했다. 보경사를 통해 6년 만에 내놓는 신작인 ‘빅매치’의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며 자신의 기호 그리고 장점을 한껏 살려낸 심 대표는 대중성을 지닌 상업영화에 촉이 발달했다는 평가를 듣곤 한다.

제작자는 영화의 출발부터 완성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인물이다. 갈등을 중재하고 구성원들을 다독이며 매 순간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투자자와 감독 사이에서,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끊임없이 조율하고 중재하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두 여성 제작자의 공통점은 이러한 역할을 흠결 없이 소화한다는 점이다. 특히 마케팅 업무부터 출발했기에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와 관객의 니즈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이에 기반한 기획력이 뛰어나다.

한국영화계를 이끄는 여성 제작자이자 프로듀서인 심재명-보경 대표. 관객이 있는 현장에서 조우한 두 자매의 신작 평가는 과연 어떻게 이뤄질까.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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