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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문화계 '죽음'으로 삶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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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문화계 '죽음'으로 삶을 이야기하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2.0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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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목숨' '님아...', 무용 '이미 아직', 서적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 열기

[스포츠Q 용원중기자] 연말 문화계가 '죽음'을 주목하고 있다.

개봉 전 관객 평점 9.4를 기록하며 주목받는 다큐멘터리 영화 '목숨'(12월4일 개봉)과 독립영화 사상 최단 기간 10만 관객을 돌파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비롯해 출판, 공연계에서 ‘죽음’ 키워드가 각광받는 중이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호스피스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21일. 이창재 감독의 '목숨'은 호스피스에 들어온 4명의 말기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였던 평범한 사람들이 죽음을 준비하며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통해 ‘죽음’이 누군가에게만 일어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다가오는 보편적인 일임을 시사한다.

▲ '목숨'(사진 위)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더불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환자들의 모습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의미없이 보냈던 이들에게 주어진 하루를 감사하면서 살아가게 한다. 영화는 최루성으로 진행되기보다 절망과 희망, 흥겨운 노래와 비가, 오열과 행복한 웃음을 동반한다.

대국민 시사를 통해 영화를 먼저 본 관객들은 SNS를 통해 "올해 최고의 영화" “사랑하는 이들과 꼭 함께 봐야 할 영화”로 강력 추천에 나섰다. 영화는 쟁쟁한 국내외 블록버스터들이 포진해 있는 12월 극장가에 가족단위를 비롯해 학교·종교단체·지역단체·호스티스 유관 기관 등 단체관람 및 예매가 이어지며 예매율 4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감독 진모영)는 98세 고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 노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개봉주말 40%에 육박하는 좌석 점유율로 일찌감치 화제를 일으킨데 이어 개봉 7일 만인 3일 독립영화 사상 최단 10만 관객 돌파를 이뤄냈다. '워낭소리'보다 13일, '한공주'보다 2일이나 앞선 기록이다.

김성희 CGV아트하우스 큐레이터는 "죽음에 대해 슬픔과 고통의 차원으로 접근하지 않고 삶의 순환과 자연의 섭리로 접근하는 점에 관객의 발길이 몰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횡성의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부부의 76년에 걸친 애틋한 사랑과 더불어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관객의 누선을 지긋이 자극한다.

한국 장례문화에서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인형 꼭두를 모티브로 한 무용 공연 '이미 아직'은 전통을 바탕으로 동시대 탐구를 지속해온 안애순 예술감독의 신작이다. 올해 5월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초연돼 한국 현대무용의 진수를 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내년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프랑스 샤이오 국립극장에 초청받았다.

미국 예일대 교수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6위(인터넷 교보문고 11월 다섯째주)로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 11월3~5일 EBS에서 방영돼 강렬한 인상을 남긴 EBS 다큐프라임 생사탐구 대기획 ‘데스’ '죽음'이란 책으로 출간됐다. 죽음에 대해 과학적, 학문적으로 접근한 이 책은 죽음 관련 최신 논문과 국내외 100여 명 학계 권위자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물리학, 의학, 심리학, 역사학, 철학 논증과 다양한 방법으로 죽음을 탐사한 다큐멘터리 ‘데스’의 1년에 걸친 제작 과정과 방송에서 공개되지 않은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연말 문화계에 ‘죽음’ 키워드가 각광받는 이유는 올해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그 어느 때보다 안타까운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면서 많은 이들이 ‘죽음’이 더이상 자신과 먼 일이 아니라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의 발달로 '100세 시대'로 접어들며 '웰빙(Well-being)'에 이어 삶을 아름답게 살고 잘 마무리하는 '웰다잉(Well-dying)'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트렌드와 맞물리며 관심이 증폭하는 상황이다.

'목숨' '이미 아직'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은 죽음을 통해 삶을 성찰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도록 잔잔한 울림을 던진다. 사는 게 무섭고 두려웠던 이들, 죽음은 일상 밖으로 내놓고 살아왔던 이들 모두 죽음을 마주하며 얻는 위로와 정화로 인해 한겨울 한파를 녹이는 뜨거운 체험을 하고 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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