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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 '저글러스' 제목 뜻은? 비서 직업 재조명한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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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 '저글러스' 제목 뜻은? 비서 직업 재조명한다더니…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7.12.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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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각종 드라마에서 비서는 보통 '높으신 분'들의 안위를 살피고 잡일을 처리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만큼 일반 시청자들은 비서에 대한 몰이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실제 비서들은 어떤 일들을 할까?

드라마 '저글러스'(극본 조용·연출 김정현)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부속품 캐릭터 취급 당하던 '비서'라는 직업에 집중한 드라마다. 제목인 '저글러스' 뜻 역시 '저글링'(여러가지 물체를 공중에서 회전시키는 묘기) 하듯 각각의 일들을 능수능란하게 처리하는 비서들을 일컫는 말이다. '저글링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인 셈이다.

 

'저글러스'에서 좌윤이(백진희 분)은 비서로 등장한다. [사진 = KBS 2TV '저글러스' 방송화면 캡처]

 

그러나 드라마 '저글러스'는 비서라는 직업의 전문성을 재조명하기는커녕 오히려 편견만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저글러스'는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드라마로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잘 따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비서 직업군에 대한 이해는 부족해 보인다는 비판이 여러번 제기되고 있다.

26일 방송된 '저글러스' 8회에서는 또다시 문제의 장면이 나왔다. 바로 '접대' 장소에 비서인 좌윤이(백진희 분)가 함께한 것이다. '룸'이라고 일컬어지는 유흥업소에서 거래처 접대를 하게 된 최다니엘과 부서원들은 공유 부장(정성호 분)의 급한 사정으로 대신 비서인 백진희를 부른다. 백진희는 거래처 남성에게 술을 따르고 성희롱을 당하는 등 부적절한 처사를 당한다. 

과거에도 '저글러스'에서는 유흥업소에 백진희가 비서로서 동석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같은 장면은 '을'인 비서들의 애환을 그려내는 에피소드지만 한편으로는 비서라는 직업을 폄훼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또한 주로 여성인 비서들에 대한 성차별적인 뉘앙스도 포함되어 있다.

 

'저글러스'에서 또다시 유흥업소 접대 장면이 등장했다. [사진 = KBS 2TV '저글러스' 방송화면 캡처]

 

'저글러스'에서 해당 '룸살롱' 장면은 해당 장면의 부당함보다 남자주인공인 최다니엘의 멋진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됐다. 최다니엘은 "내 비서가 이런 자리에 있는 게 싫다"며 멋있게 백진희를 빼내고, 백진희는 그런 최다니엘에게 설렌다. 이런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백진희가 당했던 부당함은 로맨스를 위한 '땔감'으로 쓰인다.

백진희와 최다니엘의 로맨스 역시 비서라는 직업에 대한 몰이해를 더해주고 있다. 자신의 직장 상사이자 담당인 보스 최다니엘과 백진희가 사랑에 빠지는 모습은 비서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강조했다고 보기 어렵다. 남성 보스와 여성 비서의 러브라인은 그동안 많은 드라마에서 만들어 낸 판타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결국 '저글러스'는 비서라는 특수한 직업군을 다루면서 해당 직업군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됐다. 직업인으로서 비서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전개다.

결국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 만큼 '저글러스'의 판타지적 비서 묘사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비서로서 각 캐릭터들의 고충과 삶의 애환이 아닌 '뻔'한 로맨스 전개만이 계속되는 '저글러스'가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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