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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해체 엄포'에 아연한 축구계, "어려운 지경으로 몰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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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해체 엄포'에 아연한 축구계, "어려운 지경으로 몰지마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09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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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도지사 "팀 해체 등 대책 강구"…"4만여 도민 힘으로 만든 구단을 마음대로?" 비판 목소리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경남FC의 구단주인 홍준표 도지사가 던진 말이 축구계를 강타했다. 판정문제를 제기한 성남FC 구단주 이재명 성남시장의 발언이 축구계를 뒤흔들더니 이제는 2부리그로 강등됐다고 아예 팀 해체까지 말하는 실정이다.

홍준표 도지사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년 동안 새로 선임된 경남FC 지도부를 믿고 어려운 도 살림에도 불구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왔다. 그런데 경남FC는 그 기대에 반하게 2부리그로 전락했다"며 "프로는 결과로 말하고 과정은 따지지 않아야 한다. 경남FC의 지도부 무능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별감사를 실시해 문제점을 살피고 그에 따라 팀 해체를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팀 해체를 공식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팀 해체까지 불사한다는 발언은 축구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특히 홍 지사가 이미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전력까지 있기 때문에 팀 해체는 이미 정해진 수순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 "강등되면 무조건 해체해야 하나" 불편한 시선

K리그가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로 나뉘면서 본격적으로 승강 시스템이 도입된 후 강등의 칼날을 맞은 팀은 상주 상무와 광주FC, 대전, 강원FC 등 네 팀이었다. 이 가운데 군 팀이라는 특성이 있는 상주 상무를 제외하면 나머지 세 팀은 모두 시도민 구단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어느 팀도 해체된 적은 없다.

오히려 아픔을 겪은 뒤 도약했다. 2012년 K리그 후반기를 보이콧하면서 스스로 강등의 길을 선택했던 상주는 2013년 K리그 챌린지 우승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활약했다. 또 대전은 2013 시즌 최하위를 기록한 뒤 2014 K리그 챌린지 우승을 통해 자동 승격됐다. 상주와 함께 강등됐던 광주는 올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4위를 차지한 뒤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 승리와 함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경남을 제치고 승격에 성공했다.

이처럼 강등이라는 칼날을 맞고 2부인 K리그 챌린지에서 뼈를 깎는 체질 개선과 경쟁력 향상을 통해 얼마든지 승격을 할 수 있는데 강등됐다고 무조건 해체를 고려한다는 것은 구단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페이스북에 홍 지사의 팀 해체 고려 글이 올라오자 축구팬들은 일제히 댓글을 통해 비난하고 나섰다.

김모 씨는 "구단의 최고 책임자는 구단주인 홍준표 도지사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무엇을 물심양면 지원했느냐"며 "승강 플레이으포 경기날에 산에 갔다더라. 이재명 성남 구단주는 경기장에서 함께 뛰던데 참 비교된다"고 성토했다.

또 최모 씨도 "영세한 시민구단임에도 플레이오프가 있던 시절에는 플레이오프 경쟁권, 스플릿 도입 이후에는 상위 스플릿을 두고 경쟁했다. 비록 시즌 중이었지만 리그 1위까지 올라가본 적이 있는, 중상위권을 다투던 알짜배기 구단이었다"며 "하지만 경남FC의 성적이 지난 2년 동안 곤두박질친 것은 홍준표 도지사 부임과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깨닫길 바란다"고 일침을 놨다.

박모 씨는 "퀸즈파크 레인저스는 첫 시즌에 1500억 넘게 쓰고 부채까지 생긴데다 성적은 바로 강등당하고도 구단주는 해체라는 말도 꺼내지 않았다"며 "이후 전체적으로 리빌딩해서 바로 다음 시즌에 승격하는데 성공했다. 해체하자는 말은 '나는 무능력하다'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홍준표 도지사가 지난 2012년 12월 부임한 이후 경남FC가 치른 두 시즌 성적은 좋지 못했다.

창단 첫 시즌인 2006년에는 14개팀 가운데 12위에 그쳤지만 2007년에는 5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도 했다. 2008년 8위, 2009년 7위에 이어 2010년에는 6위에 올라 두번째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뤄내기도 했다. 경남은 2011년과 2012년에도 8위에 올라 꾸준히 중위권을 찍었다.

그러나 홍 지사가 부임한 뒤 첫 시즌인 지난해 11위에 그친데 이어 올 시즌 역시 12개팀 가운데 11위에 그친 뒤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강등의 칼날을 맞고 말았다.

◆ "어려운 지경으로 몰지 말아달라" 축구인들의 애절한 바람

경남FC가 개인 사비로 만들어진 구단이 아닌 4만여 경남도민들의 도민구 공모에 힘입어 창단됐다는 사실 역시 홍 도지사가 함부로 해체를 말할 위치에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 경상남도가 도지사가 바뀌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팀을 떠난 선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현재 전남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문장 김병지(44)가 바로 그런 경우다. 김병지는 2012년까지 경남에서 활약했다가 지난 시즌부터 전남에서 뛰고 있다.

▲ 한때 경남FC에서 뛰었던 김병지가 8일 서울 서초구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셰어 더 드림 풋볼매치 2014 미디어데이에서 경남FC의 해체 엄포 소식에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경남 밀양 출신으로 밀양중학교와 부산 알로이시오기계공고를 나온 김병지는 경남을 마지막 팀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김병지는 2012년 시즌 중반만 하더라도 "경남에 뼈를 묻겠다. 자유계약선수가 되지만 경남에서 대우를 해준다면 경남에서 은퇴하겠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2012년 12월 도지사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김병지는 철저하게 낙오됐다. 2012년 구단주 역할을 해야 할 도지사의 공백으로 경남FC 역시 선수 관리에 대해 소홀해졌고 이 과정에서 김병지는 구단으로부터 제대로 제의도 받지 못했다. 결국 김병지도 전남으로 떠날 결심을 했다.

당시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김병지도 경남FC의 해체 엄포 소식에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김병지는 8일 서울 서초구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셰어 더 드림 풋볼매치 2014' 미디어데이에서 "폭풍우가 치고 파도가 일어도 어려움을 극복할 때 기쁨을 느낀다. '그래도 계속 가라'라는 책에 나온 구절이다. 어려운 시기지만 그래도 계속 가야 한다"며 "긍정적인 것들을 찾아내고 어려움을 극복해낸다면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2부로 떨어졌지만 1부로 다시 올라가겠다는 희망을 품는 팀을 많이 봤고 실제로 승격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어 김병지는 "경남FC 역시 나중에 기회가 올 것"이라며 "경남FC가 어려운 상황까지 가지 않았으면, 어려운 지경까지 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남FC를 사랑하는 팬들 역시 축구를 끝까지 사랑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홍명보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런 상황들을 전체적으로 이끌어 가기에 충분할만큼 축구계가 건강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몇 가지 사태를 본 것으로 봐서는 누구 하나의 역할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며 "모두가 전문가라고 생각했지만 그 누구도 전문가가 아니었다. 모두가 반성해서 재도약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도 "프로축구가 좋았을 때보다는 위기가 더 많았던 것 같다"며 "최근 상황이 하루이틀만에 벌어진 일은 아니다. 모두 책임이 있다. 함께 노력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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