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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대업' 즈베레프 멘붕... 이형택 랭킹 근접, 조코비치 나와라! [2018 호주오픈 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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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대업' 즈베레프 멘붕... 이형택 랭킹 근접, 조코비치 나와라! [2018 호주오픈 테니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8.01.2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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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정말 대단한 정현(22·한국체대)이다. 한국 테니스 선수가 맞나싶은 황홀한 플레이였다. 세계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21·독일)의 멘탈이 붕괴됐다.

세계랭킹 58위 정현이 ‘초대형 사고’를 쳤다.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4회전에 안착했다. 2007년 9월 이형택(42) 이후 맥이 끊겼던 메이저대회 16강 쾌거다.

경기 시간이 3시간 23분에 달했다. 1-1에서 3세트를 내줬을 때만 해도 패색이 짙어 보였으나 돌이켜 보니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 정현은 4,5세트에서 즈베레프를 압도했다.
 

메인 코트인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를 메운 관중들은 정현의 움직임에 박수를 보냈다. 지난 시즌 5차례, 통산 6회 투어 정상에 오른 ‘대세’ 즈베레프가 그렇게 무너졌다.

5세트 중반 즈베레프는 폭발했다. 정현이 강력한 스트로크로 분위기를 주도하자 라켓을 내던지고 발로 밟아 파손시켰다. 평정심을 잃은 그를 정현은 더욱 몰아붙였다. 5세트 게임 스코어는 6-0 셧아웃이었다.

정현은 1981년 US오픈 여자단식 이덕희(65·은퇴), 2000년과 2007년 US오픈 남자단식 이형택 이후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 남자 선수로는 두 번째 메이저 16강에 진출했다.

정현의 신장은 187㎝. 즈베레프는 198㎝이다. 11㎝ 작은 정현은 지난해 바르셀로나오픈 16강 2-0에 이어 이번에도 3-2(5-7 7-6<7-3> 2-6 6-3 6-0)로 이겨 ‘즈베레프 천적’이 됐다.
 

즈베레프 형제가 정현이 두려울 터다. 앞서 1회전에서는 알렉산더의 형 랭킹 35위 미샤 즈베레프를 3-0으로 완파했기 때문이다. 나흘 뒤 정현은 이번엔 훨씬 젊고 실력 좋은 동생마저 눌렀다.

정현이 한 자릿수 랭커를 울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랭킹 13위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스페인)과 다비드 고핀(벨기에)을 한 차례씩 물리친 게 최고 성과였다.

정현은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21세 이하 최고 8인이 겨루는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정상에 올라 테니스계 차세대 선두주자로 공인받았으나 당시엔 알렉산더 즈베레프가 불참했다.

우월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계보를 이을 것으로 평가받는 즈베레프를 꺾음으로써 품격을 격상시킨 정현이다.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종목 테니스에서 국제적 인지도를 쌓은 정현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손흥민과 달리 병역 걱정이 없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획득, 면제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동양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20대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현재 페이스로 볼 때 앞날은 창창하다.

정현은 역대 한국인 최고 랭킹인 이형택의 36위도 넘볼 수 있게 됐다. 40위권 진입은 확실하다. 호주오픈 16강 대업을 일궈 이미 상금만 24만 호주달러(2억 원)를 확보했다.

정현은 4회전에서 조코비치-알베르트 라모스 비놀라스(스페인, 22위) 승자와 붙는다. 조코비치와 리턴매치가 기대된다. 2016 호주오픈 1회전에서 0-3(3-6 2-6 4-6)으로 졌던 기억이 있다.

한때 세계 테니스계를 호령했던 조코비지이지만 현재는 랭킹이 14위까지 떨어졌다. 2년간 무럭무럭 성장한 정현이 즈베레프를 제압한 기세로 덤빈다면 이변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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