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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기자'가 주인공이 되는 시대, '피노키오', '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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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기자'가 주인공이 되는 시대, '피노키오', '힐러'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2.12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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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언젠가부터 기자들은 '쓰레기'라 불리게 됐다. '쓰레기같은 기자'를 줄인 신조어 '기레기'가 생겨났다. 이런 와중에 기레기도, 기자도 등장하는 드라마들이 있다. KBS 2TV의 '힐러', SBS의 '피노키오'다.

'제목 낚시'로 클릭을 유도할 때, 노출 심한 사진으로 '어그로'를 끌 때 등, 다양한 이유로 기자들은 '기레기'란 말을 듣는다. 이중 '피노키오'에서 문제적으로 다루는 측면은 송차옥(진경 분)으로 대표되는 "팩트보다 임팩트"를 외치는 기자다.

▲ '기자'를 소재로 한 드라마 SBS '피노키오', KBS 2TV '힐러'. [사진=SBS, KBS 제공]

극중 최달포(이종석 분)가 비극적인 과거를 가지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송차옥은 최달포의 아버지 기호상이 엮인 사고에서, 기호상이 도중 실종되자 그를 '동료들의 죽음의 책임에서 도망친 파렴치한'으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최달포의 가족은 바다에 몸을 던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언론의 무리한 보도로 희생자가 생긴 셈이다.

"시청자에게 먹히는 건 팩트보다 임팩트야. 소방대원이 아홉 명이나 죽었어. 우리는 지금 그 원망을 들을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게 무리한 사고진압을 지시한 기호상이야.('피노키오' 1화)"

시청자들은 직업 윤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 송차옥을 보며 분노한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는 '왜곡 보도'에 분노하기보다, 그 보도에 휩쓸리는 경우가 더 많을 듯하다. 송차옥 역의 배우 진경은 최근 인터뷰에서 "'피노키오'는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혹시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피노키오'는 그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드라마다.

▲ SBS '피노키오'의 송차옥(진경 분)은 "팩트보다 임팩트"를 외치는 기자, KBS '힐러'의 김문호(유지태 분)는 약자의 편에 서는 기자다.[사진=SBS, 나무엑터스 제공]

'힐러'에는 약자의 편에 서는 기자 김문호(유지태 분)가 등장한다. 김문호는 보도가 필요한 현장에 찾아가 피해자들과 아픔을 나누고, 뉴스룸 안에서는 뼈있는 한 마디로 시청자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큰 사건을 캐내 특종도 몇 번 터뜨려 유명하다.

극중 김문호는 해고 반대 시위에서 분신을 시도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부상자가 있는 병원에 찾아갔다. "내 얘기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노동자의 메시지를 본 김문호는 이후 생방송 중 사건에 대해 보도하다 대본에 없던 말을 꺼낸다.

"그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데는 더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피해자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어느 신문에도 자신들의 이야기는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저도 명색이 기자인데, 그 분이 그렇게 되고 나서야 인터뷰를 하러 갔으니까요. 산업 해고 사태는 우리의 취재 대상이 아니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그 분이 석유를 몸에 붓고 불을 지른 것은 바로 우리 기자들 때문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을 해고한 사측 입장에서 보도하던 방송국 스태프들은 한숨을 쉰다. 뉴스를 보던 채영신(박민영 분)은 그를 롤모델로 기자의 꿈을 꾼다. '힐러'의 김문호는 비현실적인 영웅같은 기자다.

사실 '기자'는 '기록하는 사람'의 뜻으로, 사실만 담는다면 제 몫을 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송차옥이 팩트만을 보도했다면 이는 극중 중요한 장치로 쓰이지 못했을 것이고, 김문호가 제 소신을 밝히지 않았다면 이 또한 중요 장면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시청자들에게 극적 재미를 줘야 하기에 그에 걸맞는 배경과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극중 주인공의 직업으로는 등장하지 못했던 기자들이, 이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기자의 기본 윤리조차 지키지 않는 '기레기'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피노키오'와 '힐러'는 '기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객관 보도와 진실보도마저 사명감, 양심으로 여겨지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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