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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드라마 성공, '비율의 미학'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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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드라마 성공, '비율의 미학'에 달렸다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2.02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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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내일도 칸타빌레', '미녀의 탄생', '미스터백'…. '기대작'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쏟아져 나온 드라마들은 많지만, 이들 중 시청자를 꾸준히 끝까지 끌고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시청자의 마음을 끄는, 혹은 끌지 못하는 작품의 차이는 무엇일까.

해답은 '공식'이다. 최근 성적이 부진한 드라마들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드라마 공식'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코믹함, 진지함, 판타지, 리얼리티 등 극을 구성하는 요소 중 어느 한 부분이 강조되기보다는 이 요소들이 적절한 비율을 맞출 때 시청자는 몰입한다. 드라마의 성공에는 이런 '비율의 미학'이 필수적이다.

◆ '코믹', '오버'의 향연, 진지함의 부재…'모던파머', '내일도 칸타빌레'

요즘 드라마 소개에 빠지지 않는 키워드 중 하나는 '코미디'다. KBS 2TV '내일도 칸타빌레'는 일본 '노다메 칸타빌레' 만화를 원작으로 하며 4차원적 캐릭터 설정에 '버럭' 대사, 몸 개그 등 유머코드를 넣었다. SBS '모던파머'는 시트콤 '푸른거탑', '안녕, 프란체스카' 등을 선보여 온 김기호 작가가 아예 시트콤을 쓰듯 극본을 집필하는 경우다.

▲ SBS 드라마 '모던파머'는 귀농한 밴드 4인방과 미혼모 마을 이장이 펼치는 코미디다. [사진=SBS 제공]

코미디는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지만, 한 시간 가량의 드라마가 코미디로만 이뤄졌을 때 시청자들을 끝까지 잡아놓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시트콤의 경우 회마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고, 분량이 보다 짧다. 때문에 코믹한 내용만으로도 시청자는 내용에 몰입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분량이 길고, 하나의 회차 안에서 이야기가 완결되기보다 다음 회차를 궁금하게 만드는 연재 개념의 드라마에서, 코미디만 있는 경우는 오히려 내용이 지루해진다. 코미디 요소가 있더라도 극의 흐름을 바꿔주는 반전적 모습이나 진지함이 필요하다.

'내일도 칸타빌레'와 '모던파머'의 대부분 등장인물들은 진지하기보다는 코믹한 설정이다. 시트콤에서 볼 수 있는 '오버 연기'가 주를 이룬다.

방송 관계자 ㄱ씨는 "'모던파머'에는 붕 뜨는 캐릭터들만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남자 주인공 넷을 명랑하고 쾌활하게 설정했다면 여자 이장은 중견배우 김수미가 어울릴 만한 캐릭터로 설정해야 했다. 이 경우 극의 중심도 잡아주면서 감동도 안겼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 '판타지'에 갖춰야 하는 개연성, 리얼리티…'미스터백', '미녀의 탄생’

SBS '미녀의 탄생'은 전신 성형수술로 아주머니 사금란(한예슬 분)이 예쁘고 날씬한 사라로 새 인생을 사는 내용이다. 사라는 바람을 핀 남편을 상대로 한태희(주상욱 분)와 손잡고 복수를 펼친다.

MBC '미스터백'은 70대 노인 최고봉(신하균 분)이 30대로 젊어진 얘기다. 최고봉은 은하수(장나라 분)를 좋아하게 되고 자신의 회사에 들어가 신분을 속이고 산다. 신하균-장나라의 조합과 주연배우들의 열연은 눈여겨 볼 만하나, 드라마 자체가 가지는 이야기의 힘은 약하다.

▲ MBC 드라마 '미스터 백'. 70대 노인이 30대로 하루 아침에 젊어진 후 벌어지는 일들이다.[사진=MBC 제공]

이들 드라마의 경우, 기본 설정인 판타지에 비해 리얼리티가 갖춰지지 않은 경우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일수록 확실한 개연성과 자세한 설정을 갖춰야 한다.

큰 인기를 끌었던 '별에서 온 그대'나 '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은,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이 등장한다거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을 한다는 설정이었으나 이야기의 개연성과 현실적인 디테일 덕에 시청자 몰입에 문제가 없었다.

'미녀의 탄생'은 한예슬의 복귀작으로 방송 초반 관심을 모았으나 지난달 30일 방송된 최근화는 6.9%의 시청률로 자체 최저시청률을 기록했다. '미스터백' 또한 최근 같은 시간대에 방송하는 '피노키오'에 밀려 시청률 2위로 내려앉았다.

시청자 김정윤(25·서울 동대문구) 씨는 "출연 배우의 팬이라서 본방 사수는 하고 있지만, 드라마는 점점 재미가 없어진다. 아무리 드라마라도 말이 돼야 본다"고 말했다.

◆ 비율 적절한 '전설의 마녀', '피노키오'…공식 벗어난 드라마는 '아직은 실험'

이런 상황에서 MBC '전설의 마녀'와 SBS '피노키오'는 선전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들보다 확연하게 뛰어난 측면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비율의 적절함이 역할을 한 경우다.

'전설의 마녀'의 경우 코미디가 들어가고, 판타지처럼 네 여자가 감옥에서 만났다는 설정이지만, 중견배우들의 묵직한 연기와 진지한 장면들이 극을 무너지지 않게 받쳐준다.

방송 관계자 ㄱ 씨는 "'전설의 마녀'를 드라마의 교과서라고 보면 될 것 같다"라며 "내용들이 적절히 배치됨으로써 안정적인 느낌으로 가고 있다"고 성공 요인을 말했다.

'피노키오' 또한 각 인물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내면서도 각자의 과거가 지닌 아픔, 사회부 기자로서 겪는 어려움 등을 조명해 코믹함과 진지함을 적절한 비율로 빚어내고 있다.

▲ SBS '피노키오'. 코믹함과 진지함이 적절하게 섞여 있어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높아지고 있다.

'모던파머'의 제작발표회에서 오진석 PD는 "'모던파머'는 특수성을 짙게 띈 드라마"라며 "시트콤이 아니지만 드라마 속에 공격적인 코믹 요소가 들어갔다"고 내용을 설명했다. 주연배우 이홍기는 "대본을 받았을 때 ‘한국에 이런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드라마의 공식을 따르는 드라마를 '좋은 드라마'라고, 공식의 비율이 적절하지 않다고 해서 이것을 '좋지 않은 드라마'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시청자들은 여전히 드라마의 공식에 익숙해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드라마 공식을 깨뜨린 드라마들은, 대신 자신만의 확실한 강점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이는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파격'이 아닌, 그저 '파괴'로 평가될 것이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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