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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콜라보 열풍, 가요계로 이어지는 '케미'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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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콜라보 열풍, 가요계로 이어지는 '케미'의 시대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1.10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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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두 사람의 조합이 잘 어울려 시너지가 일어날 때, '케미(스트리)가 좋다'는 신조어적 표현을 하곤 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출연진 간 잘 맞는 호흡에 대해 쓰이는 이 '케미'는 가요계로도 옮겨오고 있다. 남녀 가수가 만나는 콜라보레이션 열풍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 소유X어반자카파. 소유는 올 봄 정기고와 '썸'으로 활동한 데 이어 가을에는 그룹 어반자카파의 권순일, 박용인과 함께 '틈'을 발표했다. [사진=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제공]

◆ 소유, 아이유, NS윤지… 무조건 뜬다, 남녀 조합

올 상반기를 강타했던 곡은 씨스타 소유X정기고의 '썸'이다. 남녀가 사귈 듯 말 듯 미묘한 상태인 '썸'을 노래하는 두 사람의 목소리는 잘 어우러졌다. 같은 팀 멤버인 효린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소유는 이 곡으로 실력을 알렸고, 인디에서 오랜 활동을 했으나 대중적 인지도는 낮았던 정기고는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솔로 가수 아이유의 경우는 오랜 공백을 깨고 컴백한 서태지, 막 데뷔한 신인 그룹 하이포(HIGH4), 윤현상의 곡 등에 참여해 '구원투수'의 역할을 했다. 서태지가 만들고 아이유가 부른 ‘소격동'은 젊은 세대에게 서태지의 음악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방송 활동 없이도 SBS ’인기가요‘에서 1위도 차지했다.

4월 발표한 하이포, 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 11월 공개한 윤현상, 아이유의 듀엣곡 '언제쯤이면'은 좋은 성적을 얻으며 신인들의 인지도를 금세 높였다.

이렇듯 남녀 가수의 조합은 각자 활동에서보다 더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 2009년 데뷔했으나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NS윤지의 경우는 지난 9월 래퍼 기리보이와 함께한 '설렘주의'로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 2년만에 컴백한 그룹 에픽하이의 음반에는 다양한 가수가 피처링했다. '본 헤이터(사진)'에는 빈지노, 버벌진트, 비아이, 송민호, 바비가 참여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추워지는 가을, 에픽하이, 개코 인기… 서정적인 곡에 남성 래퍼+여성 보컬 대세

현재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고 각종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는 곡들은 쌀쌀한 날씨와 어울리는 서정적인 곡이다. 이들 곡에서는 특히 남녀의 조합 중에서도 남성 래퍼와 여성 보컬의 만남이 눈에 띈다. 담담한 내용의 가사의 랩으로 곡을 이끌면, 여성 보컬의 애절한 목소리가 화답하듯 후렴구를 받쳐준다. 이들은 본래 한 팀이었던 것 같은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개코의 '화장 지웠어'는 여성 보컬 핫펠트와 남성 보컬 자이언티가 피처링했고, 에픽하이의 '헤픈엔딩'의 후렴구는 롤러코스터의 조원선이 부른다. 애프터스쿨에서 솔로로 변신한 레이나의 '장난인 거 알아'에는 래퍼 칸토가 참여했다. 정인과 개리의 '사람 냄새'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래핑, 혹은 보컬만으로는 밋밋할 수 있는 곡을, 둘의 만남이 더욱 풍성하게 채워준다는 점에서 피처링 작업은 곡의 완결성과 화제성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YG엔터테인먼트는 이하이와 악동뮤지션 이수현의 유닛 그룹인 ‘하이수현’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의 데뷔 곡에는 앞서 예능 프로그램 '윈', '믹스앤매치', '쇼미더머니'에서 자신을 알린 신인 그룹 ‘아이콘’의 멤버 래퍼 바비가 피처링한다.

▲ YG에서 내놓는 새로운 유닛 '하이수현'의 데뷔곡에는 그룹 아이콘의 바비가 피처링한다. 피처링 작업은 곡의 화제성을 불러일으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 피처링, 콜라보? 애매해지는 경계…1인이 무대 못 채우는 현실 아쉬워

또한 눈에 띄는 현상은 '피처링'의 범위가 보다 넓어졌다는 점이다.

피처링은 곡의 주인이 다른 가수의 목소리를 빌려 부족한 부분을 채워 곡을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피처링 작업으로 인해 원곡자가 ‘특징(피처;Feature)’지워지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피처링'이란 단어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곡 안에서 원곡자와 피처링 가수와의 비중이 대등하더라도 듀엣 대신 피처링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처링과 듀엣의 개념이 혼재돼 사용되고 있다.

어떠한 곡을 더욱 풍부하게 표현하기 위해 다른 이의 도움을 빌리는 것은 신선한 시도다. 그러나 일각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콜라보 열풍은 한 사람의 목소리만으로는 무대를 완전히 채울 수 없는 현재의 가요계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가요계에 솔로 가수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그룹에서 홀로서기한 멤버들도 피처링한 곡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그 증거"라며 "한 사람의 목소리만으로도 무대를 가득 채웠던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꼬집기도 했다.

▲ 최근 국내, 미국에서의 합동 콘서트를 확정했다고 밝힌 남성 듀오 플라이투더스카이, 여성 솔로가수 거미. [사진=창작컴퍼니다 제공]

최근에는 남녀 가수가 함께하는 작업이 공연까지도 옮겨가는 모습이다. 남성 듀오 플라이투더스카이는 여성 솔로가수 거미와 국내와 미국에서 합동 공연을 펼치고, 씨스타 소유와 효린은 함께 곡을 발표한 정기고, 매드클라운 등과 함께 콘서트를 할 예정이다.

섞이니 더 좋은 결과를 내기도, 혹은 컴백이나 데뷔에 화제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콜라보레이션. 이러한 장점 덕분에 올봄에 시작해 하반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콜라보레이션 열풍'은 앞으로도 한동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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