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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리뷰] 새장 속 가슴 뭉클한 가족애 '라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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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리뷰] 새장 속 가슴 뭉클한 가족애 '라카지'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2.22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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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라 카지(La Cage)'는 1973년 프랑스의 극작가 장 프와레에 의해 연극으로 처음 올려진 뒤 동명의 뮤지컬로 83년 브로드웨이 팔레스 시어터에서 초연됐다. 초연 당시 토니어워즈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남우주연상, 의상디자인상 등 6개 부문을 휩쓸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2005년과 2010년에 리메이크돼 베스트 리바이벌 작품상을 연거푸 수상했다. 토니어워즈 작품상 3회를 수상한 유일한 작품일 만큼 탄탄한 작품성을 자랑한다. 1996년 로빈 윌리엄스, 진 해크먼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로도 개봉돼 히트했다.

▲ 뮤지컬 '라카지'의 화려한 무대장면

국내에는 2012년 초연돼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 베스트 외국뮤지컬상, 남우조연상, 안무상, 앙상블상 4관왕을 차지했다. '라 카지'의 2014년 공연이 지난 9일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프랑스 해변가 도시에서 게이클럽 ‘라카지오폴’을 운영하는 중년 게이 부부 조지와 앨빈의 아들 장미셸이 동성애를 적대시하는 극우파 보수 정치인 딩동의 딸 안느와 결혼을 발표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원작이 연극이어서인지 노래보다 연극적 비중이 큰 '라카지'는 탄탄한 드라마와 높은 완성도가 돋보인다. 요즘 범람하는 성적 소수자 소재 뮤지컬들의 조상급일 만큼 30년 전 선보인 작품임에도 동성 부부와 자식, 핏줄을 나누지 않은 가족구성원, 세대간 가치관의 충돌, 보수와 진보 등 요즘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위트 있는 대사, 작사·작곡가 제리 허먼의 노래를 통해 통찰력 있게 담겨졌다.

빅밴드의 낭만적인 선율과 함께 라카지오폴 클럽 여장남자 무희들의 다채로운 쇼는 오랫만에 우아하고 품격 있는 무대를 접하는 기쁨을 맛보게 한다.

▲ 조지 역 고영빈(오른쪽)과 앨런 역 김다현
▲ 조지 역 남경주(오른쪽)와 앨런 역 정성화

배우들의 호연은 작품의 매력을 곱절로 키운다. 남편 조지의 불장난으로 태어난 아들 장미셸을 20년 동안 가슴에 품고 키워온 앨빈은 라카지오폴 클럽의 전설적인 드랙퀸 가수 자자이기도 하다. 헌신적인 모성애와 무대 위 카리스마 넘치는 디바의 면모를 보여주는 캐릭터를 배우 정성화와 김다현이 번갈아 맡고 있다.

초연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정성화는 코믹연기와 감정연기의 방점을 확실히 찍으면서 무대를 주도한다. '헤드윅' '엠버터플라이' '프리실라'에 출연하며 여장남자 연기의 달인이 된 김다현은 걸음걸이, 손짓, 어깨동작 등 디테일까지 살려내는 연기로 아름답고 기품 있는 앨빈을 쥐락펴락한다. 극중 여자에서 남자로의 전조를 극대화시키는 부분에선 그간의 내공이 확연히 느껴진다. 특히 성적 소수자로서 정체성에 대한 갈등과 자부심, 용기가 짙게 투영된 1막 엔딩곡 '나는 나일뿐(I am What I am)'은 이 작품의 백미다.

자신을 하녀라 칭하며 무대 위 자자같은 디바를 꿈꾸는 충성심 깊은 남자 집사 자코브 역의 김호영은 초연 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이번에는 더욱 진화했다. 물 오른 여장남자 연기는 등장하는 모든 신을 '스틸'하며 객석을 초토화시킨다.

▲ 전설의 디바 자자로 분한 김다현

이외 조지 역을 맡은 남경주의 강단과 고영빈의 부드러움, 마담 딩동과 레스토랑 여주인 자클린을 소화한 '맘마미아!' 3총사 전수경·이경미·최정원의 유쾌한 에너지 역시 인상적이다. 20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송승환의 보수 정치인 변신, 이기적인 아들에서 부모의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풋풋한 스무 살 청년 장미셸 역의 샛별 정원영과 서경수도 주목할 만하다.

실력파 춤꾼들로 구성된 ‘라카지걸’들의 안무, 원색으로 꾸며진 환상적인 무대는 놓치기 아까울 정도다.

'라카지'는 편견 가득한 세상이 만들어 놓은 새장(Cage) 안에서 키워온 가족애를 화려한 쇼뮤지컬 장르로 완성해낸 수작이다. 이지나 연출·각색, 장소영 음악감독, 서병구 안무. 2015년 3월8일까지 LG아트센터.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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