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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피츠버그 선택받은 강정호 앞에 놓인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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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피츠버그 선택받은 강정호 앞에 놓인 현실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2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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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서·워커·해리슨 등 탄탄한 내야진 구축…연봉 협상 불리·주전 경쟁도 치열 '가시밭길' 예상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강정호(27·넥센)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도전이 만만찮다. 강정호의 에이전트측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계약 기간 3~4년에 연봉 500만 달러(55억원)도 장담할 수 없다. 가시밭길이다.

피츠버그 구단은 23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강정호 포스팅'에서 승리했음을 전했다. 500만 2015 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써낸 팀이 피츠버그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 따라 피츠버그는 향후 한달 동안 연봉 협상을 벌이게 됐다. 연봉 협상이 타결되면 강정호는 한국 프로야구 출신 야수로는 처음으로 MLB에 진출하는 첫 선수가 된다. 그러나 연봉 협상에서 실패하면 포스팅은 철회된다. 이 경우 강정호는 넥센에 그대로 남거나 일본 프로야구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일단 피츠버그의 첫 반응은 긍정적이다. 닐 허팅턴 단장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서  "피츠버그 구단이 강정호를 데려올 수 있는 기회를 따낸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강정호와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강정호는 올시즌 유격수로는 처음으로 40홈런을 때려내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지만 MLB에서 타격이 검증되지 않았다. 또 수비력 역시 안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 또 피츠버그는 비교적 내야진이 안정된 팀이어서 강정호는 연봉 협상부터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사진=스포츠Q DB]

하지만 이는 통상 인사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광현(26·SK)의 포스팅에서 이긴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도 보직과 연봉을 놓고 갈등을 벌이다가 협상이 깨졌다.

어차피 협상이 깨지면 포스팅 금액은 다시 해당 구단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피츠버그 입장에서도 손해볼 것은 없다. 서로 이기적인 생각을 갖고 협상할 수밖에 없다.

◆ 강정호 연봉 협상 난항 예견되는 이유

피츠버그는 미국 현지에서도 비교적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팀이다. 검증이 되지 않은 한국 출신 야수를 상대로 500만 2015달러라는 만만찮은 금액을 제시한 팀이라면 '빅 마켓' 구단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부분 예상이었다.

피츠버그가 철강 도시로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인구가 30만 정도에 불과하다. 스몰 마켓이라고 일컬어지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연고지인 오클랜드조차도 인구가 40만이 넘어간다.

물론 피츠버그의 스포츠 사랑은 남다르다. 큰 도시는 아니지만 한국계 미식축구 선수 하인스 워드가 뛰었던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아이스하키 팀인 피츠버그 펭귄스의 연고지이기도 하다. 특히 강정호와 협상을 벌이는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1882년 창단으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게다가 피츠버그는 내야진이 비교적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는 팀이어서 굳이 강정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강정호의 원래 포지션인 유격수에는 조르디 머서(28)가 있다. 머서는 올해 처음으로 풀시즌 메이저리거로 활약하며 타율 0.255와 홈런 12개를 기록했다. 수비는 144경기에서 11개의 실책을 범하며 수비율이 0.982로 MLB 30개 구단 가운데 5번째로 좋은 수비력을 보여줬다.

머서와 비교하면 강정호의 수비력이 낫다고 할 수 없다. 강정호는 117경기에서 9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또 타격은 MLB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강정호가 타율 0.356에 홈런 40개를 치긴 했지만 이는 타고투저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머서의 타율이 그리 높지 않다고는 하지만 유격수 가운데 13번째로 평균 타율에 속한다.

이러면서도 머서는 올 시즌 51만5500달러(5억65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강정호가 올 시즌 넥센에서 받았던 연봉 4억2000만원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머서가 이제 풀타임 첫 시즌을 보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강정호에게 머서의 10배 가까운 500만 달러의 연봉을 제시할지가 의문이다.

게다가 피츠버그는 최근 탬파베이와 트레이드르르 통해 백업 유격수 션 로드리게스(29)를 데려왔다. 강정호를 굳이 데려오지 않아도 유격수는 충분히 확보했다.

피츠버그로서는 강정호와 협상이 깨져도 손해볼 상황이 아니다. 연봉 협상에서 유리한 패를 갖고 있는 쪽은 강정호가 아닌 피츠버그 구단이다. 허팅턴 단장의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발언이 진심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 협상 타결돼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피츠버그로서는 '되도 그만, 안되도 그만'인 협상이다. 안되도 머서와 로드리게스를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강정호를 데려오게 된다면 쓸 카드가 많아진다. 강정호가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금상첨화다. 다른 내야 자원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다른 포지션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강정호가 자신의 목표한대로 0.270 이상의 홈런만 쳐줄 수 있다면 현재 2루수인 닐 워커(29)를 1루로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현재 주전 1루수는 페드로 알바레스(27)가 버티고 있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까지 세 시즌째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했지만 한번도 타율 0.250을 넘긴 적이 없다. 그나마 알바레스에게 바랐던 것은 30개 이상 홈런이었는데 올 시즌은 그나마도 줄었다. 30개와 36개의 홈런을 때렸던 2012년과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은 18개에 머물렀다.

▲ 강정호(가운데) 포스팅에서 500만2015달러를 써내며 승리한 팀이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밝혀지면서 이제 연봉 협상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그러나 피츠버그가 전통적인 스몰마켓 구단으로 연봉이 높지 않은 팀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스포츠Q DB]

피츠버그가 알바레스를 트레이드 카드로 쓰면서 다른 포지션을 보강하고 워커를 1루로 돌리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워커가 1루로 간다면 타격이 약한 알바레스의 자리를 메울 수 있고 강정호가 2루로 갈 수 있게 된다.

강정호의 두번째 포지션으로 생각하고 있는 3루수 자리에는 조시 해리슨(27)이 있다. 해리슨은 올 시즌 타율 0.315를 기록했을 정도로 정교함이 돋보이는 타자다. 이러면서도 해리슨의 연봉은 올 시즌 51만3000달러(5억6300만원)에 그쳤다. 3루수보다 유격수 경쟁이 더 쉽다.

이 때문에 강정호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강정호의 주 포지션은 유격수지만 3루수도 볼 수 있다. 2루수도 가능하고 1루수라고 보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한때는 포수도 봤던 선수다. 내야의 모든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162경기의 장기 레이스이기 때문에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자리는 체력 안배를 위해 경기 도중에 바뀌거나 종종 선발도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강정호의 첫 난관은 바로 연봉 협상이다. 피츠버그가 협상의 주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강정호로서는 불리한 게임이다. 강정호가 바라는 500만 달러는 사실상 힘들다. 워커가 올 시즌 받은 연봉이 575만 달러(63억원)였다. 수비와 공격이 모두 검증된 선수에게 쥐어준 연봉도 600만 달러를 넘지 않았다.

팀내 최고 스타로 꼽히는 앤드류 맥커친(28)의 연봉도 745만8333달러(81억9000만원)였다. 연 평균 500만달러라는 강정호의 조건을 들어줄만한 팀이 아니다. MLB에 진출하겠다는 도전과 목표 그 자체가 아니라 높은 연봉을 바란다면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기 힘든 팀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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