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어느덧 2014년도 저물어간다. '다사다난했던 1년'이란 말이 진부한 표현이 됐을 정도로 한해가 바쁘게 흘러갔다.

스포츠 현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부터 소치 동계올림픽이 열렸고 여름에는 브라질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이 벌어졌다. 가을에는 인천에서 아시안게임과 장애인 아시안게임이 펼쳐졌다. 2014년은 FIFA 월드컵과 동계올림픽, 아시안게임이 동시에 열리는 4년 주기의 해여서 대형 스포츠 행사가 많았고 그만큼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스포츠 현장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휴먼 스토리'의 연속이다. 그런만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감동이 존재한다. 올 한해 스포츠 현장 사람들이 만들어낸 감동은 너무나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스포츠 현장에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다. 반면 슬픔과 아쉬움도 있다. 인간의 모든 감정이 교차하는 곳이 바로 스포츠 현장이다.

그 감정을 표출하는 순간에는 눈물이 흐른다. 눈물은 언제 어디서나 감정만 벅차오르면 흐른다. 기쁨과 즐거움이 극한으로 올라가도 눈물이 나고 슬프거나 아쉬울 때는 당연히 눈에서 물이 흐른다.

그러나 눈물은 단순하지 않다. 그 짭짤함만큼이나 인간의 모든 감정이 녹아있다. 어쩌면 눈에서 흘리는 땀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눈물은 당장은 감정의 표출이지만 미래에는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기쁨과 즐거움, 슬픔과 아쉬움 등 온갖 인간의 감정이 담긴, 그리고 내일의 희망 씨앗이 될 눈물을 담아본다.

1. 안산 단원고 탁구부, 세월호 희생 친구에게 우승컵 바치다

2014년 최대 사건이라고 하면 역시 세월호 사건을 들 수 있다.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참사는 모든 국민에게 큰 슬픔을 안겼다.

모든 국민이 슬퍼하는 상황 속에서 스포츠계도 가만 있지 않았다. 류현진(27·LA 다저스)은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듣자마자 자신의 라커에 'SEWOL 4.16.14'라는 문구를 붙였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와 그들의 유가족을 위로하는 의미였다.

또 손흥민(22·바이어 레버쿠젠)과 김보경(25·카디프시티) 등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축구 선수들은 팔에 검은 완정을 두르고 경기에 나섰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참가한 선수들 역시 모자에 검은 리본을 달았다.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역시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며 추모했다.

온정은 국내외 선수가 따로 없었다.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의 파우 가솔(34)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수비수 페어 메르테자커(30)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에서 세월호 참사에 관련한 모든 분, 충격을 받았을 분들께 성원을 보낸다"며 위로를 전했다.

하지만 역시 최고의 눈물을 선사한 것은 친구를 잃은 안산 단원고 탁구부였다.

단원고 여자탁구팀은 지난 4월 충남 당진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던 전국남녀종별선수권 여자 고등부 단체전 결승에서 울산 대송고를 3-1로 꺾고 시상대 꼭대기에 올라 눈물을 뿌렸다.

단원고 탁구부 선수들 가운데 박세리와 안영은, 김민정 등은 모두 2학년. 친구들이 모두 수학여행을 떠난 가운데 대회에 출전했다. 이 가운데 박세리와 안영은이 단식을 따내며 우승의 주역이 됐다.

이후 단원고는 지난 8월 경북 영천체육관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여고부 탁구 단체전에서 4연패에 성공했다. 기뻐해도 뭐랄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큰 업적을 세웠지만 떠나간 친구 생각에 눈물만을 삼켜야 했다.

2. "고마워 수고했어 연아야"

김연아(24·올댓스포츠)에게 소치 동계올림픽은 마지막 대회였다. 소치 올림픽 출전 여부에 대해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지난해 세계피겨선수권 우승을 통해 성공적으로 복귀하면서 유력한 '소치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김연아가 소치에서 다시 한번 우승을 차지한다면 1984년 사라예보 대회, 1988년 캘거리 대회를 제패한 카타리나 비트(독일) 이후 26년만에 여자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2연패를 차지하는 선수가 될 수 있었다.

감연아는 첫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74.92점을 받으며 당당하게 1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했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에 불과 0.28점 앞섰을 뿐이었다. 프리 스케이팅의 점수를 생각한다면 사실상 점수차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예감은 적중했다. 프리 스케이팅에서 심판진들은 김연아에게 144.19점의 짠 점수를 준 반면 소트니코바에는 149.95점으로 점수를 퍼주다시피 했다. 쇼트 프로그램 당시 8점대 중반에서 9점대 초반에 불과했던 구성 점수는 프리 스케이팅에서 9점대 초중반으로 치솟았다. 피겨팬들은 사실상 '강탈'이라며 분노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담대했다. 은메달도 소중히 여겼다. 그는 소치 올림픽 2연패라는 목표가 아닌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그가 2013년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것도 김해진(17·과천고)과 박해진(17·신목고) 등 후배들의 올림픽 참가 기회를 주기 위해 올림픽 티켓 3장이 필요해서였다.

김연아는 두차례 눈물을 흘렸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올림픽 메달을 따낸 뒤와 지난 5월 아이스쇼를 통해 현역 공식 은퇴를 알렸을 때였다. 7세에 시작해 15년 넘게 오직 피겨스케이팅을 위해서 살아왔던 것에 대한 '후련함'의 눈물이었다.

3. 손흥민과 지소연의 눈물

손흥민과 지소연(23·첼시 레이디스)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에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손흥민은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전에 끝난 뒤 눈물을 쏟았다. 러시아와 첫 경기를 통해 월드컵 데뷔전을 치러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던 손흥민은 알제리전에서는 0-3으로 크게 뒤진 후반에 추격의 발판을 놓는 골을 터뜨렸다. 월드컵 데뷔 두번째 경기만에 터진 골이었다.

1무 1패의 불리한 전적을 안고 치른 벨기에전은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이기더라도 자력으로 16강에 나갈 수 없었다. 그리고 너무 아쉽게도 0-1로 지고 말았다. 손흥민은 16강에서 허무하게 탈락했다는 안타까움과 분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3개월 뒤에는 지소연이 눈물을 흘렸다. 인천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서 항상 한국 여자축구의 앞을 가로막았던 북한과 만났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전반 12분 정설빈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하는 듯 보였지만 이내 북한의 파상공세에 밀렸다. 전반 36분 동점골을 내준 한국은 연장전 돌입이 예상됐던 후반 추가시간에 허은별에게 역전 결승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모든 선수들이 회한의 눈물을 흘렸지만 지소연은 더했다. 소속팀 일정 때문에 조기 합류하지 못했던 그는 대만과 8강전부터 뛰었지만 2경기를 통해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지소연은 "내가 해주지 못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이들이 흘린 눈물은 이후 영광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손흥민과 지소연은 모두 어리다. 손흥민은 다음달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고 지소연은 내년 캐나다에서 여자 월드컵에 출전한다. 꾸준히 몸 관리를 한다면 향후 두세차례 더 월드컵에 나갈 수도 있다.

4. 장애인 육상 전민재의 발편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철칙으로 삼고 오직 훈련에만 열중했던 전민재(37)에게 새로운 영광이 찾아왔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육상에서 100m와 200m 우승을 차지하며 2관왕이 됐다.

전민재는 런던 패럴림픽에서도 은메달을 따낼 정도로 한국 장애인육상의 에이스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이 유력했다.

5세 때 뇌염 판정을 받고 뇌성마비 장애를 앓게 된 그는 사춘기 때만 하더라도 스무살까지만 살겠다는 말을 자주해서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이었던 2003년에 재활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그의 인생이 달라졌다.

200m 우승을 확정지은 뒤 전민재는 발로 쓴 편지를 들고 나왔다.

''메달을 따서 정말 기쁘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위해 응원해주신 가족들과 같이 고생한 선수들, 친구들에게 감사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항상 저에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며 격려와 칭찬을 해주셨던 감독님. 매일매일 감독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면서, 연습을 거듭하면서 특히 힘들고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못생긴 전민재 선수가'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다던 전민재의 우승보다 불편한 손 대신 발로 하나하나씩 써나간 결코 짧지 않은 발편지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5. 리듬체조 맏언니 김윤희 단체전 은메달

그는 신수지(23)와 손연재(20) 사이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다. 신수지와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의 스타였지만 그는 늘 후광에 가려져 있었다. 언제나 '2인자'였다. 바로 김윤희(23)였다.

그러나 김윤희는 자신의 리듬체조 현역 생활을 굵고 길게 가져갔다. 치열한 경쟁에서도 스스로 생존하는 법을 찾았고 리듬체조 선수로서는 흔하지 않게 실업팀(인천시체육회)에 입단하기도 했다.

그는 신수지, 손연재, 이경화 등과 함께 출전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4위에 그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끝내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은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인천 아시안게임과 함께 11월초 제주에서 열렸던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한 그는 손연재의 불참 속에 금메달을 따내며 화려하게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오른쪽 무릎 수술과 발목 인대 파열, 왼쪽 무릎 부상 등 온갖 부상과 통증이 그를 괴롭혔지만 끝까지 리듬체조를 떠나지 않았다.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시상식에서 흘린 눈물은 자신의 17년 현역 리듬체조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보석'이었다.

그가 눈물을 흘리는 그 순간 더이상 2인자는 없었다. 진정한 1인자였다.

[SQ스페셜] '감동 14'(중) 역경 이겨낸 '인간승리' 그들은 영웅이었다 로 이어집니다^^

[SQ스페셜] '감동 14'(하) 하나로 뭉치니 강해졌다, '함께'의 힘은 위대했다 도 함께 보세요^^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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