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어느덧 2014년도 저물어간다. '다사다난했던 1년'이란 말이 진부한 표현이 됐을 정도로 한해가 바쁘게 흘러갔다.
스포츠 현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부터 소치 동계올림픽이 열렸고 여름에는 브라질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이 벌어졌다. 가을에는 인천에서 아시안게임과 장애인 아시안게임이 펼쳐졌다. 2014년은 FIFA 월드컵과 동계올림픽, 아시안게임이 동시에 열리는 4년 주기의 해여서 대형 스포츠 행사가 많았고 그만큼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스포츠 현장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휴먼 스토리'의 연속이다. 그런만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감동이 존재한다. 올 한해 스포츠 현장 사람들이 만들어낸 감동은 너무나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절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스포츠는 바로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부분 스포츠 종목은 단체가 한다. 야구는 9명(지명타자가 있는 경우 10명), 축구는 11명, 농구는 5명, 배구는 6명이 팀을 이뤄 하나로 뭉쳐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한 팀의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지지 못하면 결코 최고의 경기력을 낼 수 없다. 축구의 경우 모두가 제각각이라면 11명의 경기력이 나오지 못한다. 반대로 모두가 하나로 뭉쳐지면 시너지 효과가 나 11명 이상의 경기력이 나온다.
물론 스포츠에서 혼자서 하는 개인 종목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그를 보좌하는 코치나 매니저가 없이는 결코 이뤄낼 수 없다. '혼자'는 나약할 수밖에 없지만 모두가 '하나'가 되면 그 누구도 두렵지 않다.
또 하나는 모두가 함께 한다는 마음이다. 스포츠는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즐기는 것이다. 스포츠에서는 그 어떤 것도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함께 살아가는 '동반의 정신'이 스포츠에서 더없이 중요하다. 2014년 스포츠 현장은 '함께'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보여줬다.
11. 한국 리틀야구의 월드시리즈 우승
한국 야구계는 올 시즌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나왔다. 사상 유래없는 타고투저 현상이 있었고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이 나왔다. 또 삼성은 프로야구 사상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 심판 합의판정제도 역시 시작됐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슈는 역시 리틀야구대표팀이었다. 만 12세 이하로 구성된 리틀대표팀은 지난 8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에서 벌어진 리틀라그 월드시리즈 결승전에서 미국 대표를 8-4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1984년과 1985년 우승 이후 29년만의 정상 등극이었다.
1985년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멤버가 심재학 넥센 코치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있다.
한국 리틀야구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모두가 하나가 된 결과였다. 유소년 전용 야구장이 전국에 7개뿐인 한국은 리틀야구팀 700개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단일 국가 출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을 거쳐야만 했다. 이 때문에 한국 소년들의 유니폼은 '코리아(KOREA)'가 아닌 '아시아퍼시픽(ASIA-PACIFIC)'이 새겨져 있었다.
그럼에도 어린 선수들은 하나로 뭉쳐 열심히 뛰었다. 박종욱 감독은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자"고 주문했고 어린 선수들은 말 그래도 야구를 즐겼다. 홈런을 치고 나서는 모두 함께 '우사인 볼트 세리머니'를 하며 협동심을 과시했다.
리틀야구대표팀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을 포함해 11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야구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다.
이후 리틀야구 대표팀은 연말 시상식의 단골손님이 됐다. 일구대상 시상식 대상과 함께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는 박종욱 감독이 아마지도자상을 받는 등 풍성한 겨울을 보냈다.
12. 부창부수, 아름다운 부부 스포츠 스타
부부는 둘이 아닌 한몸이라고 했던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사격 사상 첫 부부 국가대표가 함께 메달을 따내는 진기록이 나왔다. 남편은 감독, 아내는 선수로 출전한 경우도 있었다.
황정수(32·울산북구청)와 나윤경(32·우리은행) 부부는 각각 남자 스키트 단체전 동메달과 여자 50m 소총 복사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부부 동반 메달리스트가 되자'는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두 선수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통해 나란히 출전했지만 동반 메달리스트가 되는데 실패했다. 나윤경은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지만 황정수는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부부의 연을 맺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도 나윤경은 은메달을 땄지만 황정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 광저우에 가지 못했다.
'늦깎이 총잡이' 김미진(34·제천시청)은 손상원(41) KB국민은행 사격팀 감독의 외조 덕분에 금메달을 획득한 경우다.
김미진은 한국체대에 다닐 때까지만 하더라도 소총선수였다. 그러나 성적이 나오지 않아 사격 선수의 꿈을 접었다. 김미진은 태릉 클레이사격장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클레이 사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클레이 사격에 관심을 갖게 됐다.
손 감독은 테스트만이라도 받아보자고 권유했고 결국 김미진은 클레이 사격선수가 됐다. 손 감독은 주말부부 생활도 감수하면서 뒷바라지했다. 김미진은 남편의 헌신과 노력 끝에 금메달을 따냈다.
손 감독은 아내가 2018년 창원 세계사격선수권과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까지 계속 선수생활을 하길 바라고 있다. 남편의 외조와 사랑을 한껏 받고 있는 김미진이 계속 승승장구할지 지켜볼 일이다.
13. 시민구단이 해냈다
K리그에서는 시도민구단이 어려움을 겪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가 선수들에게 봉급까지 주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 인천 뿐 아니라 대부분 시도민구단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시민구단으로 변신한 성남FC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 명문구단 성남 일화에서 기초자치단체 최초의 시민구단이 된 성남FC는 신문선 대표이사를 임명하고 K리그 클래식에 뛰어들었다.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박종환 감독은 선수 폭행 파문에 휘말리며 불명예 퇴진했고 이상윤 감독대행 등 무려 2명의 감독대행이 있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휘봉을 잡은 것은 '학범슨' 김학범(54) 감독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선수들에게 체력을 끌어올릴 것을 주문했다.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았다. 훈련도 하루에 1시간 30분씩만 하면서 대신 집중력을 요구했다. 하위권에서 허덕이던 성남은 조금씩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성남은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역사를 썼다. 4강전에서 K리그 클래식 선두를 달리고 있던 전북 현대를 물리쳤고 결승전에서는 FC 서울까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꺾으며 정상에 올랐다.
시민구단 최초로 FA컵 우승을 차지한 성남은 역시 시민구단 최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따넀다.
성남은 K리그 클래식에서 가까스로 강등권에서 벗어난 성적을 올렸지만 FA컵 우승 하나만으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김학범 감독이 '모두 함께'를 외치며 끌어안은 덕분이었다.
대전과 광주는 K리그 챌린지에서 역사를 썼다.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 대전은 조진호(41) 감독의 지도력으로 모두 하나로 뭉쳐 우승을 차지, 승격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임창우(22)같은 스타도 탄생했다.
광주는 남기일(40) 감독대행이 일을 냈다. 지난해부터 광주의 지휘봉을 잡은 남기일 감독대행은 '형님 리더십'을 발휘하며 선수들과 소통을 중시하는 지도력으로 광주를 K리그 클래식으로 복귀시켰다. 4위 성적으로 가장 불리한 상황이었음에도 강원FC와 안산 경찰청을 꺾고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광주는 경남FC와 홈 앤 어웨이 방식으로 맞붙어 1승 1무를 기록하며 승격에 성공했다.
14. 꼴찌없는 달리기 운동회, 더불어 사는 삶을 보여준 13세 소년들
올해 진정한 스포츠 정신은 초등학교 6학년생이 보여줬다. 지난 10월 용인 제일초등학교에서는 꼴찌가 없는 감동의 가을 운동회가 벌어졌다.
장애를 갖고 있어 운동회만 되면 언제나 꼴찌를 하는 친구가 있었다. 김기국 군은 5학년까지 꼴찌는 늘 도맡아했다.
하지만 6학년이 된 뒤 가을운동회는 달랐다. 심윤섭, 양세찬, 오승찬, 이재홍 군 등 친구 4명이 함께 달린 것. "다같이 들어가자"고 의기투합했고 꼴찌가 없는 우정을 보여줬다. 모두가 1등이었다.
미담이 매스컴을 타자 해당 학생들은 "너무 당연한 일인데 왜 감동을 받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프로야구 NC는 이들을 시구행사에 초대했다. 지난 10월 20일 LG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5명이 하나가 돼 시구를 했다. 우천 때문에 경기가 취소되긴 했지만 가장 아름다운 시구가 됐다. 이들은 2014 카스포인트 어워즈에서 감동을 주는 사연과 시구로 시구상을 수상했다.
각박한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것, 함께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감동의 현장이었다. 어른들이 보여줘야 할 더불어 사는 삶을 열세살 어린이들이 보여줬다.
[SQ스페셜] '감동 14'(상) 2014년 흘린 눈물, 2015년에는 희망 씨앗으로 도 다시 보세요 ^^
[SQ스페셜] '감동 14'(중) 역경 이겨낸 '인간승리' 그들은 영웅이었다 도 다시 보세요 ^^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