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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미스함무라비' 터닝 포인트 맞이한 이엘리야, '빠르지 않아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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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미스함무라비' 터닝 포인트 맞이한 이엘리야, '빠르지 않아도 괜찮아요'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8.07.18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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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Tip!]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 이도연 역을 연기한 이엘리야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악역 이미지’를 벗어내는데 성공했다. 도도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선보인 이엘리야는 이 작품이 자신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미지의 한계를 벗어나기 시작한 이엘리야가 ‘미스 함무라비’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지, 어떤 연기자가 되려 하는지 들어봤다.

[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글 쓰는 판사 문유석이 선보인 소설 ‘미스 함무라비’는 법정 에피소드를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해, 우리가 믿고 있는 ‘선과 정의’에 대해 질문을 던진 작품이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뤘던 동명의 원작 소설이 드라마로 재탄생되며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졌고, 인물들도 보다 입체적으로 변화했다.

소설에는 없었던 인물 이도연을 연기하며 호평 받은 이엘리야를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킹콩by스타쉽 사옥에서 만났다.

◆ ‘미스 함무라비’ 이도연, 이엘리야의 터닝 포인트가 되다

 

이엘리야 [사진= 킹콩by스타쉽 제공]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 출연하기 전 이엘리야는 날카롭고 무거운 분위기의 캐릭터로 대중들에게 얼굴과 이름을 알린 상태였다. 특히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냉철한 캐릭터를 소화했던 이엘리야는 ‘미스 함무라비’에서 이성적이지만 마음 따뜻한 이도연을 만나게 되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작품에 참여하며 연기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마음은 똑같지만 그에 따라오는 반응이 이전과는 달랐다고 말한 이엘리야는 캐릭터로 사랑 받는 기분을 처음 느꼈다며 감격했다.

“‘캐릭터로 사랑 받는 게 이런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인물이 가진 힘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꼈죠. 도연이를 만나서 터닝 포인트가 됐고, 소중한 의미로 남았어요.”

이엘리야가 연기한 이도연 역할은 ‘미스 함무라비’ 원작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캐릭터였다. 그래서 더욱 많은 관심을 받았고, 그가 전하는 이야기는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미스 함무라비’ 전개 초반 이성적이고 도도하던 이엘리야는 정보왕(류덕환 분)과 관계가 발전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등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캐릭터의 특색이 사라진 게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했지만, 이 역시 이엘리야가 보여주고 싶었던 이도연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커리어우먼이 사랑에 빠졌다’가 아니라 ‘사랑에 빠진 이도연’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처음 할 정도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도연이요. 그리고 사랑에 빠진 이후에는 박차오름(고아라 분)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을 대하는 태도도 변해요. 그렇게 조금 더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 살고 싶다”

 

이엘리야 [사진= 킹콩by스타쉽 제공]

 

법정 드라마는 더 이상 신선한 소재가 아니다. 이미 많은 법정 드라마들이 제작됐고, 동시에 시청자들의 기준은 높아졌다. ‘미스 함무라비’의 제작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우려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회의적인 시선 속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미스 함무라비’는 최고 시청률 5.3%(닐슨제공,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처음 대본 리딩할 때 이렇게 좋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게 돼 행복한 분위기였어요. 성적이 뛰어난 드라마를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사랑 받는 걸 보니 시청자분들도 저희가 느낀 따뜻함을 느끼고 싶어 하신다는 걸 알게 됐어요. 드라마가 추구하는 선과 정의가 이상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이걸 감동적으로 봐 주신 게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뜻 아닐까요?”

선과 정의, 옳고 그름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제시한 ‘미스 함무라비’는 법정에서 다룰 수 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했다. 직장 내 성희롱, 갑질 등을 이야기한 ‘미스 함무라비’의 이야기는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사랑 받았다. 이엘리야 역시 시청자로서 작품을 보며 감동을 받았고, 희망을 얻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7회를 꼽았다.

“직장, 사회, 가정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고, 남들이 만든 나로 살다가 결국 내 삶을 아주 가혹한 방식으로 책임지게 되는 에피소드였어요. 유난히 공감 돼 많이 울었어요. 저도 그럴 때가 있었어요. 남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에 부응해야 할 것 같고,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어울리는 여성성이 있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도 지금은 진실된 삶을 살고 싶어요. 가끔은 오해 받을 수 있어도 저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어요. 내 인생의 행복을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두고요.”

◆ 이엘리야, 배우이자 평범한 20대

 

이엘리야 [사진= 킹콩by스타쉽 제공]

 

1990년생으로 올해 29세인 이엘리야는 지난 2013년 데뷔했다. 데뷔작 ‘바스껫 볼’ 이후 1년에 1편 이상의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 왔던 이엘리야는 20대를 어떻게 보낸 것 같냐는 질문에 “굉장히 깊이있게 보낸 것 같다”고 답했다.

“스무살 때 쓴 일기를 보면 깜짝 놀라요. 도연이보다 조금 더 문학가 같은 느낌이에요. 호기심도 많았고요. 커리어를 떠나 저의 삶에 있어서는 나름 치열하게 지냈고, 잘 쌓아 온 것 같아요.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20대를 잘 보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죠, 누구나 시기가 다를 테니까요.”

이날 인터뷰에서 이엘리야는 꼭 한 번 해 보고 싶은 캐릭터로 국내에서도 리메이크 됐었던 ‘노다메 칸다빌레’의 노다메를 꼽았다. 이엘리야는 노다메가 자신의 행복을 쫓는 삶을 살며 밝게 나아가는 면이 좋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배우 이엘리야가 아닌 20대 평범한 이엘리야는 쉬는 날 ITX 청춘 열차를 타고 가평에 위치한 한산한 카페를 찾거나 따릉이를 타며 시간을 보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소함에 행복을 느끼는 이엘리야는 남은 2018년을 어떻게 계획하고 있을까.

“숫자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20대의 마지막이라는 게 특별함을 주는 것 같기는 해요. 저만의 일상을 보낼 때도 스스로에게 감동이 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싶어요. 일과 일상을 잘 조율해서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취재후기] 이엘리야는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확한 목소리를 낼 줄 알고, 두 눈을 빛내는 사람이기도 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금 느리게 느껴지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엘리야가 20대를 어떻게 마무리하게 될지, 앞으로 이어질 그의 연기 인생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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