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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민호 "난 마이 웨이를 간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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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민호 "난 마이 웨이를 간다" ②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17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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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영화 필모그래피는 '강철중: 공공의 적 1-1' '울학교 이티' 고작 2편에 불과했다. 부동의 한류스타로 아시아를 호령하는 이민호를 잡기 위한 충무로의 구애는 전쟁을 방불케 했다. 그런 그가 몸을 실은 영화는 '강남 1970'. 권상우, 조인성을 최고의 청춘스타로, 진한 배우 향을 대중의 심장에 불어넣게 한 '남자배우 제조기' 유하 감독의 신작이다. 개봉(1월21일)을 앞두고 삼청동 카페 '웨스트 19th'에서 만난 이민호가 자신의 나우 앤 덴(Now & Then)을 들려줬다.

◆ “객관화는 나의 신념이다”

스무 살에 겪은 교통사고로 인해 1년 동안 병석에 누워 지냈다. 무명시절 등 스물네 살까지 암흑기가 이어졌다. 그 시기 철부지 소년은 자취를 감췄다. 28~9년에 걸쳐 할 생각을 다 해버렸다. 자아가 확립되면서 자신을 거리감을 두고 바라보게 됐다.

 

“상황에 갇히는 순간, 나를 객관화하지 못하게 된다. 자신만의 리그에 사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에 현실적 판단을 하려 애쓴다. 내가 해야 할 것, 조심할 것들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꽃보다 남자’ 이후 팬미팅을 할 때 과연 이분들이 나를 언제까지 좋아해 줄까를 생각한 적이 있다. 현상의 양면성을 보려고 노력한다.”

그런 사고는 ‘강남 1970’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튀어 나왔다. ‘대박’이 터지진 않을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무겁게 풀어가는 점, 일상적 공감성이 떨어지는 점, 상업영화의 기승전결과는 궤적을 달리해 관객의 몰입과 감동을 주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해서고,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컸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하고자 하는 내 의지일 거다. 20대 후반에 이런 영화가 하고 싶었다. 운명처럼 내 작품으로 다가왔다.”

◆ “내 얼굴은 호불호가 갈리는 외모”

요즘 청춘스타와 달리 그의 외모는 고전적이다. 짙은 쌍거풀, 부리부리한 눈매, 선이 뚜렷한 이목구비. 신성일로 대변되는 1960~70년대 미남배우 스타일이다. 요즘 기준으로는 “느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데 40대 이상 여성층이 열광하는 건 그런 외모와 기름진 중저음 목소리 덕이 크다. 이민호는 “호불호가 갈리는 외모”라고 자평한다.

 

현재의 모습과 그 시대의 모습이 공존할 수도, 이미지 상 어떤 역할도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부연 설명을 한다. 좋게 말하면 폭넓은 호감을 살 수 있으나 반면 느끼하고 촌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단다. 하지만 자신의 외모에 대해 불만을 가진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 “무명의 단역 동지 박보영 문채원”

2008년 영화 ‘울학교 이티’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새내기들이 이민호, 박보영, 문채원이다. 7년의 시간이 흘러 이들은 모두 영화의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문채원은 최근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오늘의 연애’, 박보영은 올해 상반기 개봉할 스릴러 ‘소녀’의 여주인공이다.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아 정상의 자리까지 올랐다.

“우리 모두 부지런히 오디션을 보던 상황이었다. 어느 오디션이나 최종까지 가는 사람들은 비슷비슷했다. 보영이, 채원이와는 ‘울학교 이티’ 말고도 다른 작품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던 시기에 부딪히고 깨지면서 동시대를 살아온 친구이자 동지들이다. 성장한 모습을 보면 반갑고 즐겁다.”

 

◆ “일적으로 난 마이웨이를 간다”

국내를 넘어서 아시아 팬들을 몰고 다니는 한류스타다. 책임감의 부피는 날로 커질 수밖에 없다. 인기가 부담스러울 법도 할텐데 별반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지기에 책임감은 계속 많아진다. 하지만 인기가 부담스럽진 않다. 모든 일엔 장단점이 있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사적으로 포기하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내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고, 앨범을 내는 건 팬들 때문에 하게 되는 멋진 경험이다. 하지만 일적으로 난 주변에 휘둘리지 않는다. 휘둘리면 내가 잘 낼 수 있는 빛을 잃어버린다.”

이 시대 대부분의 청춘이 그렇듯 그 역시 온몸으로 꿈을 향해 비상하려 발버둥쳤고, 높이 날고 있다. 청춘스타의 매끄러운 황금빛 깃털은 점차 배우의 힘줄과 근육이 붙은 울퉁불퉁한 날개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민호는 배우가 아닌 스타일뿐이야!’란 선입견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배우임을 강변하고 싶진 않다. 작품을 보고 평가가 바뀌어나가지 않겠나. 묵묵히 하다보면 인정받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영화를 하면서 재벌 로맨스남 이외의 가능성을 봐주시는 것도 그 과정이라고 본다.”

▲ 이민호 김래원 주연의 액션영화 '강남 1970'

20대의 칠부능선을 지나 30대를 준비하는 그가 착륙하고픈 신세계는 어디일까.

“현실 속에서 부딪히고 시대와 호흡하는 편이라 미래에 대한 틀을 만들기보다 그때그때 꽂히는 걸 하면서 지낸다. 다만 이번에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보면서 지금을 추억하는 시기가 분명히 올 텐데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하자란 생각을 했다.”

[취재후기] 상남자. 거침없이 시원시원. 젠틀함과 자신감. 인터뷰 후 떠오른 키워드들이다. 시련을 통해 일찌감치 많은 걸 꿰뚫은 자의 훈장이지 싶다. 샤방샤방하기만 한 꽃남과 재벌남이었다면 그토록 많은 대중이 몰입하진 않았을 터. 결핍의 코어를 솜씨 좋은 목수처럼 깎아내는 배우이지 싶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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