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슈틸리케호가 큰 암초를 만나 구멍이 뚫렸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중도에 부상악령에 휩싸여 벌써 이청용(27·볼턴 원더러스)과 구자철(26·마인츠05)이라는 핵심 자원을 잃었다.
그럼에도 자신감이 넘친다. 구멍이 선수 이름값만큼 크지 않아 보인다.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 가장 중요한 3경기가 남았다. 22일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이기면 준결승전이다. 4강 상대는 아직 미지수지만 전력상 이란이 유력해 보인다. 결승전까지 간다면 한일전도 예상된다.
슈틸리케호의 녹다운 토너먼트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 세 팀은 한국과 함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AFC 회원국 1~4위를 형성하고 있다. 8강부터 시작하는 결전이야말로 우승으로 향하는 '진검승부'인 셈이다.
◆ '중동의 메시' 남태희, 슈틸리케호의 핵심 공격자원 급부상
이런 상황 속에서 핵심 전력이 되는 두 선수를 잃었다는 것은 크나큰 손해다. 그냥 단순한 주전이 아니라 대표팀 주장까지 맡았던 공격의 주축이다.
예전 같았으면 대표팀에 '비상령'이 걸렸을 일이다. 하지만 현재 대표팀에서 이러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선수들이 로테이션으로 경기에 출전하면서 그 공백을 지우고 있다. 골키퍼 정성룡(30·수원 삼성)과 한국영(25·카타르 SC)을 제외하고 아시안컵 3경기를 통해 모두 한차례 이상 선발로 출전했다. 아직까지 교체로라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선수는 정성룡이 유일할 정도다. 어떤 선수가 나가더라도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이 이 모든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미리 대표팀을 구성할 때 멀티 포지션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을 집중 선발했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면서 "국제 대회를 나가면서 멀티 플레이어의 존재 여부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멀티 소화 능력이 있는 박주호(28·마인츠05), 장현수(24·광저우 푸리), 김민우(25·사간 도스), 기성용(26·스완지 시티), 이명주(25·알 아인), 남태희(24·레퀴야), 이근호(30·엘 자이시) 등을 대거 발탁했다.
오른쪽 측면 공격을 담당하는 이청용과 공격형 미드필더를 보는 구자철이 모두 빠지면서 이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선수가 앞으로 슈틸리케호의 명운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그 핵심은 바로 남태희다.
남태희는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구자철을 대신해 후반에 들어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당시 전반에 뛰었던 구자철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아 10일 오만전 선발이 유력했을 정도다. 그의 자리는 구자철이 맡았던 공격형 미드필더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남태희는 측면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다소 공을 끄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골 결정력도 갖추고 있어 오른쪽 측면으로도 기용될 수 있다.
이근호 역시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자원으로 분류된다. 이근호는 원톱은 물론이고 처진 스트라이커와 측면 공격수까지 모두 뛸 수 있다. 남태희와 이근호가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을 나눠 선다면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과 '공격 트리오'로 자유롭게 스위칭할 수 있다.
◆ 기성용의 전진 배치도 가능, 장현수·한국영·박주호 조합 관심
또 하나 관심을 둘 선수는 바로 기성용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박주호와 함께 최상의 콤비네이션을 보여주는 기성용이 다소 위로 올라간다면 공격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기성용은 소속팀에서 수비적으로 나서긴 하지만 공격적인 모습도 보여준다"고 말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도 효용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기성용이 호주전 후반처럼 공격쪽으로 올라가더라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세울 수 있는 조합은 충분하다. 박주호의 새로운 파트너만 찾으면 된다. 장현수도 있고 한국영도 충분하다. 두 선수 모두 수비적인 면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들이다.
다만 장현수가 중앙 수비수로 기용되는 경우가 많은데다 김주영(27·FC 서울)의 회복 여부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장현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빠지면 중앙 수비로 내세울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든다.
또 기성용과 박주호가 최상의 조합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구태여 흔들 이유는 없다. 이럴 경우 이명주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는 방법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명주는 중앙 미드필더로 수비와 공격에 모두 도움이 되는 선수"라고 평가한바 있다.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누가 나설지 당장 알 수가 없다. '베스트 11'을 아직까지 확정짓지 못해 혼란이 있을 법도 하지만 현재 대표팀은 누가 나가더라도 일정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경기 당일 누가 선발로 나갈지 알 수 없는 무한경쟁 상황이 더욱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게다가 상대팀이 한국의 전력을 예상하고 파악하기 힘들어하는 부수 효과도 있다. 전력이 너무나 쉽게 노출됐던 지난해 FIFA 브라질 월드컵과 전혀 딴 판이다. 이는 슈틸리케호의 또 다른 경쟁력이 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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