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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ERA 1위' 두산베어스 린드블럼 부진, 변칙 투구폼 실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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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ERA 1위' 두산베어스 린드블럼 부진, 변칙 투구폼 실패가 아니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11.05 0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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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15승 4패 평균자책점(ERA) 2.88. ERA 1위 조쉬 린드블럼(31·두산 베어스)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갑작스런 투구폼 변화를 택했다. 그러나 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말은 좋지 않았다. 린드블럼의 바뀐 투구폼은 과연 실패한 것일까.

린드블럼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SK와 2018 신한은행 KBO리그(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 6⅓이닝을 버텼지만 한동민(29)과 박정권(37)에게 투런포를 내주며 무너졌다. 99구를 던지며 6피안타 2볼넷 4탈삼진 5실점. 결국 패전을 떠안았다.

 

▲ 두산 베어스 조쉬 린드블럼(왼쪽)이 4일 SK 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7회 1사 2루에서 박치국과 교체되고 있다.

 

◆ ERA 1위 린드블럼, 왜 변화를 택했나

플레이오프(PO)에서 타율 0.429로 가장 뜨거웠던 첫 타자 김강민을 상대하는 린드블럼은 기존 투구폼에서 왼다리를 멈추는 동작을 더했다.

에릭 해커(넥센 히어로즈)의 투구폼과 비슷한 이러한 변칙 투구폼은 투수들이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 종종 사용하기도 하지만 린드블럼의 경우는 달랐다.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 등을 거치며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느낀 것. 시즌 중 좋았을 때와 비교해 팔이 늦게 나오는 느낌을 받았고 오른팔이 충분히 스윙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왼쪽 다리를 잠시 멈췄다가 투구를 하는 폼으로 수정을 가한 것이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 또한 “바꾼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아마 체중이 오른쪽 발에서 왼쪽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너무 빠르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승엽 위원도 “가장 의심되는 것은 팔이 조금 덜 넘어오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럴 경우 템포를 조금 늦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KBO리그 4년차임에도 처음 경험하는 한국시리즈이고, 그 상대가 SK라는 점도 변화의 이유가 됐을 것이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린드블럼이지만 SK를 상대로는 3경기 1패 평균자책점 5.06으로 9개팀 중 가장 약했기 때문이다.

 

▲ 1회초 한동민(오른쪽)에게 투런 홈런을 맞은 린드블럼. 이날 2개의 홈런에 4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 첫 KS 나선 에이스, 독이 된 중압감

무서운 타격감을 보인 김강민이지만 낯선 투구폼에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공을 좀처럼 제대로 맞혀내지 못했다. 그러나 파울 4개를 쳐내며 9구 승부를 벌인 끝에 볼넷으로 1루를 밟았다.

야구에서 볼넷은 종종 불행의 시작이 되곤 한다. 2번 타자 한동민의 타석에선 투구폼을 원래대로 돌렸다. 발을 멈추는 동작으로 인해 도루를 허용할 수도 있기 때문.

힘겨운 승부 끝 허용한 볼넷이 그를 흔들었을까. 린드블럼은 초구 몸쪽으로 많이 빠지는 공을 던지더니 1-0로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카운트를 늘리기 위해 몸쪽으로 던진 커터를 통타당했다. 1-0은 시즌 중 린드블럼이 가장 많은 홈런(4개)을 허용했던 볼카운트였다.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가다 맞는 경우가 많았던 까닭이다. 한동민에게 내준 홈런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5회까지 단 2타자에게만 출루를 허용하며 안정을 찾아가던 린드블럼은 또다시 일격을 맞았다. 팀이 3-2로 역전에 성공한 뒤 올라선 6회초 선두타자 한동민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투구폼은 변칙적이었지만 홈런을 안겼던 한동민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힘겹게 잡은 리드를 어떻게든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제구가 흔들렸다.

로맥의 내야 땅볼 때 한동민이 2루를 밟았고 린드블럼은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낸 채 박정권을 맞았다. 짧은 안타만 맞아도 동점이 되는 상황. 0-1로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포수 양의지가 몸쪽 공을 유도했지만 린드블럼의 손을 떠난 공은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으로 흘러들었고 박정권은 망설임 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타구는 다시 한 번 우측 담장을 넘었다.

팀이 3-4로 뒤진 7회초 91구를 던진 린드블럼은 다시 마운드에 섰다. 김태형 감독은 “7회에도 본인이 나가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어떻게든 역전의 발판을 만들어보겠다는 책임감이었지만 결과는 또다시 화를 불렀다. 박승욱에게 안타를 맞고 1,6회 실점 때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했다. 강승호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상황에서 물러났고 불펜진의 난조로 실점은 5로 늘어났다.

 

▲ 변칙 투구폼은 효과를 봤지만 결정적인 순간 내준 볼넷은 뼈아픈 결과를 초래했다.

 

◆ 바뀐 투구폼의 실패가 아니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만 활용한 변칙 투구폼은 효과적이었다. 1회 선제 투런포를 내주고도 로맥-박정권-김동엽으로 이어지는 상대 중심타선을 모두 내야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다. 린드블럼의 바뀐 투구폼 영향인지 좀처럼 정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2회 김강민에게 중전안타, 로맥에게 내야 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린드블럼은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갔다. 특히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펼치는 변칙 투구폼 효과를 제대로 봤다. 변칙 투구폼 활용 시 피안타율은 0.176(17타수 3피안타)로 기존 투구폼 때 0.375(8타수 3피안타)보다 훨씬 낮았다.

이날 SK 승리의 주역인 박정권과 한동민은 린드블럼의 바뀐 투수폼에 대해 어떻게 느꼈을까. 박정권은 “첫 타석엔 당황해 타이밍이 늦었다. 구위도 좋았다”고 평가했고 한동민은 “1회 (김)강민이 형이 공을 많이 던지게 했고 주자가 있을 땐 시즌과 같아서 별 생각 없이 쳤는데 좋은 타구가 나왔다”면서도 “주자가 없을 땐 (변칙 투구폼을) 공략하기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볼넷과 조급증에 있었다. 린드블럼은 볼넷이 적은 투수 중 하나다. 프로야구 통계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린드블럼의 9이닝 당 볼넷(BB/9)은 2.03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25명의 투수 중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결코 볼넷이 많은 투수가 아니다.

이날도 볼넷은 2개로 그리 많지 않았지만 모두 피홈런 직전에 나왔고 이는 고스란히 실점으로 연결됐다.

더불어 7회 추가 실점으로 연결된 안타와 마찬가지로 두 차례 볼넷 모두 선두타자에게 내줬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7회 피안타도 유리한 볼카운트(2-2)에서 실투를 통타당한 것이었는데, 어떻게든 선두타자를 잡아내고 말겠다는 압박감이 제구 난조로 이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린드블럼은 5차전 혹은 6차전에 다시 선발 등판하게 된다. 김태형 감독은 “실투가 장타로 이어졌지만 자기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여전히 신뢰를 보냈다. 다음 등판까지 남은 시간은 린드블럼에겐 변칙 투구폼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보완의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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