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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올라운드 플레이어' 하지원 "영화 기획·감독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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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올라운드 플레이어' 하지원 "영화 기획·감독 꿈꿔"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20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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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하지원(37)은 스크린이라는 코트 위 올 라운드 플레이어다. 통통 튀는 매력의 로맨틱 코미디, 절절한 멜로, 단아하고 절제된 사극,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 소름 끼치는 호러를 완성도 높게 소화하는 보기 드문 여배우다. 농구로 치면 센터, 포워드, 가드 역할을 종횡무진 해낸다. 쓰임새 많은 그가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했다.

◆ '낯선 캐릭터' '기황후로 인한 체력 고갈' 탓에 캐스팅 제안 거절

한국전쟁 직후인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한 '허삼관'(1월14일 개봉)에서 뭇 남자의 애간장을 녹이는 강냉이 파는 처녀 허옥란은 허삼관(하정우)의 저돌적인 구애에 결혼, 11년 후 세 아들의 엄마로 억척스레 살아간다.

 

“위화 작가의 원작 소설을 재미나게 읽었어요. 당시 1주일에 5일 밤을 새가며 ‘기황후’를 찍고 있을 때여서 여력이 없었어요. 정우씨와 만나기로 한 크리스마스 아침에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슬픈 코드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점이라든가 문어체 대사의 재미, 감정선이 울음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세련되게 터치하는 매력이 컸죠. 방대한 이야기를 예쁜 동화처럼 만들어낸 시나리오가 좋았으나 옥란이 내 옷 같지를 않았어요. 그래서 반반의 마음으로 나갔어요.”

자신이 아닌 다른 여배우가 캐스팅이 되더라도 감독 하정우가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낼지 궁금했다. “어렵고 자신 없다”고 거절하자 하정우의 집요한 설득이 이어졌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옥란 역엔 지원씨 말고는 다른 배우가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원의 옥란이다”란 말을 했다. 순간 자신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옥란이 되는 상상을 하다보니 도전의식이 솟구쳤다.

“과거에 제가 옥란처럼 뻔뻔하고 새침한 캐릭터를, 하나도 아닌 세 아이의 엄마 역할을 해보질 않아서 망설였던 거죠. 휴식이 필요했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정우씨가 ‘촬영장을 힐링캠프처럼 만들어주겠다’고 감언이설을 하시더라고요. 하하.”

◆ 감독 하정우는 ‘꼼꼼 대마왕’…기회 되면 영화기획·감독 해보고파

감독 하정우는 자신보다 훨씬 꼼꼼하고, 섬세하게 준비를 한다. 현장에선 웃음을 잃지 않으며 에너지 넘치게 작업한다. 돌발 상황에도 여유롭게 대처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즐겁게 일하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딱 하정우가 그랬다.

 

최근 할리우드에선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감독으로 맹활약하고, 리즈 위더스푼과 힐러리 스웽크는 제작자로서 안목을 발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배우 하정우, 유지태, 박중훈, 방은진 등이 배우와 감독을 겸업하고 있다. 동료 배우가 감독하는 현장을 경험한 그가 어떤 자극을 얻진 않았을까 궁금해졌다.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가끔씩 글을 쓰고, 영화 기획과 관련해서 상상을 많이 해요. 만약 기획이나 각본, 감독을 하게 된다면 어마어마하게 준비되지 않는 한 시도하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상상하는 걸 워낙 좋아해서 기회가 된다면...가능성은 열어두려고요.”

◆ 데뷔 후 첫 모성애 연기…결혼과 출산 생각하는 계기

데뷔 후 처음으로 본격적인 엄마 역을 맡았다. 모성애 연기는 연습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부담이 컸다. 하지만 정해진 틀이 아닌 자신만의 모성을 그려내려고 했다. 촬영 현장에서 세 아역배우들과 그냥 놀았다. 마음이 이완되고 친근해지다 보니 많이 안아주게 됐고, 어느 순간부터 친아들 같아졌다.

자신의 엄마도 생각했다. 엄마는 하지원과 많이 비슷하나 훨씬 에너지가 넘친다. 친구같은 엄마다. 자주 안아주고, “사랑해”란 문자 메시지를 빈번하게 보낸다. 자식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거친 언행을 하질 않았다. “지원아 지금 이 시간은 돌아오지 않아. 그러니 즐겨”란 말씀을 간혹 해주신다.

“그래서 아이들을 보통 엄마의 마음으로 케어하기 보다 친구처럼 함께 놀았어요. 게임을 워낙 좋아해 아이들과 눈높이도 맞았고요.(웃음)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녀에 대한 생각을 했어요. 가족이 주는 행복을 다시금 느꼈죠. 결혼 생각도 이제까진 없었는데 결혼과 출산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 “난 독보적인 액션 여전사…액션 너무 사랑해 다양한 시도할 터”

꽃같은 여배우들의 액션연기 도전이 거세다. 지난해 손예진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 여해적을 연기했고, 올해 전도연·김고은 등도 손에 칼을 잡는다. ‘액션 여전사’의 대명사는 하지원이다.

“액션연기가 힘든데 여러 분들이 도전하는 게 반갑죠. 여자가 액션하는 거 매력적이잖아요. 전 액션연기에 있어 지존? 독보적이랄까...하하. 연습할 때 힘들고 부상도 입고 그러지만 즐기면서 하려고 해요. 그래서 이런 저런 시도를 많이 해보고요. 희열을 느끼면서 하는 게 묻어나나 봐요. 액션을 너무 사랑해서 더 다양한 액션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판타지 장르라든가 춤을 추든 하는 거라든가.”

‘허삼관’에서도 하지원의 내공 있는 액션이 반짝 등장한다. 첫째 아들의 친아빠인 하소용의 집을 찾아가 실랑이를 벌이던 끝에 아내 송씨(전해진)를 주먹 한 방에 날려버리는 신이다. 의외의 가격에 객석엔 폭소가 터져 나온다.

“저희도 현장에서 너무 웃었어요.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었는데 액션 본능으로 때리라고 해서 스냅을 줘서 쳤어요. 액션의 합을 맞춰온 건 달인 수준이라 각을 딱 맞춰 한 방에 쳤기에 부상이나 NG 없이 갔죠.”

 

◆ “더 많은 작품 출연…매혹적 악역 연기 하고파”

‘허삼관’에서 하지원은 20대 그리고 30대 옥란의 변모를 명징하게 표현한다.

“가난한 시대라 의상이나 메이크업으로 처녀 시절의 절세미녀 옥란을 표현하긴 힘들었어요. 첫 등장할 때 한줄기 빛처럼 표현하자 싶어서 맑은 목소리 톤에 많이 웃는 것으로 설정했어요. 스캔들의 주인공인 엄마 옥란은 죄책감을 드러내기 꾸미는 건 다 빼고 늘어진 티셔츠와 몸빼바지, 순간의 눈빛으로 생활력 있는 모습을 그려냈고요.”

쟁쟁한 필모그래피, 다양한 장르에서 진폭 넓은 캐릭터를 맡아왔던 그다. 더 이상 배는 고프지 않을 것 같은데 속단이다.

“몸이 두 세 개였으면 해요. 더 재미나는 작품들을 많이 하고 싶거든요. 옥란을 하고나니 더 자신감이 생겼어요. 예전엔 내 솔(Soul)을 위해 건강한 역할을 고집한 적이 있으나 요즘은 스릴러, 판타지 캐릭터, 매혹적인 악역, 2가지 인물을 동시에 해보고 싶어요.”

어느덧 데뷔 2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부침 많은 연예계에서 두 세대를 건너 온 셈이다. 그는 시간의 더께를 체감하고 있을까.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죠. 배우라서 그런지 시간관념이 별로 없어요. 조선시대에도 살고, 미래도 가면서 나이와 시간을 표현하니까요. 17세 소녀, 30대 아이 엄마를 전전하다보니 여자 하지원의 시간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취재후기] 7~8년 전 인터뷰 때와 달리 달변의 여배우로 변해 있었다. 시간과 경험이 안겨준 선물인 듯 싶다. 인터뷰 동안 ‘도전’ ‘정복’ ‘쾌감’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조만간 에베레스트 산마저 정복할 태세다. 하지원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것 같다. “연기할 때 매순간이 설렌다. 좋으니까 설레는 듯하다”는 말을 들으니 ‘매너리즘을 피하는 법’을 깨닫게 된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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