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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얻고 힐링한 김영권 '왼발의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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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얻고 힐링한 김영권 '왼발의 화답'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27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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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대표팀때부터 '골 넣는 수비수'로 정평…이라크전 추가골로 A매치 두번째 득점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승승장구하는 슈틸리케호에서 청소년 대표팀 때부터 '골 넣는 수비수'로 평가받았던 김영권(25·광저우 에버그란데) 왼발의 부활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김영권은 26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벌어진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이라크와 4강전에서 후반 5분 이정협(24·상주 상무)의 가슴 트래핑을 그대로 왼발 발리 슛으로 연결, 2-0 쐐기골을 작렬했다.

김영권의 왼발 슛은 묘하게 들어갔다. 김영권의 왼발에 정확하게 맞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히려 깎여 맞은 것이 잔뜩 머금은 물기와 함께 스핀이 먹혔고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들어갔다.

김영권은 이날 골로 A매치 출전 네번째 경기였던 2011년 6월 3일 세르비아와 친선 평가전에서 데뷔골을 넣은 뒤 3년 7개월만에 두번째 골을 넣었다. A매치 기록도 33경기 출전에 2골로 늘어났다.

◆ U-20 대표팀부터 필요할 때마다 득점포

김영권은 20세 이하(U-20) 대표팀부터 '골 넣는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다. 묘하게도 골이 필요할 때마다 넣는 득점력을 과시했다.

2008년 시리아와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 후반 추가시간 구자철(26·마인츠)의 프리킥을 헤딩골로 연결시켰던 그는 2009년 10월 이집트에서 열렸던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미국과 조별리그에서 코너킥에 왼발 감아차기로 골을 넣었다.

당시 김영권의 골은 카메룬전 0-2 패배로 자신감이 떨어졌던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고 16강 진출의 문을 열어준 것이어서 더욱 뜻깊었다.

대표팀에 발탁된 그는 2011년 주로 왼쪽 풀백으로 기용됐다. 왼발을 잘 쓰기 때문에 이영표(38)의 후계자로 여겨졌다. 그가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던 2011년 세르비아전 역시 왼쪽 풀백으로 나섰던 것이었다.

하지만 왼발을 잘 쓰는 중앙 수비수는 희소성이 높다. 탁월한 수비 능력을 갖춘 그는 중앙 수비로 변신했다. 한때 왼쪽 측면과 중앙 수비를 모두 보는 멀티 요원으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런던 올림픽을 계기로 김영권의 주 포지션은 중앙 수비로 굳어졌다.

▲ 김영권(왼쪽에서 두번째)이 26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벌어진 이라크와 2015 AFC 아시안컵 4강전에서 후반 5분 골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브라질 월드컵 트라우마 떨치고 다시 왼발의 마술사로

전주대 재학 시절 풋살을 하기도 했던 그는 왼발 프리킥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전담 프리키커로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대표팀에서는 프리킥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너무나 많다.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과 박주호(28·마인츠05), 기성용(26·스완지 시티), 김진수(23·호펜하임) 등이 모두 프리킥으로 골을 넣거나 코너킥 전담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김영권은 자신의 왼발을 쓸 기회를 맞지 못했다.

하지만 김영권이 적극적으로 이라크 진영에 침투, 이정협의 패스를 받아 자신의 장기인 왼발로 골을 넣은 점은 의미심장하다. 무엇보다도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 체제에서 처음으로 골을 넣은 수비수가 됐다.

현재 대표팀에는 김영권 말고도 헤딩 능력이 탁월한 곽태휘(34·알 힐랄)라는 골 넣는 수비수가 있다. 수비수까지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공격 루트와 옵션이 추가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와 함께 골은 선수 자신에게 무한한 자신감을 가져다준다. 그렇지 않아도 김영권은 홍정호(26·아우크스부르크)와 함께 브라질 월드컵에 나섰지만 '자동문'이라는 오명을 들어야만 했다. 게다가 종종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플레이까지 보이며 중앙 수비수로서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영권은 아시안컵을 통해 쿠웨이트전부터 이라크와 4강전까지 4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하며 자신감과 함께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도 함께 얻었다. 여기에 득점까지 기록했다. 김영권의 브라질 월드컵 트라우마는 힐링했고 다시 한국 축구대표팀의 듬직한 중앙 수비수로 거듭났다. 더욱이 왼발의 부활로 화답했으니.

슈틸리케호에 또 하나의 공격옵션이 수비라인에서 발견됐으니 55년만의 우승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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