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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대여 안녕' 배우 여진구의 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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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대여 안녕' 배우 여진구의 활공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27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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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소년과 청년의 경계에 선 배우 여진구(18). 첫 주연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가 킬러로 ‘사육’된 10대 청소년 역할이라면 ‘내 심장을 쏴라’(1월28일 개봉)에선 정신병동에 수감된 25세의 청춘이다.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이정표가 될 작품이다. ‘아역배우’라는 카테고리에 넣기엔 몸과 마음이 폭풍 성장했다. 성인의 세계로 힘차게 활공한 그를 개봉 전에 노크했다.

◆ 어린시절 트라우마로 정신병원 들락거리는 소심한 수명 연기

정유정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내 심장을 쏴라’는 수리희망병원이라는 정신병원에서 만난 스물다섯 동갑내기 두 남자가 인생을 위해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이 꿈꾸는 인생의 목표를 위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부딪히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 승민(이승기),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어디로든 숨고 싶어하는 소심한 수명(여진구)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성장해가는 청춘의 송가다.

 

허름한 서점을 운영하는 아버지, 책과 음악에의 깊은 조예, 정신병 환자인 어머니의 비극적 죽음, 환청으로 정신병원을 수시로 드나드는 6년차 모범환자, 가위 공포증, 장발 집착의 조각들을 모아 유령처럼 삶을 사는 수명을 완성해냈다.

“수명이 나와 전혀 다른 인물이라 소설을 읽어야만 했어요. 표현이 가능할지 고민이 됐지만 너무 달라 끌리기도 했고요. 생각보다 수명을 알아내는 게 힘들었어요. 폐쇄병동을 방문하기 힘든 데다 정신병 환자 소재 영화들을 봐도 수명과 같은 캐릭터는 없었거든요.”

처음 원작을 읽었을 땐 줄거리만 봤다가 재 탐독하면서는 수명을 분석했다. 실마리를 얻었지만 원작에 얽매이는 문제가 발생했다.

◆ 처음엔 수명과 불협화음...과거와 다른 연기 스타일 시도

“초반에 흔들린 연기가 아쉽더라고요. 경직되고 부자연스러워 ‘왜 이럴까?’ 싶었어요. 하지만 촬영하면서 승민이 수명에게 하는 대사들이 내게도 꽂혔어요. 특히 ‘니 인생을 상대하는 놈이 있기는 하냐?’란 대사가 어느 순간 내게 하는 말 같이 들리더라고요.”

평상시 승민과 닮아 친밀했고, 수명은 낯설었다. 그런데 끊임없이 내면의 동굴을 찾아 숨으려 드는 수명이 자신의 안에도 있음을 깨달았다. 촬영 시 표현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데 연기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숨으려들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놀랍고 당황했으나 그 때부터 캐릭터와 친밀해졌고, 표현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동안은 감독님, 선생님(배우)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며 캐릭터를 만들고, 연결조절이나 감정 체크 등을 준비한 뒤 촬영장엘 갔다면 이번엔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연기를 맡겨버리셔서 당황했어요. 잘 모르는 지점에서 고민하다가 ‘그냥 현장에서 부딪혀보자’란 마음으로 임했어요. 예를 들어 승민을 바라보는 표정이나 감정을 잡아보다가도 다 버렸어요. 만드는 거지 진짜 감정은 아니니까. 수명의 감정에 가장 충실하게 리액션도 현장에서 순간 드는 느낌으로 연기했죠. 엄청난 경험을 한 작품이에요. 개인적으로 성장을 많이 하게 됐고요.”

강제적으로 이발당하는 순간 세상이 떠나갈 듯 소리 지르는 장면은 수명의 트라우마를 압축해 보여주는 신이라 불안감이 컸는데 그냥 “몰라!” 하고 촬영했다. 결과물이 의외로 좋았다. 마지막에 기절할 때 눈이 돌아가는 장면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돌아가 “돌아 가는대요, 감독님!”이라고 기쁨의 일성을 터뜨렸다.

◆ ‘태양’ 좋아하는 공통점으로 상대역 이민기와 더욱 친밀해져

18세의 나이에 25세 성인을 연기했다. 상대역 이민기와는 띠동갑이다. 부담이 됐을 법도 한데 담담하다.

“배역의 나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더욱이 수명은 25세지만 사회성은 제로잖아요. 그러다보니 부담이 없었죠. 민기 형이랑 얘기했던 게 ‘25세처럼 보이려 노력한다 해도 관객이 몰입하지 못하면 아닌 거니까 아예 신경 쓰지 말자’였어요. 그냥 둘도 없는 친구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하자고 했죠.”

 

고맙게도 선배 이민기가 먼저 다가와준데다 성격, 취향이 비슷해 금세 친해졌다. 좋아하는 영화, 가수 태양을 좋아해 함께 CD를 구입하며 친밀감감을 더했다. 하지만 이민기의 바람과 달리 아예 말을 놓진 않았다. 상대에 대한 존중을 포기하기가 어려워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쓰는 편법을 구사했다. 평소 친한 스태프들에게도 반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게 몸에 밴 탓이기도 하다.

◆ 배역 통해 10대 일상의 아쉬움 해소...자연스러운 연기로 성인배우 터닝

상당수 아역 배우 출신 성인 연기자들이 어른들의 세계에 일찍 발을 들여놓으며 평범한 학창생활이나 또래의 경험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여덟 살 때인 2005년 영화 ‘새드무비’로 데뷔해 드라마, 영화에서 활동해온 여진구는 어떨까.

“학교생활의 추억이 적고, 친구들과 맘껏 놀질 못해서 아쉬움은 있으나 일상의 향유는 주관적인 것 같아요. 나름 충분히 10대의 일상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배역을 통해 떡볶이 먹고, PC방과 노래방 가고, 웃고 떠드는 등 충분히 청소년 시절을 경험하기에 그런 불편함은 못 느껴요. 반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목표에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성취감이 커요. 또래 친구들보다 더 좋은 경험을 하고 있구나, 싶죠.”

아역 출신의 배우들은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곤 한다. 안성기, 손창민, 강수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처럼 성인 연기자로 소프트 랜딩하는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 과욕을 부린다거나 아역 이미지와 성인 이미지가 충돌해 한순간에 사라지는 케이스가 비일비재하다.

 

“오히려 신경 쓰면 좋지 않을 거 같아요. 제가 자연스럽게 성장해야지 성인 연기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미지나 연기적 변화는 일부러 보여주는 것보다 나이에 맞게 편하게 하다보면 아역에서 성인배우로 자연스레 전환할 수 있을 듯해요. 괜히 오버해서 나이 든 역할을 하려들면 내가 부담스러워지고, 압박감 탓에 연기에 진정성이 떨어질 거예요. 크게 뭔가를 보여드리려 하지 않은 채 편하게, 열심히만 하면 될 것 같아요.”

◆ “아쉬움 없는 작품 보유한 배우 되고파”

청춘의 아픔 그리고 희망을 담은 영화에 출연하며 이 시대 청춘에 대한 생각은 깊고도 넓어졌다. 그 역시 ‘아프니까 청춘’인 세대니까.

“성적과 입시 때문에 바쁘게 살아가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 표정이 암울한 게 아니라 아예 없어요. 감정이 느껴지질 않아서 안타까웠거든요.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인데 잔잔한 물 같은, 로봇 같은 얼굴이거든요. 10대, 20대 청춘이 입시, 스펙, 취업으로 한창 힘드시겠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꿈과 희망을 다시 기억해냈으면 해요. 각자의 내면에 있는 수명이나 승민을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10대의 마지막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고3이 되므로 대학 진학도 풀어야 할 숙제다.

“요즘은 10대 끝자락이라 마지막으로 내 모습을 보고 싶어서 하이틴물에 출연하고 싶어요. 20대 성인이 되면 하고 싶어도 안들어 올 수 있잖아요.(웃음) 작품 선택 시 너무 좋은 캐릭터인데 끌리지 않기도 하고, 너무 어려운 캐릭터인데 해보고 싶고 애매모호해요. 하지만 도전하고 실패와 성공을 하며 많은 경험을 쌓아야할 때인 것만큼은 분명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예전엔 연기가 그저 재밌고 좋아서 했다면 이제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가벼이 해서는 안되겠구나란.

“한 치의 고민 없이 누군가에게 추천해 줄 수 있는 아쉬움 없는 작품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은 게 궁극적 목표예요. 이제까진 경력이나 경험이 부족해 아쉬움이 많았거든요. 앞으로 표현 방식이나 표정이 다양해질 테니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그걸 향해 달려가고 싶어요.”

[취재후기] 여진구의 자산은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와 아이 같지 않은 노안(?) 마스크다. 배역의 폭이 넓고, 누나 팬들이 열광하는 요인이다. 최근 열린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여배우 박보영과 신세경이 “여진구와 멜로를 찍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낼 정도다. 장작 본인은 자신의 외모와 목소리에 대해 “페널티 아닌가요”라고 웃으며 반문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일찌감치 진입했음에도 겉멋 들거나 애어른이 되지 않은 채 반듯하게 잘 자라고 있는 친구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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