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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으로 변모하는 독수리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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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으로 변모하는 독수리를 보면서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5.01.2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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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한화 이글스가 개혁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25일, 김성근 감독은 한화와 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 등 3년 총액 20억원에 독수리 군단의 수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모든 것을 갈아엎는 일을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다. 구단 안팎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가 않았다.

한화는 여러 해 동안 하위권에 맴돌면서 좋지 않은 습관들이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 스며들어 있었을 것이다.

▲ 지난해 10월28일 취임식에서 한화를 맡은 소감을 말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 [사진=스포츠Q DB]

목숨을 걸다시피 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 것이다. 어느덧 개혁은 100일에 가까워 오고 있다. 대개 100일 정도는 반복해야 새로운 습관을 몸에 익힐 수 있다고 한다. 선수들은 새로운 습관을 몸에 익숙하게 하기 위해 지난해 마무리 훈련과 스프링캠프를 통해 강도 높은 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굳어있는 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미국 듀크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가 매일하는 행동의 40%가 의사결정의 결과가 아니라 습관 때문이라고 한다. 습관의 힘의 저자 잭 D. 핫지는 “일상적인 행동의 90%는 습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행동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이 습관이다. 모든 사람들은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축적되었던 사고방식, 믿음, 숙련도, 현재의 편안함 등과 같은 '현재의 습관'이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훼방꾼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가 "인간은 첫 반평생 동안 얻은 습관으로 나머지 반평생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했듯이, 이미 뇌에 저장되어 있는 반평생의 습관을 단숨에 격파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영국 런던대학교의 제인 위들 교수팀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같은 행동을 얼마나 반복해야 생각이나 의지 없이도 그 행동에 대해 자동적으로 반사하는지'에 대한 실험을 했다고 한다.

▲ 김성근 감독은 직접 지옥의 펑고를 친다. 개혁의 시작이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그들은 식사 후 과일 한 조각 먹기, 석식 전 5분간 뛰기 등 건강 관련 행동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 실천하게 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이 66일이 지나서는 의도적인 생각이나 의지 없어도 자동적으로 같은 행동을 하는 습관이 자리 잡게 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1년에 한 가지씩 습관을 바꾼다면 성인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만큼 습관의 힘은 무섭고 바꾸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개혁은 생각의 변화, 성적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므로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이를 달리는 자동차에 바퀴를 갈아끼우는 것만큼 어렵다고 했다.

다행히 한화의 움직임은 별 탈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정상적인 궤도에 연착륙하고 있다고 보이기 때문에 이번 시즌 4강 진입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해 본다. 김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단 장악능력이 워낙 탁월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하고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에 능해 지는 경기를 승리로 돌려놓는 능력이 있다.

1년에 몇 경기 정도는 감독의 역량으로 패배 가능성이 짙은 경기를 승리로 뒤집을 수 있다. 김 감독이 벤치에 앉아있는 이상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가공할 폭발력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게 된다. 2015년의 한화는 무서운 팀으로 변모할 것이다.

▲ 타격만 지도하는 것이 아니다. 투수 출신인 그는 선수들의 투구 동작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지도한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다만 페넌트레이스 기간에 필히 나오는 부상 선수가 문제다. 이를 어떻게 관리해 전력을 메우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또한 감독과 선수단의 신뢰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느냐는 과제도 있다. 신뢰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위기관리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고비를 어떻게 지혜롭게 극복하느냐에 따라서 한 시즌 농사가 좌우될 것이다.

야구 9단 김성근 감독이 ‘야신’이란 별명답게 탁월한 경기운영 능력으로 승리에 오랫동안 목말라하는 한화팬들에게 한 여름의 소나기같은 단비를 뿌려줄지 기대해 보자.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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