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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국제시장', 안철수의 '개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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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국제시장', 안철수의 '개훔방'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2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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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첫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28일 오후 서울 용산의 한 극장에서 파독 광부 및 간호사, 이산가족들과 함께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이날 극장에는 '국제시장'의 투자·배급사인 CJ E&M 정태성 대표, 윤제균 감독, 주연배우인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김세훈 영화진흥위원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다수의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영화가 시작되자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 장면과 후반부 주인공 덕수(황정민)가 상상 속에서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 등에서 눈물을 흘렸고, 종영 후에도 북받친 감정을 다스리는 듯 한참동안 자리를 뜨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박 대통령은 황정민과 윤제균 감독에게 “감동적인 영화 정말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시장’을 만들 때 표준근로계약과 4대보험을 적용하고 촬영시간도 준수했다는 말씀을 들었다. 모든 영화 제작에 (이러한 사례가) 확산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또 "창작에 관한 모든 사람들의 열정과 창의성이 솟아야 하는데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안정된 환경이 돼야 역량이 최대한 발휘된다" “좋은 문화 콘텐츠는 세대간 소통과 사회통합에 기여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2시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선 한국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 국회상영회가 열렸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최했으며 ‘개훔방’ 제작·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 엄용훈 전 대표, 원혜영·서영교 의원 등이 참석했다.

미국 작가 바바로 오코너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한 ‘개훔방’은 갑작스러운 사업 실패로 아빠와 함께 집까지 사라져 하루아침에 피자배달차를 지붕 삼아 살아가게 된 열 살 소녀가 집을 얻기 위해 도둑질을 모의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그린다. 아이들의 엉뚱한 발상과 개를 훔치기 위한 치밀한 계획, 동조자들의 협력과 대담한 실행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보기 드문 수작 가족영화로 호평 받았으나 대기업 배급사들의 횡포로 인해 높은 예매울과 좌석점유율에도 불구하고 개봉 2주차에 전국 10여개의 극장에서만 축소 상영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안 의원은 '중소 배급사 살리기'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 이번 국회 무료 상영회를 주최했다. 앞서 안 의원 측은 "대형 영화 배급사의 스크린 독점으로 인해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문화 콘텐츠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해 '개훔방 대관 릴레이'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지난달 30일 ‘개훔방’ 시사회를 다녀온 뒤 SNS에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한국영화가 오랜만에 나온 것 같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개훔방’ 상영 축소에 대한 책임을 지고 리틀빅픽쳐스 대표직을 내던졌던 엄 전 대표는 최근 중소 배급사의 열악한 현실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호소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날 엄 전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영화산업의 대기업 독과점을 비판하다 울먹였다.

같은 날 이뤄진 두 영화 행사. 대통령, 정치인이 화제작을 관람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민과 정서를 공유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다만 그들은 대부분 ‘명량’ ‘국제시장’처럼 대규모 제작비를 들여 ‘천만’ 스코어를 낸 주류 상업영화에 바쁜 틈을 쪼갠다. 질 좋은 저예산 독립영화, 힘의 논리에 밀려 극장의 외면을 받는 중소규모 영화를 찾는 모습은 거의 보기 힘들다.

틈만 나면 외치는 ‘세대 간 통합’ ‘국민 통합’ ‘사회 통합’이 구두선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선 대기업-중소기업의 양극화 심화와 갈등이 해소돼야 한다. 정치인이 앞장서서 해결해 나갈 과제다.

특히 부자감세, 서민증세 논란과 함께 지지율이 추락한 가운데 대국민 소통 행보에 적극 나선 박 대통령이 1200만 관객에, 여전히 577개 스크린 수를 유지하는 ‘잘 사는’ 영화에 관심을 보내고 격려하기보다, 좋은 문화 콘텐츠임에도 홀대받는 ‘가난한’ 영화를 껴안아 준다면 진정성이 더욱 돋보이지 않을까.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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