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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60주년 맞은 이미자, '감사·공감·순수' 60곡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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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60주년 맞은 이미자, '감사·공감·순수' 60곡에 담다
  • 홍영준 기자
  • 승인 2019.02.2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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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홍영준 기자·사진 주현희 기자] "부디 우리 후세에 이 곡들이 영원히 남겨져서 '당시에 와닿았던 곡들이었구나'하고 우리 가요의 원조가 후세에 남겨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통이 사라진다는 건 가슴 아픈 일이에요."

노래 경력으로만 환갑을 맞은 이미자는 전통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서구풍의 노래들이 판치면 가사 전달이 안 된다"면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 조선호텔 2층에서 진행된 이미자 60주년 기념 음반 및 신곡발표회에서 이미자는 이번 앨범의 의미에 대해 소상히 밝히는 한편 자신의 60년 가수 인생을 되돌아봤다.

 

 

 

# 감사, 공감, 순수...세 장의 CD에 담은 히트곡과 전통가요

"사실 50주년이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5년 단위로 공연을 했어요. 하지만 60주년이 되면서 이렇게 기념 공연을 가질 수 있으니 보답을 해야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려고 했죠."

가수 인생 반백년을 맞았던 10년 전, 이미자는 50주년 앨범에 무려 101곡을 담아 공개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본에 충실한 앨범을 제작했다.

이번 60주년 기념 음반에는 총 60곡이 세 장의 음반으로 나뉘어 수록됐다. 이미자의 대표 음악을 엄선한 리마스터링 노래와 신곡이 모두 포함된 의미 있는 앨범이다. 과거 히트곡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재편곡하고 리마스터링해 소리의 질감을 더욱 높이고 정교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60곡 중 10여 곡에는 실제 공연 때처럼 라이브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한 번에 녹음을 마쳤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하게 정석대로' 이미자의 현재 목소리를 들려주겠다는 의지를 담은 결정이다.

세 장의 CD에는 각각 감사, 공감, 순수를 기준 삼아 노래를 분리했다. 선곡 기준은 "이미자 나름대로 대곡이라고 생각하는 노래들"이다.

첫 번째 '감사' CD에는 60주년 기념곡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를 비롯해 50주년 기념곡 '내 삶의 이유 있음을', 45주년 기념곡 '내 영혼 노래가 되어' 등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은 노래들이 담겼다. 이번 앨범을 위해 '노래는 나의 인생' '갈매기가 되어' '서울이여 안녕' '황혼의 부르스' 를 다시 녹음했다. 

이미자는 "요즘 파트별로 녹음하지 않느냐. 당시엔 그렇지 않았다"면서 "그대로 들려드리고 싶어서 함께 들어가서 라이브로 녹음했고 녹음 상태가 좀 다르다"고 전했다. "노래도 역시 들으면 부끄러울 정도"라면서도 "현재 60년이 지난 세월의, 현재 목소리는 이렇게 변했구나 이런 걸 느낄 수 있을 거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장인 '공감' 파트에는 이미자의 대표 히트곡이 들어 있다. '동백 아가씨' '흑산도 아가씨' '아씨' '여로' '여자의 일생' '삼백리 한려수도' '유달산아 말해다오' '울어라 열풍아'를 이번 앨범을 위해 다시 녹음했다. 

"이 CD 1,2번에는 제가 가장 히트했던 곡들이 다 들어있습니다. 60년이 흐르면서 녹음했던 곡도 있지만 현재 제 목소리를 들려드려야한다는 생각도 있었죠. 13곡 정도는 CD를 들으면 알 거에요. 우린 지금 아날로그가 사라지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일반 콘서트에서 부르는 그대로, 라이브처럼 녹음하고 싶었습니다. 현재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20대, 30대부터 70대까지 제 목소리를 다 넣었죠. 지난해 70대의 목소리를 기념해서 녹음했어요. 들으시면 현저히 다를 거에요. 제 악단과 함께 한 스튜디오에서 녹음했습니다."

세 번째  CD인 '순수' 파트는 전통가요가 가득 담겼다. 이미자 스스로 "제 노래보다 더 신경 써서 부른 노래들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눈물 젖은 두만강' '찔레꽃' '청춘 부르스' '고향초'를 포함해 스무 곡을 선정했다.

"마지막 장에는 어려운 시대에 가요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노래가 있어요. 나라 잃은 설움, 그 노래들을 선배들이 불러 우리가 듣고 자라며 위안을 삼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시대의 곡들이 지금은 사라져가고 있어요. 우리 가요의 뿌리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전 너무 안타까워요. 녹음을 해서 영구히 보존할 수 있기에 심혈을 기울여서, 많은 곡 중에 고르고 골라 20곡을 마련했습니다."

 

 

 

# 고난과 시련 견뎌온 60년 가수 인생 

"가장 바빴을 때, 기뻐야 했을 때, 제 뒤엔 꼬리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미자의 노래는 '질이 낮다', '천박하다', '상급 클래스의 사람들에겐 창피하다', '술집에서 젓가락 두들기며 부르는 노래다'란 것이었죠. 이런 꼬리표로 소외감을 느꼈고 힘들었어요. 지금 60년이 흐른 뒤, 현재엔 '내가 잘 절제하며 잘 지냈구나 지탱했구나'란 생각을 합니다. 자부심도 갖고 있습니다."

이날 이미자는 "나도 서구풍의 좋은, 발라드 풍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데 바꿀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참고 견뎠다"며 전통가요를 고집했던 60년 가수 인생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특히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자신의 3대 히트곡이 금지곡이 됐을 당시라고 전했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한 가지 꼽는다면, 제 3대 히트곡이 금지곡이 됐던 시기에요. 당시 35주간 KBS 차트에서 1위를 했던 곡이 하루 아침에 차트에서 사라졌습니다. 무대를 할 수 없었죠. 당시 제 히트곡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흑산도 아가씨'를 들을 수 없었어요."

당시를 "제 목숨을 끊어놓은 듯한 기분이 들 정도"라고 거칠게 표현한 이미자는 "하지만 금지곡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내 노래를 불렀다"며 "제 3대 히트곡을 팬들께서 한사코 부르셨다. 금지곡으로 나오든지 말든지 간에 불렀다. 그 힘으로 버텼다"고 감회에 젖은 표정을 보였다.

 

 

 

이미자 가수 인생 60년을 지탱해준 가족같은 음악인으로는 작곡가 백영호와 박춘석 선생을 꼽았다.

"백영호 선생님은 저, 이미자란 이름을 낳게 해주신 분입니다. 아버지같은 분이죠. 박춘석 선생님은 제 음악생활, 무대까지 지휘해주시면서 연출까지 맡아주신 분이에요. 잊을 수 없는, 오빠같은 분이라고 할 수 있죠."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이미자는 "오늘 이렇게 뜻 깊은 날에 앉아있을 수는 없다"며 서 있기를 고집했다. 현장을 찾은 지인들과 관계자들 그리고 팬들을 향한 감사함 때문이었다. 60주년 기념 음반 발매를 시작으로 이미자는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다. 오는 5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미자 노래 60주년'이라는 타이들을 달고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60년 동안 정말 보람된 일도 많이 있었지만, 힘들고 어렵고 견디기 어려운 시대가 더 많이 있었습니다. 1960년대 초반에는 '왜 나를 이렇게 좋아하나'란 생각도 했죠. 세월이 흘러 보니, 당시 우리는 살기 힘들었고, 당시 역경을 참고 견뎌서 오늘날 잘 살게 됐습니다. 제가 사랑 받았던 이유는 너무나 어려운 시절에 시대의 흐름이 담긴 노랫말과 제 목소리가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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