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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의 아시안컵 결산 '유소년부터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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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의 아시안컵 결산 '유소년부터 바뀌어야 한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05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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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만 중시하는 문화, 정신적 부담·기술 실수 초래…"축구가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 차지하길"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울리 슈틸리케(61)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더욱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성적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축구의 근본 개혁을 꿈꾼다. 단순히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한국 축구에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고 싶어하는 것 같다.

슈틸리케 감독은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를 통해 아시안컵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아시안컵보다 더 많은 것을 얘기했다. 자신이 대표팀 감독으로 일하는 동안 대표팀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축구의 마인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큰 목표를 밝혔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면서 유소년 축구와 학원 축구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아시안컵을 통해 기술적인 부분에서 실수가 나오고 정신적인 부담이 컸던 것 모두 유소년 축구에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축구가 근본적으로 발전하고 개혁하기 위해서는 유소년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소년 축구에는 교육자 성향의 지도자가 맡아 결과보다 과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슈틸리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감독 중에는 감독의 역할에만 충실한 사람이 있고 교육자 같은 지도자도 있다. 감독의 자질만 갖고 있는 사람은 결과만 중시하지만 교육자적인 사람은 결과를 얻기 우해 선수들이 어떤 과정을 가야하는지에 대해 가르친다"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유소년 지도자의 성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소년 축구에 교육자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6개월 동안 K리그 뿐만 아니라 U리그와 유소년 축구까지 모두 돌아다니면서 한국 축구 전반에 대한 것을 모두 살폈다.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현재 한국 유소년 축구의 현실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시안컵에서 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력을 보고 왜 이들이 기술적인 부분에서 실수가 나오고 침착함이 떨어지는지에 대한 분석을 유소년 축구에서 찾은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2000년대초 독일의 유소년 시스템을 담당했던 경험도 한국 유소년 축구를 분석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은 손에 있는 현금은 모두 유소년에 쓸 정도로 과감하게 투자했다. 선수 육성을 위해 지도자도 많이 고용했다"며 "하루아침에 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 6~8년의 시간이 지나 지금 독일의 모습이 됐다"고 말했다. 유소년 축구의 근본적인 발전에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소년 축구부터 시작하는 한국 축구의 개혁과 함께 축구가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와 함께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가 사회와 학교, 직장에서 화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피력했다. 축구가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궁극적인 목표는 축구가 이 사회에서 중요해지고 경기를 중계하다가 도중에 끊어버리는 불상사가 없었으면 한다"며 "서울과 상주의 대한축구협회(FA)컵 준결승전에 관중 몇백명만 온 것을 봤다. 사람들이 모여서 정치가 아닌 축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장기적으로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0위를 목표로 한다. 선수들이 규율도 잘 잡혀있고 의지도 있는데다 정신적인 면에서 긍정적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축구가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에 더욱 채찍질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래저래 아시안컵은 슈틸리케 감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됐다. 히딩크 감독이 한일 월드컵을 위한 '단기 속성' 과외 선생님이었다면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축구를 한단계 성숙, 성장시키는 스승이 되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부임 뒤 첫 휴가를 떠나는 슈틸리케 감독은 6일 스페인으로 출국,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돌아올 계획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귀국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다음달 7일 K리그 클래식 개막 이전에는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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