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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17개월 전 약속 그대로, 'KBL 뒤집는' 빅맨 김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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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17개월 전 약속 그대로, 'KBL 뒤집는' 빅맨 김종규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2.27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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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산성' 상대로 골밑 장악, 점퍼-패싱력 몰라보게 진화

[스포츠Q 민기홍 기자] 2013년 9월 3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창원 LG 프런트는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 ‘김종규’를 마킹한 유니폼을 제작해 들고 갔다. 임시 유니폼이 아니었다. 다른 선수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1순위 지명권만 받게 되면 LG는 뒤를 돌아볼 것도 없이 김종규를 뽑을 참이었다.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바람은 현실이 됐다.

자신의 이름이 찍힌 붉은 송골매 유니폼을 입고 화려하게 프로 무대에 입성한 그는 역대 어느 루키도 감히 내뱉지 못했던 당찬 각오를 밝혔다.

“KBL 한번 뒤집어보겠습니다.”

▲ 김종규(가운데)는 지난 시즌에 비해 출전 시간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득점과 어시스트 기록이 올랐다. [사진=KBL 제공]

김종규가 정말로 리그를 뒤집고 있다. 상대가 중요치 않다. ‘산성’ 원주 동부를 맞아서도 페인트존을 완벽하게 장악할 줄 안다.

프로 2년차.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할 때 ‘복덩어리’ 역할을 하더니 이제 리그 정상급 센터로 발돋움했다.

◆ 동부산성이 두렵지 않다, 골밑 초토화 

김종규는 26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24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83-76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공헌도 점수에서 41.5점을 기록해 동료 데이본 제퍼슨(43.75점)에 이은 2위에 올랐다.

상대가 홈경기 9연승 파죽지세를 달리던 동부였기에 더욱 빛났다. 동부가 누구인가. 데이비드 사이먼-김주성-윤호영의 트리플 타워를 바탕으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경기당 평균 60점대(68.8점) 실점을 하는 팀 아닌가.

이날 LG는 '산성'을 상대로 리바운드에서 50-24의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특히 상대보다 13개나 많은 19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건져냈다. 김종규는 제퍼슨과 함께 10개의 오펜스 리바운드를 합작했다. 동부가 가장 동부답지 못했던 경기였다.

김종규는 수비가 떨어지면 순도 높은 미들슛을 쏴 골망을 흔들었고 붙을 경우에는 자신이 직접 돌파해 마무리짓거나 동료에게 양질의 패스를 내주는 센스를 뽐냈다. 65%(11/17)의 야투성공률은 20분 이상 코트를 누빈 선수들 중 가장 높았다.

지난 시즌 평균 29분49초를 뛰어 10.72점을 기록했던 그는 이번 시즌에는 출전 시간이 27분2초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12점을 올려 한층 나아진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시즌 초반 대표팀 차출로 인한 체력 저하와 부상만 아니었더라면 더욱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 미들슛 장착-패싱력 향상-스피드 가미, 약속 지켜가는 김종규

베이스라인과 45도에서 쏘는 미들슛의 정확도가 눈에 띄게 향상했다. 센터 중 최고의 스피드를 지닌 그가 확률 높은 점퍼를 갖춘다면 매치업 상대들은 머리가 아파질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처럼 망설이는 경우가 없다. 패스를 잡자마자 바로 슛동작을 취한다.

▲ 신인 드래프트장에서 "KBL을 뒤집겠다"고 당찬 출사표를 던졌던 김종규는 프로 2년차를 맞아 일취월장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동료와의 호흡도 일품이다.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 제퍼슨을 향해 더블팀이 들어갈 때면 김종규는 늘 빈 곳에 있다. 2쿼터에서 제퍼슨과 합작해 작렬한 앨리웁 덩크가 이를 반영하는 장면이다. 패스에도 재미를 붙였다. 지난 시즌보다 0.3개 증가한 1.3개의 도움을 기록중이다.

4쿼터 5분55초를 남기고는 튀어나온 공을 잡아 하프라인서부터 홀로 드리블을 치며 질주했다. 마치 슈팅가드처럼 낮은 자세로 달려가 코트를 가로지른 그는 손을 바꿔 왼손으로 림에 공을 올려놓은 후 보너스 원샷까지 얻어내는 기지를 발휘했다.

수비에서도 제몫을 톡톡히 했다. 김주성은 11점 5리바운드, 윤호영은 10점 2리바운드에 머물렀다. 중계에 나선 김동광 MBC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공수 양면에 걸쳐 물오른 김종규를 향해 “몰라보게 좋아졌다. 대단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LG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울산 모비스에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김종규는 챔프전 6경기에서 평균 5.3득점 2.7리바운드를 기록하는데 그쳐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KBL을 뒤집겠다”던 1년5개월 전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김종규. LG의 포스트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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