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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변신' 설기현, "지도자로서 내 축구철학 펼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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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변신' 설기현, "지도자로서 내 축구철학 펼치겠다"
  • 임영빈 기자
  • 승인 2015.03.04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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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감독대행 첫 출발…"흔쾌히 허용해준 인천 구단에 미안하고 감사할 따름"

[스포츠Q 임영빈 기자] ‘설바우두’ 설기현(36)이 갑작스런 은퇴를 결심한 계기로 자신의 축구 철학을 실현할 수 있는 대학팀 지도자 데뷔 기회를 꼽았다.

설기현은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갑작스런 은퇴 결정에도 이를 존중해준 김도훈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비롯한 구단 프런트진께 송구스러움과 감사함을 전한다”며 “조기 은퇴 결정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15년간의 파란만장한 프로생활 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특별한 경험들을 할 수 있어 감사했다”며 “어머니와 가족들, 팬클럽 ‘케노퍼스’를 비롯해 성원을 아끼지 않은 팬들에게 감사하고 또 미안하다”고 전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설기현이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을 통해 소감과 앞으로 계획을 밝히고 있다.

또 설기현은 대학팀을 맡게 된 것에 대해 “갑작스럽게 은퇴 결정을 내려 스스로도 답답했다. 은퇴 후 어떤 팀을 맡고 싶은지 감독을 시작하기에 적합한 팀은 어디인지 고민하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며 “대학팀에서라면 내가 생각하는 축구를 펼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기회는 내 축구 철학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설기현은 2000년 벨기에 주필러리그 로열 앤트워프를 통해 프로 데뷔한 이래 안더레흐트(벨기에) 울버햄튼, 레딩, 풀럼(이상 잉글랜드)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무대에서 10년간 활약했다.

2010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한 이후 울산 현대(2011년)를 거쳐 2012년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올 시즌 리그 개막 4일을 앞두고 전격 은퇴를 발표한 그는 성균관대 감독대행으로 변신한다.

다음은 설기현과 일문일답.

-오랜 선수생활 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및 골 장면은.

“좋은 기억이 너무 많다. 벨기에에 처음 도착했을 때 우중충한 날씨도 아직 생생하다. 앤트워프 입단 후 훈련을 하고 있을 때 지켜보던 시민이 여기서 왜 운동을 하냐, 앤트워프는 못 하는 팀이다고 말한 것까지 기억난다.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도를 받은 것도 기억에 남는다. 2006~200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와 첫 경기도 기억이 생생하다. 전반전에 0-2로 지고 있을 때 2005~2006시즌 강등된 선덜랜드 생각이 나며 우리도 강등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3-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정말 기뻤다. 평소 말이 없고 표현도 잘 안 하던 스티븐 코펠 레딩 감독이 기뻐하는 모습이 기억난다. 그 외에도 여러 좋은 기억이 있다. 선수로서 누구나 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기억이었다.”

- 2002 월드컵 영광의 세대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해가고 있다. 미리 은퇴해 지도자 준비를 하는 선수들과 현역인 이천수 등 선수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나.

“많은 분들이 지도자의 길을 선택해 잘 하고 있다. 그분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며 저를 비롯한 후배들이 영감을 많이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자의 길을 들어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천수, 차두리 등은 계속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들 나름대로 길이 있고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지난 2년 동안 지도자의 길을 깊이 생각했다. 선배 지도자들의 축구와 내가 생각하고 경험한 축구를 비교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 당장 팀을 개편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어떠한 철학을 갖고 운영을 할 계획인가.

“어제 성균관대 선수들을 만나서 그들에게 프로의식을 주문했다. 한국 선수들과 달리 유럽의 22~23세 선수는 한참 프로로 활동하고 있다. 선수들이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부족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선수들이 스스로 관리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라고 이야기했고 나 또한 선수들을 그렇게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팀 운영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급격한 변화를 시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이 할 일은 팀의 조직력을 높이고 그에 맞는 전술을 생각해 팀을 만드는 것이다. 선수들이 자신의 포지션과 임무를 명확히 이해하고 경기에 임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설기현이 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현역 은퇴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전하고 있다.

- 가장 닮고 싶은 감독이 있다면.

“대표팀과 유럽 무대를 경험하면서 스타일이 저마다 다른 감독님들의 지도를 받았다. 코펠 감독의 경우 표현은 적었으나 선수들에게 신뢰를 준다는 믿음을 받을 수 있었다. 글렌 호들 감독은 다양한 세트피스 상황을 준비해 선수들이 외우기 힘들 정도였다. 글렌 호지슨 감독도 전술적인 면모가 인상 깊었다. 그분들의 장점을 취합해 팀에 접목하는 것이 내가 해야할 부분이다.”

- 갑작스런 은퇴 결정 및 지도자 데뷔로 논란이 있다.

“갑작스럽게 은퇴 결정을 내려 스스로도 답답했다. 은퇴 후 어떤 팀을 맡고 싶은지 감독을 시작하기에 적합한 팀은 어디인지 고민하던 중 기회가 찾아와 은퇴를 결심했다. 은퇴를 결심했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시즌 개막을 앞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인천 선수로서 김도훈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님과 진지하게 상의했다. 흔쾌히 결정을 내려줘 많은 도움이 됐고 부담도 덜었다. 케빈 오리스를 비롯해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전력 공백 문제는 특별히 없다고 본다. 나 스스로가 인천에서 큰 전력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은퇴를 결정했다”

-본인은 지도자로 준비를 마쳤다고 하지만 외부에서는 성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누구나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딛게 되면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대학팀에서라면 내가 생각하는 축구를 펼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으로서의 능력 부분은 앞으로 내가 증명해야 하는 부분이다. 부족한 부분은 비판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이번 기회는 내 축구 철학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다. 앞으로 내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 예전부터 은퇴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때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은.

“인천으로 이적하면서 은퇴를 생각하며 전부터 생각했던 지도자 계획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나에게 제의가 올 수 있는 팀은 대학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성균관대 감독의 기회를 얻게 돼 은퇴를 결심했다. 중국과 제주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는 동안 체력적인 면에서 부담을 느끼며 올해가 선수생활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감독 제의를 받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결심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설기현이 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현역 은퇴식 기자회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설기현에게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전 골의 의미는.

“내 이름을 언급하면 빠지지 않고 회자되는 골이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넣은 골 중 가장 의미가 깊다. 월드컵 전 안더레흐트에 있었을 때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팀에 합류해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이뤘고 나 자신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닮고 싶은 지도자에서 히딩크 감독이 빠졌다. 훌륭하고 대단하신 감독님인 것은 모두 알고 있다. 한국 축구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지도자의 길을 생각하면서 2002 월드컵 이후 국내 유소년 축구가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혜택을 받아 현재 유럽 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으며 인프라도 좋아졌다. 이제 한국 축구에서 중요한 것은 전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하는 선수들을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지도자다. 그동안 경험을 토대로 준비를 잘해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 코치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감독이 되고 싶다고 발언한 이유는.

“나만의 축구철학을 정립해둔 상황에서 코치로 시작하면 이를 펼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유럽에서 지도자를 할 수도 있으나 이미 10년 동안 생활했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유럽의 지도자들이 모두 명장은 아니다.”

-지도자 생활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는.

“선수시절과 마찬가지로 독일이나 영국에서 지도자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면 K리그 감독 제의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감독으로 유럽에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해외에 진출하게 된다면 좋은 팀이나 국가대표팀 감독을 꿈꾸고 있다. 높은 꿈을 꾸다보면 이루기는 어렵더라도 그 근처까지는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발전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sqplane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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