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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새출발' 설기현, 15년 사랑 되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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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새출발' 설기현, 15년 사랑 되돌려준다
  • 임영빈 기자
  • 승인 2015.03.04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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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감독대행 취임…오랜 유럽생활서 쌓은 경험으로 한국 축구 발전 이바지 다짐

[스포츠Q 임영빈 기자] 언젠가 끝이 오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또 한명의 한일 월드컵 영웅 설기현(36)이 축구화를 벗었다.

설기현은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개막을 나흘을 앞두고 은퇴를 결정했고 사흘 남겨놓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소속팀 인천은 올 시즌 설기현을 선수단에 포함시켰지만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핵심선수의 이탈로 인한 전력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설기현에 대한 적지 않은 비판이 있었다. 설기현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갑작스러운 은퇴 결정을 내리기까지 스스로 쉽지 않았으나 깊이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설기현이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지도자로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오랜 고민을 뒤로 하고 이제 설기현은 성균관대 축구부 감독 대행으로 지도자의 삶을 시작한다. 그는 “축구선수로서 열정이 떨어졌을 때 은퇴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올해가 그때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평소 지도자에 대한 꿈을 수차례 주변인들에게 피력해왔다. 선수 생활 중에도 꾸준히 지도자 연수를 받아 2급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설기현은 이제 지도자로 다시 한 번 한국 축구을 위해 열정을 태우려 한다.

◆ 한일 월드컵 세대의 퇴장과 새로운 도전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의 기억은 축구팬뿐만 아니라 한국 국민들에게 여전히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02년 6월 4일 폴란드전에서 황선홍과 유상철의 골로 거둔 2-0 승리는 한국 대표팀 월드컵 역사상 첫 승리였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축구 강호들을 연파하며 4강 진출의 신화를 이뤘다. 그 당시의 주역들은 이제 각자 길을 걷고 있다.

황선홍(47)과 최용수(44) 감독은 K리그 클래식 포항과 FC서울을 맡고 있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사간 도스를 이끌었던 윤정환(42) 감독도 울산 현대를 맡아 K리그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다. 김병지(45)와 이천수(33·인천), 차두리(35·서울) 등은 아직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으나 남은 선수생활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차두리는 올 시즌이 끝난 뒤 이미 은퇴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하나 둘 그라운드를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 동료들을 보며 설기현도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고민 끝에 그의 결론은 지도자 도전이었다. 코치도 해외연수도 아닌 곧바로 감독의 길로 들어섰다. 성균관대 감독 대행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설기현이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성균관대학교 감독대행으로 새 출발을 하는 것에 대한 소감과 각오을 밝히고 있다.

설기현은 1급 지도자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올해 안에 자격증을 취득해야 정식으로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다. 1급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까지는 벤치에 앉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올해 1급 자격증 준비를 하면서 시즌이 끝난 뒤 은퇴를 선언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설기현은 은퇴를 선택했다. 15년 프로 선수 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을 토대로 한 자신의 축구 철학을 그라운드에 펼쳐보이고 싶은 의지와 욕심이 강했다.

◆ 설기현이 밝힌 자신의 지도 스타일

2000년 대한축구협회의 주도로 국내 유망주들의 해외 이적이 진행됐고 광운대에 재학 중이던 설기현고 벨기에 주필러 리그 로열 앤트워프로 갔다. 이후 안더레흐트(벨기에), 울버햄튼, 레딩, 풀럼(이상 잉글랜드),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거쳤다.

10년의 해외 생활동안 그는 한국과 유럽 선수의 차이부터 발견했다. 설기현은 “같은 나이인 22~23세라도 유럽 선수들은 이미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는 반면 한국 선수들은 대학 무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한국 선수들이 마음가짐을 새롭게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은 프로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며 “스스로 준비를 마치고 자신의 포지션과 경기 중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10년의 해외 생활 동안 설기현은 다양한 감독들과 생활을 함께 했다. 한일 월드컵 때는 거스 히딩크, 독일 월드컵 때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함께 했고 스티븐 코펠 전 레딩 감독, 로이 호지슨 현 잉글랜드 국가 대표팀 감독 등 유럽을 대표하는 명장들과 한솥밥을 먹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설기현이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지도 철학에 대해 밝히고 있다.

설기현은 “여러 감독님들을 거쳤고 그분들은 각각 저마다 개성과 장점이 있었다”며 “그분들의 장점을 흡수해 나의 것으로 새롭게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 선수들과 늘 공부하고 노력하는 감독이 어우러진 하나의 팀. 설기현이 꿈꾸고 만들고자 하는 팀이다.

◆ 한일 월드컵 당시 받았던 혜택, 후세대에 돌려준다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 16강전에서 터뜨린 동점골로 설기현은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 역시 “이탈리아전 골은 축구인생에서 가장 의미가 깊은 골”이라고 밝혔다.

그는 “15년 선수 생활동안 분에 넘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받은 사랑에 보은하는 길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는 길뿐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지도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 기성용(26·스완지 시티), 구자철(26·마인츠 05), 김진수(26·호펜하임) 등 한국 대표팀의 중추를 맡고 있는 선수들은 현재 유럽에서 맹활약중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한국 선수가 유럽 리그로 직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설기현은 “2002년 월드컵 이후 축구계의 많은 부분이 발전했고 인프라도 좋아졌다”며 “중요한 것은 좋은 환경에서 선수들의 발전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나도 그런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설기현이 개막을 사흘 앞둔 시점에서 논란이 있을 것을 뻔리 알면서도 급하게 선수 생활을 접은 것은 자신이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되돌려주면서 한국 축구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다. 지도자로서 자신의 꿈을 펼쳐 한국 축구 발전의 토대로 자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sqplane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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