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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한류]② '아리랑' 세계화 추진, 작곡가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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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한류]② '아리랑' 세계화 추진, 작곡가 이지수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4.06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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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촉망받는 영화음악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지수(34)가 3일 세계 정상급 관현악단인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로 녹음한 ‘아리랑 콘체르탄테’를 발매했다. 우리 민족의 대표 민요 ‘아리랑’에 서양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더해 서정성과 웅장함을 이끌어냄으로써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음반이다. 이후 굴지의 음반 레이블 소니뮤직을 통해 전 세계에 출시될 예정이다.

오는 8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 ‘아리랑 콘체르탄테’ 콘서트에선 지휘를 맡아 피아니스트 안종도, 소프라노 황수미, 대금연주자 이용구, 소리꾼 김나니, 금난새가 이끄는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밀양 아리랑 서곡' '아리랑 랩소디' '센티멘털 왈츠 아리랑' '아리랑 환상곡' 등 음반 수록곡들을 들려준다.

 

◆ 런던심포니 연주 '아리랑 콘체르탄테' 발매...세계인 공감 추구

지난 2012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아리랑’은 한민족의 한과 정서가 응축한 노래지만 짧은 길이, 멜로디의 단순 반복, 넓지 않은 음역으로 인해 다양한 멜로디와 형식을 지닌 관현악곡으로 만들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1976년 북한 작곡가 최성환이 만든 ‘아리랑 환상곡’이 고작이다. 그런 ‘아리랑’을 이지수는 이번에 협주곡으로 변주했고, 이후 규모를 더 키워 교향곡으로 완성할 옹골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06년 뉴에이지 음반 ‘Dream Of...You’의 마지막 트랙으로 ‘밀양 아리랑’을 재해석한 ‘아리랑 랩소디’를 실었어요. 평소 우리의 민요를 멋있게 편곡하고 싶어서 보너스 개념으로 넣은 거였죠. 잔잔하고 서정적인 다른 트랙들과 다른 곡이었는데 청자의 반응은 가장 좋았어요. ‘그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방법을 찾아보자’ 한 거죠. 그동안 영화·드라마 음악 작업에 매진하면서 음악적 변화를 겪어왔고, 한국의 대표성을 지닌 멜로디를 쉽게 내놓을 순 없었기에 8년이나 시간이 걸렸어요.”

각 지방에 산재한 ‘아리량’, ‘아리랑’과 비슷한 민요들을 찾아가는 행군을 계속 했다. 작업을 하다보니 단순하고 쉬운 멜로디라 오히려 변화하기 쉬운 장점을 발견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정선·해주·상주 아리랑 등을 가지고 판소리·대금·피아노·소프라노가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협주곡 형식을 택했다. 목표는 클래식 공연장에서 연주될 수 있는 곡이었다. 이를 위해 서양식 오케스트라 작법을 과감히 살렸다.

▲ 지난해 에어 스튜디오에서 런던심포니와 '아리랑' 녹음 작업 중인 작곡가 이지수(오른쪽 아래)[사진=로네뜨 제공]

“한과 정서를 실어내면서도 밝고 진취적인, 미래지향의 느낌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타악기, 대금, 판소리 등 국악기 편성을 했으나 서양음악의 장점을 많이 살려 세계인이 쉽게 즐기고, 우리의 멜로디를 기억하면서 음악적 감동을 공유할 수 있도록 시도했죠”

◆ "전통음악 발전, 공유는 우리 음악인들이 해야할 일"

지난해 초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에 e-메일을 보내 녹음 요청을 했고, 승낙을 받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런던심포니 단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아리랑 선율을 흥얼거렸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느낌이 난다며 이지수의 취지를 십분 이해해줬다. 녹음은 007시리즈, ‘레미제라블’ ‘인터스텔라’ 등의 영화음악을 녹음했던 런던의 에어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 이곳은 애비로드 스튜디오와 함께 양대 산맥으로 군림하는 곳이다.

“에어 스튜디오의 엔지니어 제프 포스터와 꼭 한 번 작업을 해보고 싶었고, 성당을 개조한 스튜디오라 사운드가 경이로울 정도예요. 사운드 면에선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만큼 완성도 높은 음반이 만들어졌다고 자부해요.”

 

특히 협연자들의 특성을 살리는 맞춤형 편곡을 시도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터치의 피아니스트 안종도의 '아리랑 포에티크'는 낭만적 성향을 강조했다. 소프라노 황수미의 '아라리요'는 뮤지컬 아리아 느낌, 농익은 소리가 일품인 김나니의 '본조 아리랑'은 장대한 사극영화 느낌이 나도록 했다. 자신이 연주한 ‘아리랑 환상곡'은 한국의 절경이 떠오르는 다큐멘터리 느낌을 입혔다. 장르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서 다채로운 색깔의 음반을 구성한 셈이다.

궁금증이 일었다. 왜 젊은 작곡가가 첨단의 음악이 아닌 ‘아리랑’에 천착할까. ‘올드하다’는 시선과 맞닥뜨리기 십상일 텐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

“영화·드라마 음악을 많이 하면서 대중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관심을 어디에 소비할까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남의 나라 음악을 하느니 전통 음악을 발전시키고 공유하도록 하는 게 우리 음악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어요. 이 작업을 외국 작곡가가 하진 않을 테니까요.(웃음) 젊으니까 할 수 있는 게 많은 거고, 또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클래식 음악도에서 '겨울연가' 작곡하며 드라마·영화음악가로 전환

어머니의 영향으로 5세부터 피아노를 배웠던 그는 동요 작곡가였던 초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을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우면서 동요를 짓기 시작했다. 작곡가의 꿈을 키워온 이지수는 예원중, 서울예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 작곡과에 수석 입학했다.

 

클래식 음악도의 길을 걷던 그가 대학 2학년 때 아르바이트로 배용준의 손 대역을 맡아 ‘겨울연가’ 촬영장에 갔다가 자작곡 ‘처음’이 드라마에 삽입되며 일약 드라마 음악 작곡가로 데뷔했다. 일본에선 ‘욘사마의 손’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를 비롯해 ’실미도‘ ’봄의 왈츠‘ ’여름향기‘ ‘혈의 누‘ ’마당을 나온 암탉‘ ’건축학 개론‘ ’마이 리틀 히어로‘ ’빅매치‘, 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 음악감독을 맡아 서정적이면서 웅장한 음악으로 영상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틈틈이 온라인 게임과 다큐멘터리 음악 작업에도 참여함으로써 영상 관련 음악에 두루 손을 댔다.

“화면을 도와줘야 하는 작업이라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정확히 캐치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내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을 취해야 하죠. 특히 멜로부터 액션에 이르기까지 힘을 줘야할 장르와 빼야할 장르가 있으므로 감독과 작업하며 빨리 감을 잡아나가는 게 필요하고요.”

◆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OST 이어 현재 '손님'서 국악·월드뮤직 조화

현재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류승룡·이성민·천우희 주연의 스릴러 영화 ‘손님’의 음악작업을 진행 중인 그는 “국악과 집시풍 월드뮤직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며 “‘아리랑’ 작업을 통해 한국적 정서를 익혀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귀띔했다.

이지수는 오는 6월 말 오스트리아 빈의 한국문화주간에 초청받아 30인조 현지 오케스트라와 함께 ‘아리랑 콘체르탄테’ 음악회를 열 예정이다. ‘아리랑’의 세계화를 향한 발걸음이 점점 속도를 붙여가는 모양새다.

 

[취재후기] 여리여리한 외모와 달리 집념의 남자다. 그의 얘기를 들으며 우리 문화의 소중함, 미래지향적 가치를 곱씹게 됐다. 영국 작곡가 본 윌리엄스는 전통 민요를 바탕으로 '푸른 옷소매에 의한 환상곡'을 만들어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명곡으로 탄생시켰다. '클래식 한류'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유능한 클래식음악 인재들이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지금, 이지수의 도전과 실험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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