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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한류]③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 베토벤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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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한류]③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 베토벤으로 돌아온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4.0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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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영원한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67)가 고국에서 리사이틀을 마련한다.

오는 28일과 30일 LG아트센터 공연을 앞두고 6일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지금은 연주할 수 있을 때까지 정성을 다하려고 한다. 축복이라 여기고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손가락 부상에 따른 5년의 공백기를 딛고 2011년 컴백해 전성기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펴온 그는 "손이 아파 은퇴했었는데 이렇게 기적적으로 나아 다시 연주를 하게 된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꿈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한국에서 자선 공연이 아닌 정규 공연을 열기는 2013년 이후 2년 만이다. 첫날에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와 5번 '스프링', 7번으로 꾸민다. 두 번째 날은 '크로이처'와 함께 포레와 그리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한다.

▲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사진=J&C코퍼레이션 제공]

지난해 12월 자신의 음악적 고향과 마찬가지인 영국 리버풀과 런던 등에서 복귀 무대를 치른 뒤 4개월 만에 진행하는 순회공연의 일부다. 한국 공연에 앞서 도쿄 등 일본에서 6차례에 걸쳐 그를 기다려온 청중과 만난다.

"베토벤 소나타 전체를 연주하기는 40년 만이에요. '크로이처'를 젊을 때 연주하는 것과 70을 바라보는 지금 연주하는 것은 비교할 수가 없어요. 지금 내 나이에 새 프로그램을 준비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옛날에는 스승들이 나이가 들면 한 가지 프로그램만 연주했거든요. 지금은 젊은이나 노장이나 레퍼토리가 넓어진 것 같습니다."

정경화는 향후 베토벤 전곡 시리즈는 물론 이르면 내년께 슈베르트 전곡 음반 발매와 리사이틀을 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유럽 순회공연도 예정돼 있다.

"부상으로 5년을 쉰데다 작년에 2차례나 손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너무 무리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연습은 한도 끝도 없이 합니다. 손을 쓰지 않고 지휘자처럼 연습하죠. 작년 영국 공연 때는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먹어가며 연주했는데, 지금은 손 상태가 아주 좋아요."

지난해 경기도 안산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초청해 추모 음악회를 열었던 그는 "세월호 뿐만 아니라 어디든 아픔이 있고 위로가 필요한 곳이라면 찾아가서 연주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가락 부상 이후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가 봉사활동과 후진 양성이다. 지난해 8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음악회를 열었으며 현재 이화여대 석좌교수 겸 모교인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로 재능 있는 젊은 예술가들을 키우는 데 열심이다.

 

"요새는 한국의 음악 영재나 20대 예술가들을 돕는 데 관심이 많아요. 그들이 매니지먼트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연주 기회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예술가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재능 있는 젊은이들에게 힘이 되도록 밀어주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해요."

그는 최근 동생인 정명훈이 예술감독으로 있는 서울시향 논란과 관련해서는 “음악은 길게 가는 것이고 정치는 바뀐다. 음악 실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서울시향은 국제적으로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다. 동생이 서울시향을 10년간 이끌어오며 길러 냈으니 (사태가) 잘 해결이 돼서 계속 음악에 방해되지 않고 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60년 12세 때 미국 줄리어드 음악학교에 입학, 20세기 최고의 바이올린 교육자 중 한 명인 이반 갈라미안을 사사했다. 동양인 최초로 줄리아드 음대에 입학, 19세이던 67년 세계적인 리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유태인의 막강 지원을 받던 핀커스 주커만과 함께 공동 우승을 하며 '클래식 한류'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바흐, 베토벤, 브람스, 멘델스존, 차이콥스키, 생상스, 시벨리우스, 비외탕 등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곡 해석력과 무결점 테크닉, 불꽃이 이는 신들린 듯한 연주로 20세기 내내 '현의 암표범' '바이올린 여제' 평가를 들었다.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 한국인 그리고 동양인의 빛나는 재능을 온몸으로 입증해온 원조 한류 연주자이자 '거장'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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