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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17년만의 여자축구 A매치, 발걸음 더 재촉하면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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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17년만의 여자축구 A매치, 발걸음 더 재촉하면 봄은 온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05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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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전 남자축구 뉴질랜드전 관중의 10분의 1…A매치 확대로 선수 선수 적응력 높이고 팬층 확보 절실

[인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보통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전후하는 시즌에는 축구 열기가 확 뜨거워지기 마련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축구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열리는 경기장에는 관중들이 들어찬다.

하지만 여자축구에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아직 여자축구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 2010년 FIFA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 3위와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 우승으로 봄이 오려나 했지만 여전히 무관심 속에 남아 있다.

올해는 캐나다에서 FIFA 여자 월드컵이 벌어지는 해다. 또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2019년 FIFA 여자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여자축구에 대한 적지 않은 지원과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국내에서 여자 대표팀 평가전이 벌어지게 됐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후원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치렀다. 아시안게임이나 동아시아연맹선수권 등 각종 대회를 통한 A매치를 치른 적은 있지만 단일 A매치는 17년만이다. 1998년 10월 26일 하남 미사리구장에서 일본과 친선경기를 가진 이후 17년, 정확하게는 16년 6개월만이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긴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현재 대표팀의 맏언니인 골키퍼 김정미(31·인천 현대제철)가 14세였을 때 이후 처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열기는 달아오르지 못했다.

비가 흩날리는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서 진행된 이날 경기의 공식 관중은 3177명이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1만명만 들어오면 좋겠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었다. 닷새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한국 축구대표팀의 뉴질랜드 관중수 3만3514명의 10분의 1에 그쳤다.

◆ 관심만큼이나 정보도 부족, 아직까지 부족한 마케팅

이날 S석에서 응원전을 펼친 대표팀 공식 서포터즈 붉은악마의 숫자도 남자대표팀 친선 평가전에 못미쳤다. 일당백으로 북을 치며 함성을 질렀지만 흥을 크게 돋우진 못했다.

문제는 보는 사람만 여자축구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붉은악마 회원 송우준(25) 씨는 "원래 남자와 여자 가리지 않고 축구를 좋아한다. 여자축구도 즐겨보기 때문에 대표팀 경기에 응원하러 나왔다"며 "한눈에 보기에도 관중수가 너무 적다. 보다 많은 관심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2만여석 규모의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워낙 빈자리가 많아 응원 함성이 메아리를 칠 정도였다. 지하철 1호선 도원역과 통해있는 N석에는 단 1명도 앉지 않아 썰렁함이 더했다.

그렇다고 여자축구를 보러 와달라고 읍소할 수는 없다. 공짜표나 초대권을 뿌리는 것도 돈을 내고 경기를 보러오는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여민지(오른쪽)가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평가전에서 러시아 수비수 세냐 치부도비치와 공중볼 다툼을 하고 있다.

후반 28분 강유미(24·화천 KSPO)를 대신해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이 교체 출전하면서 3000여명의 관중들의 함성이 일제히 올라간 것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스타 한 명이 갖고 있는 우상이나 힘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스타 마케팅'이 중요한 이유다. 스타가 가져다 주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들을 활용하는 마케팅이 절실한 것이다.

그러나 지소연 한 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박은선(29·로시얀카)도 있지만 역시 부족하다. 한국 축구대표팀에만도 여러 스타가 있다. 베스트 11과 교체멤버까지 대표팀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스타다. 마찬가지로 여자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역시 모두 스타가 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최대한 미디어와 팬들에게 노출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김슬기(33)씨는 "인천에 살고 있지만 사실 현대제철이라는 팀이 있다는 사실은 잘 몰랐다. 여자대표팀 경기가 있다는 얘기를 우연치 않게 들어서 집도 가깝고 해서 보러왔다"며 "사실 여자 선수 가운데 지소연 말고는 아는 선수가 없다. 보러오는 관중들을 위해 선수들의 정보가 담긴 팸플릿이라도 나눠줬더라면 어땠을까 싶다"고 말했다.

◆ WK리그와 A매치의 공존, 여자축구 볼 수 있는 기회 늘려야

이날 E석 관중석에는 FIFA U-20 여자 월드컵 당시 '얼짱 골키퍼'로 유명했던 문소리(24) 부부도 함께 했다. 어느덧 1남 1녀의 엄마가 된 문소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울산 현대에서 뛴 경험이 있는 배우자 강민규(30) 코치와 두 아이까지 모두 데리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찾았다.

쌀쌀한 날씨에 고생되겠다는 질문에 "17년만에 열리는 A매치인데 나라도 와서 관중석을 채워야 하지 않겠느냐"며 "고등학교(동산정보산업고) 1년 선배인 (정)설빈 언니가 표를 줘서 경기장을 찾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면 관중들이 조금 더 많았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 [인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FIFA U-20 여자 월드컵 3위 주역이었던 문소리가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러시아의 평가전을 관전하던 중 마스코트 백호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어 "언제 또 여자축구 A매치가 열릴지 몰라서 꼭 오고 싶었다. 아이 때문에 대전월드컵경기장은 찾기 어려울 것 같다"며 "관중이 적지만 계속 이런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A매치가 많이 열려 경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그만큼 팬들도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결국 여자축구를 자주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면 그만큼 미디어 노출도 쉬워진다. 축구팬들도 여자축구 경기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WK리그가 지역 연고제를 올해부터 실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WK리그가 열린다는 사실이 적극적으로 홍보되고 관심을 갖게 된다. 평일 오후 시간에 주로 열린다는 점이 관중들을 끌어모으는데 다소 제약이 있긴 하지만 지방 중소도시를 위주로 흥행시켜나간다면 활성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대도시 위주로 A매치를 자주 열리는 것도 중요하다. 한 관중은 "대표팀 경기는 서울이나 광역시 위주의 대도시에서 자주 열고 지방도시에서 리그 경기를 열어 모든 국민이 여자축구를 접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처럼 17년만이 아니라 남자축구처럼 2, 3개월 간격으로 자주 열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 선수들 위해서라도 A매치는 더 열려야 한다

보통 WK리그는 500여명 정도의 관중이 들어온다. 많아도 1000명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만 보더라도 남자축구에 비해 여자축구는 관중이 많이 들어오는 경기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선수들은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 낯설다. 러시아와 A매치에서 3000여명 정도의 관중이 입장했을 뿐인데도 여기서 나오는 함성과 응원 소리에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유영아(위)가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평가전에서 러시아 수비수 세냐 치부도비치와 치열한 볼 다툼을 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넣으며 팀의 1-0 승리를 이끈 지소연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17년만에 A매치를 열어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게 감사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단일 A매치가 처음이다보니 긴장이 많이 됐다"며 "관중들의 응원 소리가 크게 들리지만 FIFA 여자 월드컵은 이것보다 더 많은 관중들이 몰린다. 이겨내야 한다"고 밝혔다.

지소연의 골을 어시스트한 여민지(22·대전 스포츠토토)도 "그동안 A매치를 많이 치러봤지만 한국에서 17년만에 열리는 A매치여서 데뷔전을 치르는 기분으로 했다"며 "그러다보니 다소 긴장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많은 팬들의 응원이 있었는데 앞으로 자주 이런 경기를 열어 관중들이 많은 경기장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우리 방식대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중들이 많고 적음은 선수들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평소 텅 빈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다가 갑자기 관중석이 꽉 찬 곳에서 경기를 치르다보면 몸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시끄러운 응원 소리에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적응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A매치를 자주 갖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윤덕여(51) 감독은 "더욱 강한 팀과 경기를 위해서는 체력이나 정신력 문제를 개선하고 해결해야 한다"며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 90분 뛸 체력이 유지되어야 하고 결국 득점력도 기본적인 체력이 바탕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선수들이 대표팀 경기에서 긴장하지 않고 90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며 뛸 수 있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A매치는 자주 열려야 한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와 평가전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의 뒤에는 빈 좌석이 눈에 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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