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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증명한 지소연, 그래도 만족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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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증명한 지소연, 그래도 만족을 모른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05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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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한지 30시간도 안돼 러시아전 선제 결승골…"월드컵 앞두고 체력·전술적 준비 더 필요"

[인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지메시'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이 에이스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귀국한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9시간의 시차 적응은 물론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피로도 풀지 못한 상태였지만 그는 이마저도 이겨냈다.

지소연은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천국제공항공사 후원 여자축구대표팀 친선경기 러시아전에서 후반 29분 교체 출전한 뒤 후반 추가시간 선제 결승골을 뽑아내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은 자신의 73번째 A매치였다. 여자 A매치 역대 최다출전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73경기에서 37골을 넣으며 자신이 갖고 있는 A매치 통산 최다득점 기록을 늘렸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지소연이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자신의 선제 결승골로 1-0으로 이긴 뒤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지소연은 해결사로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해냈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에는 지소연 말고도 정설빈(25), 유영아(27·이상 인천 현대제철), 여민지(22·대전 스포츠토토), 박은선(29·로시얀카) 같은 득점력이 있는 공격수가 있다. 유영아는 A매치 61경기에서 28골을 넣어 A매치 통산 최다 득점 4위에 올라있고 정설빈, 여민지도 11골씩 넣었다. 박은선의 A매치 득점 기록도 18골에 이른다.

하지만 박은선은 훈련 도중 왼쪽 발목 부상을 당해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고 정설빈, 여민지, 유영아는 결정력 부재를 드러냈다. 모처럼 A매치를 치른다는 긴장감이 몸을 굳게 만들었고 패스 미스도 잦았다. 이런 상황을 정리해준 선수가 바로 지소연이었다.

◆ 대표팀의 마무리 부족, 단 2개의 슛만으로 해결한 지소연

러시아는 두달 앞으로 다가온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이 만날 브라질을 대비한 가상 상대였다. 모두 체격조건이 뛰어나다. 다만 러시아는 브라질보다 기술에서 다소 떨어지고 스피드도 느리다. 그래도 강한 몸싸움을 벌여야 하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에게는 좋은 상대였다.

하지만 한국은 스피드가 떨어지는 러시아의 수비 라인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빠른 측면 돌파와 골문쪽으로 날카롭게 침투하는 모습은 있었지만 슛 기회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상대 골키퍼 알레나 베리아예바의 골킥 실수를 가로챈 유영아가 만들어낸 일대일 상황이 가장 좋은 기회였지만 이마저도 골문 오른쪽을 벗어나는 슛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후반에는 전반보다 더 많은 슛 기회가 찾아왔지만 결정은 짓지 못했다. 박희영(24·대전 스포츠토토)과 강유미(24·화천 KSPO), 유영아, 이금민(21·서울시청) 등이 슛을 날려봤지만 마무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후반 29분 지소연이 투입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지소연은 투입된지 3분만에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가는 슛으로 러시아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지소연은 비행기에서 내린지 30시간도 되지 않은 몸상태로 러시아의 수비진을 마음껏 뒤흔들었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지소연(앞)이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드리블하며 공격으로 나서고 있다.

결국 골도 그의 발끝에서 나왔다. 왼쪽 골대를 맞고 흐른 공을 잡은 여민지가 골지역 중앙에서 지소연에게 패스를 전달했고 지소연은 이를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로 결정지었다. 20여분 동안 뛴 지소연은 단 2개의 슛만으로 러시아전 승리를 따내는 주역이 됐다.

◆ 아시안게임 3위의 아쉬운 눈물, 오히려 약이 됐다

지소연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눈물을 흘렸다. 북한과 4강전에서 먼저 앞서나가고도 역전패를 당하며 결승전 진출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지소연은 당시 많은 눈물을 흘렸다.

지소연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당시 너무나 큰 실망을 해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며 "선배는 물론이고 남자 선수들에게도 잘하는 방법을 많이 물어보고 다녔다. 조언을 얻고 이를 참고하며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당시 아쉬움이 지금 지소연에게 분발과 각성을 가져다 준 셈이다.

특히 지소연은 장시간 비행과 시차 적응을 할 새도 없이 경기를 치렀다. 아무래도 잉글랜드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겨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에 대해 지소연은 "아까 이영표 해설위원을 만났는데 몸 상태가 어떻냐고 물어보시길래 '괜찮다'고 했다"며 "이영표 해설위원이 '안좋다고 생각하면 더 안좋아지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얘기해줬다. 그래서 더 힘이 났다"고 밝혔다.

또 지소연은 "비행기에서 푹 자고 한국에 오전에 내려 계속 잠을 자지 않으려고 애썼다"며 "17년만의 A매치였기 때문에 너무나 뛰고 싶었다. 상대 선수가 지쳐 있었기 때문에 한번쯤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지소연이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소연은 만족을 몰랐다. 지소연은 "우리는 러시아와 경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한 브라질과 만나야 한다. 체력적으로, 전술적으로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며 "러시아와 첫 경기는 긴장해서인지 패스 미스가 많았고 실수도 잦았다. 앞으로 실수를 줄여간다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덕여(51) 감독도 지소연의 활약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윤 감독은 "득점 기회가 여러차례 무산된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지만 지소연이 후반에 들어가 잘해줬다. 그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며 "지소연은 개인 능력이 워낙 출중한 선수여서 기존 선수들과 호흡 문제는 전혀 없다. 득점에 잘 안됐던 것에 대해 주문했는데 지소연이 내 지시에 잘 부응해줘서 고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칭찬과 찬사가 이어지지만 지소연은 아직 만족을 모른다. 칭찬과 찬사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쓴 소리와 조언만을 들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 아직 지소연은 발전 진행형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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