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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닮은 조소현, 16강 도전 힘 받치는 '중원의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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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닮은 조소현, 16강 도전 힘 받치는 '중원의 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06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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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형 미드필더에 주장까지 기성용과 닮은 꼴…풍부한 A매치 경험으로 미드필드 지켜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에 기성용(26·스완지 시티)과 닮은 꼴인 선수가 있다. 나이도 비슷한 조소현(27·인천 현대제철)이다.

조소현은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러시아와 여자축구대표팀 친선 경기에 선발로 나서 중원을 확실하게 책임지며 1-0 승리에 보탬이 됐다.

조소현과 기성용은 상당히 닮았다. 모두 각 대표팀에서 주장 역할을 맡고 있다. 또 수비형 미드필더으로 포지션까지 같다.

이날 경기에서 조소현은 마치 기성용을 연상시켰다. 베테랑 권하늘(27·부산 상무)과 함께 중원에 선 조소현은 기성용처럼 중심을 잡으며 공격진에 공을 배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 러시아가 이따금씩 역습을 할 때면 압박 수비로 상대의 공격을 지연시켰다. 기성용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조소현이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침착하게 공을 처리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조소현이 보여주는 '주장의 품격'

이날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에는 부상 선수가 많았다. 박은선(29·로시얀카)이 훈련 도중 왼쪽 발목을 다쳐 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몇몇 선수의 이탈은 대표팀의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조소현은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선수들의 자신감을 북돋웠다.

또 솔선수범하는 플레이도 눈부셨다. 17년만의 안방 단일경기 A매치에 긴장했던 탓인지 전반적으로 패스 실수가 많았지만 조소현은 중원에서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내며 최고의 경기력을 보였다.

리더로서 역할도 훌륭했다. 수비수, 미드필더와 계속 대화를 하며 수비라인을 조율했고 잦은 실수에도 다독거리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괜찮아, 괜찮아"를 연신 외치며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애썼다.

조소현이 대표팀의 주장을 맡게 된 것은 지난해 5월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인 여자 아시안컵을 앞두고서다. 당시만 해도 심서연(26·이천 대교)이 완장을 찼다.

하지만 심서연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윤덕여 감독은 조소현을 선택했다. 이후 심서연이 대표팀에 합류한 뒤에도 계속 조소현이 주장으로 활약하며 윤덕여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고 있다.

▲ 조소현이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공을 따내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조소현이 이처럼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리더로 활약할 수 있는 것은 풍부한 A매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조소현은 이날 러시아전 선발 출전으로 A매치 77경기 기록을 쌓았다. 함께 선발로 나선 권하늘(94경기), 골키퍼 김정미(31·현대제철, 89경기)에 이어 역대 최다출전 랭킹 세번째다.

또 1988년생으로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에서도 최고참으로 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A매치 경험이 적은 박은선과 황보람(28·대교)을 대신해 현재 대표팀의 언니 역할은 1988년생인 김도연, 유영아(이상 현대제철), 이은미(대교), 권하늘, 조소현이 맡고 있다. 후배 필드 플레이어들을 다독거리며 풍부한 경험을 전수하며 대표팀의 전력을 끌어올리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 중원 지배하고 패스마스터 역할까지 '공격의 시발점'

남자 축구대표팀과 소속팀 스완지 시티에서 기성용이 보여주는 가치는 바로 중원을 지배하는 능력과 뛰어난 패스 성공률이다. 이 때문에 그에게 붙은 별명이 '중원의 키(key)'다. 조소현도 여자 축구대표팀의 열쇠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포백 수비진 바로 위에 선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 조소현은 권하늘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체격이 탄탄한 러시아 선수들과 직접 맞부딪혔다.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절대 밀리지 않으며 중원을 확실하게 지배했다.

조소현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몸싸움을 할만 했다. 편하게 러시아 선수들과 맞부딪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조소현(왼쪽에서 두번째)이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긴 뒤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러시아는 가상의 브라질이었다. 기술이나 스피드는 브라질이 러시아보다 훨씬 뛰어나지만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몸싸움 능력만큼은 대등하다는 평가다. 오는 6월 10일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경기장에서 벌어지는 2015 FIFA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인 브라질전을 앞두고 몸싸움에 대한 적응력을 키운 경기였다.

조소현은 패스마스터로서 역할도 충실하게 수행했다. 팀 동료들이 잦은 패스 실수로 기회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조소현은 앞에 있는 미드필드진과 공격진에게 명품 패스를 전달했다.

기성용과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자신의 위치를 꿋꿋하게 지켰다는 점. 기성용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으면서도 공격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조소현은 자신의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는 정설빈(25), 유영아(27·이상 현대제철), 여민지(22·대전 스포츠토토) 등 스리톱과 권하늘까지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구태여 조소현까지 앞으로 나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성용이 박주호(28·마인츠05) 등 또 다른 수비형 미드필더와 함께 더블 볼란치를 서는 것과 달리 조소현은 홀로 포백 앞에 서는 것도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치열한 몸싸움과 활발한 활동량으로 조소현은 포백 수비의 안정을 가져오는 중원 장악으로 대표팀 승리에 큰 도움이 됐다. 남자 축구대표팀의 기성용과 같은 활약을 보인 조소현이 있어 여자 대표팀도 FIFA 여자 월드컵에서 보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와 2차전에서도 그는 여자 월드컵 첫 승, 첫 16강 진출을 위한 마지막 담금질의 중추역할을 맡게 된다.

▲ 조소현이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예카테리나 소취네바와 볼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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