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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리그 지형도 바꾸는 신치용-유재학 사단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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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리그 지형도 바꾸는 신치용-유재학 사단 파워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4.17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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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아래 명장 있다? 신치용-유재학 DNA 머금은 후배들의 감독 러시 현상

[스포츠Q 이세영 기자] 명장은 명장을 낳는다?

프로배구와 프로농구에 '명장 제자 모시기' 열풍이 불고 있다. 명장과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은 선수, 혹은 코치들이 대거 지휘봉을 잡으면서 하나의 감독 사단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16일 명장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또 한 명의 코치가 사령탑에 올랐다. 프로농구 최초 챔프전 3연패를 달성한 유재학(52) 울산 모비스 감독과 16년간 동고동락한 임근배 전 모비스 코치가 여자프로농구(WKBL) 용인 삼성 감독으로 부임했다.

▲ 용인 삼성은 유재학 모비스 감독(앞)을 16년 동안 보좌한 임근배 모비스 코치(뒤)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사진=KBL 제공]

이로써 지난 7일 부산 케이티 감독으로 부임한 조동현 모비스 코치에 이어 올 시즌에만 유재학 감독의 두 번째 제자가 프로농구 사령탑에 오르게 됐다.

이밖에 문경은 서울 SK 감독, 위성우 춘천 우리은행 감독도 선수시절 유 감독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문경은 감독은 인천 SK와 전자랜드에서 뛰던 2001~2002시즌부터 2003~2004시즌까지 유 감독과 한 팀에 몸담았고 위성우 감독은 2003~2004시즌 모비스에서 뛰며 유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올 시즌에는 챔프전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지난해까지 V리그 7연패 신화를 쓴 신치용(60) 대전 삼성화재 감독도 자신의 제자를 경쟁 사령탑으로 맞았다. 천안 현대캐피탈 최태웅 플레잉코치가 감독으로 전격 승격된 것이다. 신영철 수원 한국전력 감독, 김상우 전 구미 LIG손해보험 감독, 김세진 안산 OK저축은행 감독에 이어 네 번째다.

LIG손해보험 지휘봉을 잡았던 김상우 감독이 성균관대 사령탑에 있기 때문에 현재 V리그에는 7개 팀 중 네 감독이 신치용 사단을 형성하고 있다. 2015~2016시즌엔 예전보다 사제 대결이 더 늘어난다.

KBO리그에도 과거 감독-제자로 얽힌 사례가 꽤 있다. 리그 역사를 통틀어 명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성근(73) 한화 감독은 류중일(삼성), 김경문(NC), 조범현(케이티), 김기태(KIA), 김용희(SK), 양상문(LG) 감독과 과거 감독-코치 혹은 감독-제자 간 인연을 맺었다. 10개 구단 중 무려 7명이 사단을 이뤘다.

▲ 신치용 감독(사진)이 19년간 삼성화재에서 쌓아온 우승 DNA를 선수 출신 지도자들이 이식받고 있다. 2014~2015시즌이 끝난 후에는 최태웅 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가 감독으로 부임했다. [사진=스포츠Q DB]

◆ 명장으로부터 받은 '우승 DNA', 새 팀으로 이식한다

그렇다면 구단들은 왜 명장 밑에서 배운 코치나 선수를 선호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있는 우승 DNA가 팀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봤다.

김상우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우승을 많이 하는 팀의 분위기를 안다는 게 장점이다. 우승했을 때 훈련 스케줄과 경험 등이 쌓였기 때문에 구단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며 "선수를 은퇴하고 코치를 하는 것만 봐도 우승팀 출신 지도자와 그렇지 않은 지도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우승의 맛을 알기 때문에 다른 팀에 가서도 그런 분위기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 명장이 명장을 낳을 수 있는 환경적인 요인이 뒷받침돼 있다는 게 김 위원의 생각이다.

삼성화재 시절 한솥밥을 먹은 최태웅 감독에 대해서도 지도자로서 자질이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위원은 "섬세하고 강단이 있으며 적절한 고집도 있다. 경기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며 "본인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맘을 먹으면 많은 연구를 거듭한다. 현역시절 자기 방에 TV를 놓고 계속 비디오를 돌려볼 정도로 분석적인 친구다. 감독으로서 어떤 역량을 발휘할지 나 역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김동광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임근배 감독은 김재훈 코치나 조동현 감독 전부터 유재학 감독과 팀을 맡았다. 한솥밥을 먹으면서 보필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큰 무리 없이 팀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WKBL을 중계하는 정은순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유재학 감독이 남자팀을 맡으면서도 기본기를 섬세하게 다듬는 부분이 강점이다"며 "이런 점이 임 감독이 여자부 사령탑을 맡기에 적합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여자농구 경험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삼성에서는 경험을 쌓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우려했다.

▲ 유재학 감독(오른쪽)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조동현 코치(왼쪽)는 2014~2015시즌을 마치고 케이티 감독으로 부임했다. [사진=KBL 제공]

◆ "명장 사단 확장? 어떤 성적 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스포츠에서 명장 사단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전망은 어떨까.

김동광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신임 사령탑들이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임 감독이나 조 감독이 성적을 내면 '역시 유재학 감독 사단이구나. 유 감독의 제자들을 지도자로 세우면 실패하지 않겠구나'라는 평가를 받겠지만 성적이 나지 않는다면 사단이 확장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순 KBSN스포츠 해설위원도 "위성우 감독, 서동철 감독도 여자농구로 와서 잘 하고 있지 않나. 임 감독도 좋은 성적을 낸다면 앞으로 더 많은 우승팀 코치들이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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