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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의 투미닛 드릴] (7) 풋볼월드컵 성적, '최후의 보루' 디펜스백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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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의 투미닛 드릴] (7) 풋볼월드컵 성적, '최후의 보루' 디펜스백에 달렸다
  • 정인수
  • 승인 2015.04.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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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미식축구에서는 '투미닛 드릴(2minute drill)'이라고 해서 2분 안에 터치다운을 할 수 있는 훈련을 혹독하게 거듭한다. 찰나의 순간 같지만 이 2분 안에 승패가 좌우된다. 이를 위해 트레이닝과 필드운동 세미나를 거친다. 상대를 약하게 보고 마지막 2분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 2분 때문에 패배를 맛본다. 풋불에서처럼 하루 2분이면 자기 인생의 역전을 꿈꾸고 행동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믿는 정인수의 미식축구 세상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국 미식축구대표팀 부주장 정인수] 디펜스백은 최후방을 담당하는 포지션이다.

최후방이라는 단어에 지키는 일만을 상상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블록을 쌓거나 공을 잡고 뛰는 러닝백, 리시버들이 달려올 때 태클을 받는 이미지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는 디펜스백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디펜스백은 최후방에서 지키는 것보다는 최후방까지 오는 루트를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들은 오펜스 리시버의 움직임에 반응해 그들이 패스루트를 열지 못하게 하거나 리시버들에게 연결되는 패스를 앞에서 가로챈다.

따라서 디펜스백은 스피드와 점프력, 볼 캐치력이 요구된다. 여기서 말하는 스피드란 단순히 발이 빠르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주력이 좋은 리시버를 보고 대응해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작은 움직임에도 재빨리 반응해야 한다.

리시버들은 디펜스백을 조롱하기 위해 여러 가지 속임수를 갖고 있다. 디펜스백은 이런 전술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빠른 리액션으로 그 속임수에서 빠져 나와 리시버들이 볼을 캐치하려는 순간 볼을 쳐낸다든지, 가로챌 수가 있다.

평소 디펜스백들은 반응속도를 높이기 위해 필드에서 끊임없이 민첩성을 키우는 어질리티 운동을 한다. 밖에서는 공간 지각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훈련한다.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항상 머릿 속으로 그린다. 상대 움직임에 대한 반응을 예측해 머릿 속으로 영상을 만든다. 이런 이미지 트레이닝 과정을 통해 실전에서는 무의식 중에 리액션이 나올 수 있도록 한다.

오는 7월 풋볼월드컵에 참여하는 국가들의 경기력을 살펴봤다. 패스 플레이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패스가 7, 러닝 3의 비율로 패스로 터치다운을 노리는 팀들이 많아졌다. 이 말은 곧 디펜스백의 능력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첫 상대는 호주다. 2007년 월드컵 예선전에서 이긴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소 쉽게 봤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영상 분석을 통해 본 호주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리시버들의 스피드는 우리의 리시버와 비슷하지만 디펜스백들에 비해 신장이 상당히 크다.

이는 쿼터백이 볼을 높이 던져 리시버들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디펜스백의 키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월드컵까지 남은 80여일 동안 디펜스백의 레벨을 어디까지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한국의 월드컵 성적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 디펜시브 백은 리시버에게 패스된 볼을 인터셉트하거나 또는 전진하지 못하도록 저지시키는 임무를 맡는다. [사진=스포츠Q DB]

풋볼 월드컵은 미국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생중계로 대회를 시청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TV 중계는 아니겠지만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한국의 미식축구 팬도 경기를 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상대팀 오펜스의 리시버와 한국 디펜스백 간의 대결에 초점을 맞춰서 본다면 풋볼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 디펜스백(Defensive Backs·DB)

풋볼의 수비팀(Defensive team)은 4~5명의 수비 라인맨과 3~4명의 라인배커, 2~3명의 백으로 구분이 된다. 디펜스백은 수비의 최후 보루다. 위치에 따라 세이프티(safeties)와 코너백(cornerbacks)으로 구분된다. 세이프티는 공에 집중하고 코너백은 세이프티의 양쪽에서 플레이한다. 디펜스백은 인터셉트를 하고 달리는 동안에는 가능한 빨리 태클을 하기 위해 볼캐리어가 어디로 뛸 것인가를 예측해야 한다. 리시버에게 패스된 볼을 가로채거나 최소한 볼을 받은 후에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도록 저지시키는 임무를 맡는다.

     
■ 필자 정인수는?
1982년생. 한국 미식축구대표팀 디펜스 캡틴과 부주장을 맡고 있다. 풋볼월드컵에 2회 출전했다. 포지션은 라인백커. 동의대 졸업 후 일본 엑스리그 아사히 챌린저스를 거쳐 현재 서울 바이킹스서 뛰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남자 스포츠 풋볼을 사랑한다.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로 감동을 주듯 움직임으로 감동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백성일 대표팀 감독은 “정인수의 안목이 상당하다”고 엄지를 치켜든다.

fbcool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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