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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당구 'PBA 투어' 시대, 잡음 있으나 실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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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당구 'PBA 투어' 시대, 잡음 있으나 실패는 없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7.08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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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마음껏 당구만 치고도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실로 프로당구 시대의 본격 개막은 그래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 때문에 프로당구협회(PBA) 투어 출범은 당구의 프로스포츠 발돋움을 위한 장밋빛 기대감과 설렘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지난달 3일 개막한 당구 3쿠션 프로리그 PBA 투어 파나소닉오픈은 종전과 달라진 규정과 화려한 참가 선수들, 그리고 초대형 상금 규모 등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4대 프로스포츠와 골프에 이어 국내 6번째로 프로스포츠 대열에 발을 디뎠고 호평을 얻으며 첫 대회를 마쳤지만 여전히 헤쳐 나가야 할 과제와 보완할 점은 남아 있다.

 

▲ PBA 투어는 지난달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사진은 결승전에서 격돌한 강민구(오른쪽)와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 [사진=PBA 제공]

 

◆ 흥미로운 변화, 딱딱한 당구 문화는 가라!

PBA는 이번 투어를 6개월 여간 공을 들이며 다양한 준비를 했다. 단순히 판만 키우는 게 아니라 누구나 쉽게 PBA 투어를 즐길 수 있도록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규정이 바뀐 게 가장 눈길을 끈다. 뱅크샷에 2점을 부여하고 새로운 초구 배치는 물론이고 15점, 11점 등 세트제로 바꿔 매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했다. 특히 세트제 도입이 가장 파격적이다. 보는 이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는 호평을 받았다.

임정완 대한당구선수협의회장은 “기존 40점에선 특정 선수 독식체제가 가능했지만 세트제에선 누구에게나 우승 가능성이 크게 열려 있다”며 “참가 선수들에겐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KBF(대한당구연맹) 대회에서 4강 진출 경험이 없었던 강민구는 연일 이변을 일으키며 준우승을 차지했고, 세계 3쿠션 4대 천왕 중 하나인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이 8강, 한국 간판 강동궁이 16강에서 떨어지는 이변이 속출했다.

복장 규정 등도 수술을 가했다. 선수들은 보타이를 풀고 편한 폴로셔츠 등 다양한 의상을 착용했다. 각자 선수들의 개성을 뽐낼 수 있을뿐더러 동작의 제약이 사라져 경기력이 향상됐다는 게 선수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뜬금없어 보이는 치어리더 도입에 대해서도 임 협회장은 “선수들에게 물어보니 경기 전 긴장을 푸는 효과가 있었다고 하더라”며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는 팬들에게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좋은 시도였다는 평이다.

 

▲ 치어리더 도입의 적절성에 대해선 이견이 갈렸지만 선수들은 프로세계 생존을 위한 PBA의 적극적 노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사진=PBA 제공]

 

골프 마케팅이 주력인 스포츠매니지먼트 브라보앤뉴와 문화체육부 장관과 한국농구연맹(KBL) 수장을 맡았던 김영수 총재를 비롯한 다방면의 인사들이 힘을 합쳐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고 이는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당구업계 안팎의 지배적인 평가다. 

이러한 변화는 가시적인 결과로도 나타났다. 

PBA 1차 투어는 빌리어즈TV와 MBC, SBS스포츠,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계됐다. 특히 강민구와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의 결승전은 새벽 1시가 넘어서까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실시간 중계엔 7000여명이 몰렸는데, 종전 대회들에 비해 2배가량 증가한 뜨거운 관심이었다. 지상파에서 당구를 볼 수 있게 됐다는 것 자체로도 놀라움을 자아냈다. 팬들의 흥미를 돋우는 당구계의 변화에 PBA 투어 관련 기사엔 호평이 줄을 이었다.

◆ 살길 열린 당구인들, 수준 향상-시장 확대 효과

무엇보다 긍정적인 요소는 선수들이 당구만을 바라보고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연맹 대회에선 32강 혹은 16강에는 진출해야 경비 수준의 상금이 제공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선수들은 대회 출전만으로 생계를 꾸려갈 수 없었고 당구 클럽 운영 혹은 강습, 심지어는 당구와는 무관한 ‘투잡’, ‘쓰리잡’을 뛰는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 개막전 우승자에게 주어진  상금은 무려 1억 원이었다. 준우승을 차지한 강민구도 3400만 원을 챙겼다. 랭킹 15위 임 협회장의 경우 지난해 연맹 대회에 참가해 얻은 수익이 총 6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올 시즌엔 투어 대회에서 1경기씩만 이겨도 700만 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누구나 우승을 노린다”는 임 협회장의 말처럼 준우승 한 번만 해도 기존 몇 년 치의 상금을 얻게 된 만큼 더욱 강한 기대와 열망을 갖게 됐다. 

 

▲ 당구 3쿠션 4대천왕 중 하나인 프레드릭 쿠드롱의 참가는 PBA 투어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사진=PBA 제공]

 

이는 대형 스폰서를 구할 수 있었던 게 주효했다. 당구 프로화에 대한 비전을 잘 받아들인 기업들은 스폰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판을 키우고 프로당구를 팬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일념 하에 PBA는 UMB(세계캐롬연맹) 대회의 2배 수준인 1억 원을 우승상금으로 내걸었다.

과거에 비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금은 쿠드롱과 필리포스 등이 연맹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PBA 투어에 뛰어들게 만든 ‘당근’이었다. 이로 인해 대회 개막 전부터 관심이 뜨거웠고 큰 관심 속에 1차 투어를 마칠 수 있었다.

7차 투어까지 진행된 뒤 열리는 PBA 파이널 우승자에겐 무려 3억 원의 거금이 주어진다. 더불어 여성 투어인 LPBA투어, 2부 격인 PBA 드림투어에도 매회 각각 1500만 원(파이널 2000만 원), 1000만 원의 상금이 배정돼 많은 선수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 첫 술에 배부르랴, 개막전서 발견한 숙제는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완벽할 순 없었다. 많은 변화를 가한 첫 시도였기에 잡음도 적지 않았다. 늦은 경기 시간과 치어리더 제도, 잦은 브레이크 타임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결승전의 경우 오후 10시에 시작해 7세트까지 흘러가며 날을 넘겨 새벽 1시가 넘도록 이어졌다. 시청자들이 피로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밤늦게까지 경기를 치르고 다음날 다시 큐를 잡은 선수들은 컨디션 관리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 새벽 1시까지 진행된 PBA 투어 결승을 지켜보고 있는 현장 관중들. [사진=PBA 제공]

 

브레이크 타임이 3차례나 주어졌는데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40점 단판 제에 익숙해져 있던 선수들은 이 시간이 어떤 변화를 주기엔 애매해 오히려 흐름이 끊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UMB, KBF와 구조적 대립이다. 국내 당구계엔 KBF와 PBA 두 단체가 있는데 문제는 둘 중 하나만을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PBA 투어가 창설되며 여기에 참가한 369명 선수가 KBF에서 등록 말소됐다. 이들은 연맹에서 주최하는 국내 대회는 물론이고 3쿠션 월드컵과 세계선수권과 같은 UMB 대회에도 나설 수 없게 됐다.

말소된 선수는 재등록을 하더라도 3년이 지나야만 대회 출전이 가능해져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PBA 투어에만 출전 가능한 선수들로 남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쿠드롱과 필리포스 등 12개국 21명의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였다.

◆ 스폰서 문제-연맹과 합의만 잘 해결한다면

가장 중차대한 문제는 연맹과 합의점을 찾는 것이다. 실제로 KBF는 최근 대회에서 급격한 참가 선수 감소 문제를 겪어야 했다. 지난 5월 국토정중앙배 3쿠션 대회엔 출전 선수가 지난해 391명에서 143명으로 3분의 1 가까이 급감했고 지난달 12일 열린 무안항토양파배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해관계를 풀지 못할 경우 양 측 모두 우수한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임 협회장은 선수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말소를 시킨 연맹의 행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협회와 연맹이 더 많은 선수 풀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원만한 합의가 절실하다. 김영수 총재는 프로와 아마의 상생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아직까진 연맹 차원에서 뜻을 굽힐 의지가 크지 않다. 이런 와중에도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서울당구연맹은 7일부터 열리는 2019 제2회 실크로드배 캐롬3쿠션 마스터즈대회에 PBA 투어 선수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등록 선수 180여 명 중 90명이 등록 말소되는 바람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 한국 당구 대표 스타인 강동궁(위)과 이미래. 이들도 KBF 등록 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PBA 투어에 참가했다. [사진=PBA 제공]

 

KBF에서도 강경 일변도로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후원사를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시작은 파나소닉이 끊었고 1차 투어가 나름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앞으로 선뜻 나서는 기업들이 많을까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3일 신한금융투자와 2차 투어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장재홍 PBA 사무국장은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7차 투어와 파이널 대회까지 대부분 스폰서를 확보한 상황”이라고 밝혀 향후 순항을 기대케 했다.   

늦은 경기 시간은 어떨까? 장 사무국장은 “1차 투어 0.5%의 시청률이 나왔다. 프로야구와 배구(평균 1% 가량)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프로농구(0.2~0.3%)보다는 오히려 높은 수치였다”며 “당분간은 프로야구 종료 이후에 편성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팬들에게 이 시간대가 각인된다면 시청률과 관심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 협회장 또한 늦은 경기 시간에 불만을 갖기보다는 중계권을 확보한 것에 더욱 의미를 뒀다. 1차 투어를 마친 선수들은 대체로 혁신적인 변화에 만족감을 나타냈고 스스로도 변화 의지를 다졌다. 2차 투어를 통해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프로당구 투어의 안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프로스포츠의 덕목인 팬 층 확보를 위해 당구인과 관계자들이 더욱 힘을 모아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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