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글·사진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경기는 예상대로 수월하게 흘러갔다. 경기 내용만큼이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이날 20번째 대회 만에 최초로 한국에서 개막한 제20회 신한금융 서울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의 열기였다.
프로배구는 동계스포츠다. 대학배구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시즌을 진행하긴 하지만 큰 관심을 받는 프로배구 스타들을 접할 기회는 흔치 않다.
이번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은 내년 2020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 중 하나다. 배구팬들로서는 국내에서 김연경(엑자시바시), 양효진(수원 현대건설), 이재영(인천 흥국생명) 등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장면을 목도할 수 있는 많지 않은 기회 중 하나다.
그래서일까. 18일 개막전에 3550명의 관중이 찾았고, 잠실실내체육관은 여름 무더위를 날리기 충분할 만큼 뜨거운 환호성과 응원 열기로 채워졌다.
세계랭킹 9위 한국은 39위 이란을 맞아 조별리그 A조 첫 경기를 치렀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김연경, 양효진, 이재영은 물론 김희진, 이나연, 김수지(이상 화성 IBK기업은행), 오지영(대전 KGC인삼공사)까지 1세트 선발로 내세우며 최정예로 꾸렸다.
압도적인 홈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은 한국은 예상대로 큰 전력차를 자랑하며 세트스코어 3-0(25-17 25-9 25-14) 완승을 거뒀다.
마무리도 훌륭했다. 경기에 승리한 뒤 1층 관중석을 대상으로 하는 하이파이브 이벤트를 비롯해 경기 중간 중간 공백이 팬 서비스로 채워졌다.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처음으로 우승에 도전한다. 아시아 여자배구 강국으로 꼽히는 한국이지만 아직까지 우승 없이 준우승만 총 7차례 기록했고, 지난 2017년에는 3위에 그쳤다.
이미 올림픽 진출이 확정된 일본과 중국이 2진에 가까운 엔트리를 들고 나온 반면 한국은 FIVB(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와 올림픽 대륙간예선(세계예선)에 출전했던 멤버들이 그대로 태극마크를 달고 코트에 나섰다.
김연경은 경기를 마친 뒤 "한국팬들 앞에서 뛸 수 있는 경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좀 더 감회가 뜻 깊은 시간이다. 긴장보다는 응원 속에 즐기면서 하게 돼 체육관 분위기가 좋았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중요한 대회라고 생각해 준비를 잘 해왔다"고 밝혔다.
18~25일 잠실실내체육관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펼쳐질 이번 아시아선수권에는 총 13개국이 참가하며 상위 8개 팀이 도쿄 올림픽행 막차를 탈 1장의 티켓을 놓고 벌일 내년 1월 대륙별예선(아시아예선)에 참가할 자격을 얻는다.
세계랭킹 6위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2위 중국이 세계예선을 통과해 일찌감치 올림픽 진출을 확정한 만큼 사실상 한국, 태국의 2파전 양상을 띤다. 이번 대회는 그 전초전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또 조편성 결과 준결승 이후 한국과 일본의 '한일전'도 성사될 수도 있어 시선이 모인다. 프로배구 남자부 4개 팀(대전 삼성화재, 천안 현대캐피탈, 안산 OK저축은행, 수원 한국전력)은 지난달 ‘서머리그’를 열고 배구가 그리운 계절 여름에 배구 불모지 부산에서 팬들의 배구에 대한 갈증을 채워줬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배구팬들의 갈증을 해소시킴과 동시에 대회 첫 우승으로 올림픽 아시아예선에 앞서 사기를 충전할 수 있을까.
여자배구 대표팀 다음 경기일정은 19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홍콩과 2차전(SBS스포츠, 카카오TV 생중계)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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