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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박병호 '가을악몽' 떨친 노림수, '은사' 염경엽 SK에도 통할까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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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박병호 '가을악몽' 떨친 노림수, '은사' 염경엽 SK에도 통할까 [SQ인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0.1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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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 기자] 한국 최고의 거포지만 가을만 되면 유독 작아졌다. 준플레이오프(준PO) 전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은 0.208에 그쳤다. 상대가 느끼는 부담감에 비해 실제 박병호(33·키움 히어로즈)가 가을에 보여준 건 많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선 조연 역할도 하지 못하는 때가 많았던 그였지만 5번째 경험하는 가을야구에선 달랐다. 타율 0.375(16타수 6안타) 3홈런 6타점으로 팀의 인천행에 선봉에 선 그는 10일 기자단 투표 70표 중 66표(조상우 3표, 김하성 1표)를 얻어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PO 최우수선수(MVP)로 우뚝 섰다.

 

[잠실=스포츠Q 손힘찬 기자]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오른쪽)가 10일 LG 트윈스와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PO 4차전 1회초 솔로포를 날리고 조재영 3루 코치 손을 맞추고 있다.

 

◆ 깔끔히 날린 가을 포비아, 이젠 승리공식에 그가 있다

올 시즌 전까지 박병호의 통산 가을 성적은 0.208(106타수 22안타)에 그쳤다. 홈런을 7개나 쳤지만 애석하게도 승리를 확정짓는 것은 드물었다.

작년엔 더욱 큰 아쉬움을 남겼다. 한화 이글스와 준PO에서 첫 경기 홈런을 날린 뒤 나머지 3경기에선 타점 하나도 보태지 못했던 그는 SK 와이번스와 PO에선 5차전 3번째 타석까지 타율 0.059(17타수 1안타)로 주춤했다. 그 와중에도 팀은 2패 뒤 2연승을 거두며 리버스스윕을 꿈꿨다.

5차전 8회초 값진 안타로 만회 득점을 도운 그는 팀이 5점 뒤진 9회초 3점을 따라붙은 가운데 결정적인 동점 투런포를 날려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그러나 그의 대포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 10회초 팀이 1점을 달아났지만 SK 김강민, 한동민에 연속 홈런을 내주며 통한의 패배를 경험해야 했다.

막판까지 선두 경쟁을 벌이며 큰 전력 차를 보이지 않았지만 3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준PO부터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박병호가 나섰다. 첫 경기 팽팽한 투수전을 끝내기 홈런으로 마무리했다. 2차전엔 끌려가던 상황에서 값진 투런 추격포를 날렸고 팀의 연장 역전승에 일조했다. 3차전을 내줬지만 4차전 1회초 솔로포로 통산 준PO 8번째 홈런으로 이범호(전 KIA, 7개)를 넘어 이 부문 신기록을 세웠고 3안타 2타점으로 중심에 섰다. 

홈런을 날린 경기에서 모두 승리해 더욱 뜻 깊었다. 이전 홈런을 날린 7경기 팀은 2승 5패로 그의 홈런이 승부에 결정적 역할을 끼치진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알토란 같은 홈런으로 ‘박병호 홈런=팀 승리’ 공식을 만들었다.

경기 후 만난 준PO MVP 박병호는 “어제 LG가 홈런을 쳐서 분위기를 가져온 것처럼 홈런은 그런 역할을 한다”며 “가을야구서 이렇게 잘한 게 처음이다. 굉장히 좋았다. 중심타자로 나서 가을야구에선 약했지만 올해엔 좋은 성적으로 팀도 이겨서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2회말 실점 위기에서 병살 플레이를 완성시키고 있는 박병호.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존재가 도움” 장정석의 ‘박병호 예찬’ 이유는?

가을야구 돌입 전 손목이 좋지 않아 주사치료까지 거쳐야 했지만 이젠 테이핑 없이 경기를 할 정도로 호전됐다. 질 좋은 타구를 양산할 수 있었던 이유다.

경기 후 장정석 감독은 “지난해에도 말했지만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그저 최고다. 박병호 시리즈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왔는데 그대로 됐다”며 “팀을 하나로 만드는 게 감독 혼자선 힘들다. 주장 김상수를 비롯해 오주원 박병호 등이 그런 부분에서 힘을 써줘 고맙다”고 밝혔다.

‘더그아웃 리더’ 박병호는 이에 대해 “분위기가 좋아서 이번엔 한마디도 안했다”며 “우리 팀에 잘하는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긴장을 안하고 잘 했다. 다들 정규시즌보다 크게 응원했고 모든 게 자연스레 잘 이뤄졌다”고 겸손해 했다.

수비에서도 빛났다. 팀이 2-4로 끌려가던 2회말 1사 만루 김현수의 강한 타구를 잡아 포수에게 던진 뒤 다시 넘겨받아 3-2-3 병살타를 완성했다. 또 하나는 팀이 3-5로 뒤진 5회말 나왔다. 2사 2,3루 정주현의 강한 타구를 높게 날아올라 ‘슈퍼캐치’ 해냈다. 두 장면 모두 박병호의 침착한 수비가 없었다면 점수 차가 더 벌어져 대역전극은 없었을 수도 있었다.

박병호는 “홈런보단 수비에 더 신경을 썼다. 그런 플레이를 하며 흐름을 끊었다. 수비에서 더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그아웃 리더 박병호(왼쪽)가 서건창이 득점하자 온화한 미소로 손을 내밀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철저한 노림수, ‘은사’ 염경엽 버티는 SK 공략법은?

첫 경기부터 홈런을 때려낸 박병호는 “앞으로 좀 더 편하게 타석에 나설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히더니 통산 포스트시즌 시리즈 중 가장 좋은 타율과 최다 홈런으로 팀을 도왔다.

흥미로운 점은 박병호가 이번 시리즈 날린 홈런 중 2개가 초구를 받아쳤다는 것이다. 1차전엔 9회말 등판한 마무리 투수 고우석의 153㎞ 속구를, 4차전에선 임찬규의 느린 커브를 통타, 중앙 담장을 넘겼다.

박병호는 “노림수를 많이 가져가려고 했다. 앞서 차우찬을 상대했을 땐 생각한 것과 타이밍이 달라서 안맞았다”면서도 “1회엔 주자 없는 상황에서 카운트를 잡으려고 들어올 것 같았다”고 철저히 계산된 스윙이었음을 밝혔다.

이젠 은사가 기다리는 인천으로 향한다. 염경엽 감독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히어로즈의 감독을 맡아 박병호가 대표팀 4번타자로 거듭나는데 많은 도움을 준 지도자다. 그러나 박병호에게 SK는 아픔은 안겼던 팀.

박병호는 “선발과 중간에 좋은 선수들 많다. 실투가 안 나오게 던질 것이다. 단기전엔 상황에 맞게 타격하는 게 우선이다. 그 부분을 신경 쓸 것”이라고 전했다.

실투가 나오지 않는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는 건 더욱 철저한 분석을 통해 노림수 타격을 이어갈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특히 준PO에서 재미를 본 노림수 타격을 굳이 버릴 이유가 없는 박병호다.

서로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옛 스승과 제자. 상대의 의중을 읽는 박병호의 노림수가 염경엽 감독의 SK에도 잘 먹혀들지, 그러한 타격으로 SK에 설욕을 펼칠 수 있을지, 벌써부터 PO에 대한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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