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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천당과 지옥' 7회말 재구성, 두산-키움 무엇이 달랐나 (SQ모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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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천당과 지옥' 7회말 재구성, 두산-키움 무엇이 달랐나 (SQ모먼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0.25 2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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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는 헬멧을 던졌고 박건우와 박세혁을 비롯한 두산 베어스 선수단은 포효했다. 7회말 아웃카운트 3개. 2019년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하게 기억될 수 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안방에서 2승을 챙긴 두산이 25일 원정 고척스카이돔에 나섰다. 우승 확률은 90%에 달했지만 1,2차전을 챙기고 실패한 희박한 확률의 주인공 또한 모두 두산이었기에 방심할 수는 없었다.

3회초 타선 폭발로 4점을 낸 두산은 리드를 지켜나갔지만 문제의 7회말 수비 위기가 닥쳐왔다. 이날 최대 승부처였다.

 

25일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 7회말 키움 히어로즈 제리 샌즈(왼쪽)가 두산 베어스 김재호에게 태그 아웃되고 있다.

 

6회까지 무실점하던 선발 세스 후랭코프가 급격히 흔들렸다. 박병호에게 안타를 내줬다. 김태형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했지만 투수교체 없이 그대로 밀어붙였다.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은 “바꾸자고 했다. 토종이면 바로 바꿨겠지만 외국인 선수여서”라고 웃으며 “조금 급해져서 바꾸기 위해 직접 올라갔는데, 한 타자만 더하자고 해서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리 샌즈에게 맥없이 볼넷을 내줬고 마무리 이용찬이 조기 투입됐다. 타석엔 막말로 구설에 올랐던 송성문. 4회말 2사 만루에서 범타로 물러났던 그였지만 이번엔 이용찬의 포크볼을 받아쳐 우전안타를 만들어냈다.

키움엔 아쉽고 두산으로선 가슴을 쓸어내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2루 주자 박병호가 3루를 돌더니 멈춰선 것. 우익수 박건우의 송구가 2루를 향했던 것을 생각하면 더 아쉬운 결정이었다.

두산으로서도 아직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1사 만루 위기가 이어졌다. 대타로 나선 박동원의 타구가 다시 한 번 우측으로 향했다. 모든 주자가 태그업 플레이를 준비했고 박병호는 박건우가 포구하는 순간 홈을 향해 발걸음을 뗐다.

 

두산 박건우가 7회말 강력한 홈송구로 박병호의 득점을 저지하고 있다.

 

이 다음이 문제였다. 박건우의 강한 송구를 의식한 박병호는 승부가 어렵다고 느끼고 돌연 3루로 돌아섰다. 다만 샌즈는 달랐다. 이미 3루를 향해 달렸지만 박병호가 그곳엔 이미 박병호가 버티고 있었다. 샌즈의 횡사로 아웃카운트는 허무하게 하나 더 늘었다.

박병호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샌즈의 플레이가 더 없이 아쉽게 느껴졌다. 이지영이 2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무사 만루에서 단 한 점도 내지 못해 패색이 짙어졌다.

무득점으로 이닝이 끝나자 박병호는 헬멧을 집어던지며 분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한동안 계속 땅만 쳐다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박병호로서도 2번의 찬스에서 홈으로 파고들지 못한 게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박건우의 발언에서 그 의미를 읽어볼 수 있다.

경기 후 박건우는 “송성문의 타구 땐 2루로 던지려고 생각했다”면서도 이후 상황에선 “시그널은 3루로 나왔다”고 했다. 동료들이 보기에도 홈 승부는 쉽지 않겠다고 판단한 것.

그러나 박건우의 뛰어난 판단력과 과감함이 돋보였다. “그 정도 거리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홈으로 승부했다”고 밝혔다.

어깨에 무리가 올 정도의 강한 송구였다. 오른쪽 어깨에 아이싱을 한 박건우는 “갑자기 너무 세게 던져서 의사 선생님께 초음파 치료를 받았다. 어깨 안쪽이 부어 있더라”며 “(이)용찬이 형이 맛있는 것 사준다고 했다”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잇따른 실책과 아쉬운 주루 플레이로 싸늘히 식은 키움 더그아웃. 4연승을 거둬야만 우승이 가능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박세혁의 기지도 빛났다. 홈송구를 받아 더블 아웃을 이끌어 낸 박세혁은 “(박)건우가 어깨가 좋고 노바운드로 들어와 홈으로 들어왔어도 승부가 됐을거라 본다”며 “박병호 선배가 다리 부상도 있었기에 주춤하지 않았나 싶다. (박병호) 발소리가 들려 태그하려고 했는데 샌즈가 잔상에 걸렸고 (김)재호 형도 빨리 던지라고 해서 던졌다”고 당시 상황을 복기했다.

박건우는 “키움이 방망이가 강하니까 4점 차라도 불안했고 한 점을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점수르 많이 내면 편하겠지만 한 점을 막아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집중하고 있다”고 놀라운 수비의 비결을 전했다.

키움이라고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러나 2차전까지 내주고 3차전서도 끌려가자 조급해졌을 터. 앞서 실책도 두 차례나 범한 키움이다.

박병호는 8회 수비에서 교체됐는데 확인 결과 7회말 주루 과정에서 통증을 느낀 게 원인이었다. 장정석 감독은 “일단 병원에 보낸 상태다. 내일 정도에 확인이 될 것 같다”며 “통증 때문에 대시가 힘들었다고 생각이 든다. 샌즈도 박건우의 송구가 위로 뜨면서 충분히 뛸 수는 있었지만 선행 주자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순간을 살리지 못한 키움은 3연패에 몰렸다. 반면 두산은 4번의 기회 중 1승만 챙기면 6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다. 3승을 챙긴 뒤 시리즈를 뒤집은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키움이 두산에 우승을 넘겨줄 경우 두고두고 기억될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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