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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두산베어스 박세혁-박건우 이심전심, 한국시리즈 MVP? '팀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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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두산베어스 박세혁-박건우 이심전심, 한국시리즈 MVP? '팀퍼스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0.26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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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타수 2안타 2볼넷 2타점 1득점과 무실점 투수 리드. 그리고 5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 결정적 홈송구 2개.

두산 베어스 박세혁과 박건우(이상 29). 2019 한국시리즈 3차전을 요약할 수 있는 두 이름이다.

박세혁과 박건우는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5-0 완승을 견인했다. 이제 둘은 조심스레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로 변해가고 있다.

 

두산 베어스 박세혁(왼쪽)과 박건우가 25일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3회말 선취 1타점 적시타와 투런 홈런으로 확실한 기선 제압을 했다.

 

먼저 타석에서 활약이 빛났다. 키움 1선발 제이크 브리검은 2회까지 선방했다. 그러나 박세혁은 한 타순이 돌기도 전 브리검에게 데미지를 입혔다. 무사 1루에서 집요한 파울로 끈질기게 승부한 박세혁은 8구째 몸쪽 낮은 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우익 선상으로 빠져나가는 타구를 날렸다.

올 시즌 3루타 9개로 이 부문 2위이자 역대 단일시즌 포수 최다 3루타 기록을 갈아치운 박세혁은 3루에 안착하며 35년 만에 한국시리즈 포수 3루타의 주인공이 됐다. 1982년 3차전 삼성 이만수, 1984년 7차전 롯데 한문연에 이어 역대 3번째.

박세혁의 3루타로 선취점을 안은 두산의 다음 타자는 2차전 MVP 박건우였다. 지난 시즌 시리즈 타율 0.042(24타수 1안타)에 올 시즌에도 8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던 그는 2차전 8회 침묵을 깨는 안타에 이어 9회 끝내기 안타로 감을 되찾았다.

완벽히 살아난 박건우는 1회 공략하지 못했던 브리검의 몸 쪽 투심 패스트볼을 통타,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3-0 리드. 둘의 활약 속 일찌감치 리드를 잡고 3연승 희망을 키워갔다.

후랭코프의 호투가 빛났다. 그 뒤엔 박세혁의 노련한 리드가 있었다. 포수 출신 김태형 감독은 1차전 앞서가던 경기의 리드를 잡지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박세혁의 경험 부족을 꼬집었다. 애정이 큰 만큼 보완점은 더 크게 보였다. 2차전엔 비슷한 문제로 경기 도중 이흥련에게 포수 마스크를 씌웠다.

3차전 박세혁은 달라졌다. 컷패스트볼이 주무기였던 후랭코프지만 이날은 속구의 비중이 높았다. 후랭코프는 “솔직히 제구는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휴식으로 인해 힘이 있었다”며 “감각적으로 떨어져 있었지만 박세혁이 멋지게 커버해줬다”며 4회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연속으로 볼넷 주는 등 흔들렸는데 다 말할 수는 없지만 박세혁과 경기 전 분석하면서 이야기 한 부분이 잘 맞아 떨어져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박건우는 7회말 무사 만루에서 결정적인 홈송구로 더블아웃을 이끌었다.

 

두산은 7회말 수비에서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후랭코프가 박병호에게 안타, 샌즈에게 볼넷을 주고 물러났다. 위기 상황에서 조기 투입된 마무리 이용찬마저도 송성문에게도 안타를 내줬다.

2루 주자 박병호가 홈으로 파고들 수 있었지만 박건우의 강력한 어깨는 상대를 움츠러들게 했다. 1차전에도 강력한 송구로 실점을 막았던 강철어깨다.

아직 좋아하기엔 일렀다. 위기는 계속 됐다. 무사 만루에서 들어선 대타 박동원은 다시 한 번 박건우에게 타구를 보냈다. “사실은 3루 송구 시그널이 나왔다”던 박건우는 과감하게 홈으로 공을 뿌렸다. 태그업 플레이를 준비했던 박병호는 스타트를 끊었지만 다시 3루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샌즈는 박병호의 위치를 확인하지 않은 채 3루로 뛰었다. 박건우의 노바운드 송구를 받은 박세혁. “(박병호) 발소리가 들려 태그하려고 했는데 샌즈가 잔상에 걸렸고 (김)재호 형도 빨리 던지라고 해서 (2루로) 던졌다”고 말했다. 결과는 더블아웃. 결국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박세혁은 8회초 2사 3루에서 쐐기타점을 올리더니 8회말 수비에선 김하성의 타구를 그물망 바로 앞에서 잡아내는 호수비로 키움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 놨다.

박세혁은 이제 대기록에 도전한다. 1989년 해태 우승의 중심으로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던 아버지 박철우(55) 두산 코치의 대업을 이어 받을 기세다. 부자 한국시리즈 MVP는 아직까지 나온적 없는 기록이다. 타율 0.429(7타수 3안타) 3볼넷 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314에 3승을 이끈 주전 포수다.

 

3차전 MVP가 된 박세혁은 아버지 박철우 코치에 이어 역대 첫 한국시리즈 부자 MVP 등극에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고 말하는 그는 “(MVP는) 하늘에서 도와주는 것이다. 이미 하늘에서 정해놨다고 생각한다. 생각 안하고 있다”며 “받는다면 진짜 영광이고 뜻 깊겠지만 우승 포수라는 말이 가장 듣고 싶다. 우승 시절(2015, 2016년)엔 우승 포수라기보다는 백업포수였다. 기회가 왔으니 잡아야 한다”고 간절함을 나타냈다.

박건우는 타율은 0.200(15타수 3안타)로 낮지만 임팩트가 강하다. 2차전 경기를 마무리짓는 끝내기 안타, 이날 키움의 기세를 꺾어놓는 투런 홈런을 날렸다. 뛰어난 수비와 강한 어깨로 수비 기여도 또한 뛰어나다.

2차전 활약이 좋은 계기가 됐다. “아무래도 한국시리즈 때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준 계기가 됐다.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팀에 보탬 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며 “1승이라도 내주면 힘들어 질 것 같다. 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4차전도 무조건 이기겠다”고 팀만 생각했다. 7회 홈송구 과정에서 무리한 박건우는 어깨에 아이싱을 칭칭 두르고 있었다. 라커룸에선 침 치료까지 받았다고.

김태형 감독은 “얻어 걸린 걸 가지고 무슨 인터뷰를 하냐”고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지나갔고 박건우가 “수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고 받아치자 “아 수비? 미안해”라고 말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박건우는 2차전 끝내기 안타 후 “감독님이 늘 격려해주신다. 차라리 혼내주셨으면 좋겠다.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자연스러운 농담을 주고 받는 상황. 역설적으로 박건우가 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009년 한국시리즈 MVP는 완봉승 포함 선발로 2승을 챙긴 로페즈가 아닌 7차전 끝내기 홈런을 날린 나지완(타율 0.250)에게 돌아갔다. 마지막 경기 임팩트가 한국시리즈 주인공을 가를 가능성이 큰 건 사실. 다만 둘 모두 MVP를 차지할 수 있는 기반은 충분히 다져놨다. 이젠 ‘V6’만을 바라보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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